▲문어문어 한마리가 사진찍는다이버를 피해 몸을 숨기려 하고있다.
장호준
어쨌든 그와 물 속으로 떨어져서 느긋이 유영하며 수중 풍경을 즐기고 있을 때였다. 그날따라 청물이 들어와서 시야가 족히 이십 미터 쯤 나오는, 동해에서는 드물게 시야가 ‘뻥’ 터진 날이었다.
잔압 게이지가 70BAR 쯤 남은 상태였다. 그가 갑자기 유영을 멈추더니 내 손을 잡으며 나를 멈춰 세웠다. 그러고는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키는 동시에 쏜살같이 바닥으로 내리 꽂았다.
우리가 유영하던 수심은 15미터 정도였고 정석대로 하자면 공기가 50BAR 쯤 남으면 우리는 올라와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겨우 일,이분 더 머무르고 나면 우리는 올라 올 채비를 해야 했을 때였다.
바닥의 수심은 18미터였다. 바위 위로 내려간 S가 갈고리를 번개같이 휘둘렀다. 뭔가 싶어 내려다보니 바위 위에 앉아 있는 것은 바다의 포식자 대왕 문어였다. 물론 문어도 그냥 당하지는 않았다. 문어는 혼비백산했지만 본능적으로 바위 밑으로 재빨리 들어갔다.
지루한 싸움이 시작됐다. 나도 가지고 있던 알루미늄 작살을 꽂아 넣었으나 문어는 요지부동이었다. 장갑을 낀 손으로 문어의 다리를 둘둘 감아 끌어당겼으나 바위에 오백 원짜리 동전보다 더 큰 흡반을 붙인 문어는 꿈적도 않았고 알루미늄 작살이 휘어져 부러질 지경이어서 나는 작살을 놓아버렸다.
급격히 힘을 쓰는 바람에 공기는 금방 바닥을 드러냈다. 나는 올라오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갔다가 다시 오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올라왔다. 물론 그가 나보다 이십 분은 더 버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시 오겠다는 내 의지는 빈말일 공산이 큰 것이었다. 왜냐하면 수면으로 올라 왔다고 해서 배를 금방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이곳을 다시 찾는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날 그 문어에겐 별 행운이 따르지 않았다. 내가 올라오자 마치 연락을 받은 듯 그 자리에 배가 있었고 배 위로 올라온 나는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내가 내려 간 뒤에 빨리 올라오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을 내려 보내 달라고, 장비를 바꿔 메고 다시 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금방 그곳을 찾을 수 있었다. 마침 공기가 떨어져 올라오려고 하는 S와 바통 터치를 했다. 다시 이십여 분의 난투, 그러나 그때까지도 문어는 항복을 하지 않았다.
나는 다시 올라와야 했다. 위에서 나를 대신 할 다이버들이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 다이버들이 들어가서 문어를 건져 올렸다. S와 나는 기진맥진해서 밧줄에 묶여 배 위로 올라오는 문어를 보았다. 문어의 키는 2 미터가 넘었고 무게도 엄청 나가서 미끄러워 들어 올릴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항구로 돌아오자, 마을의 노인들 몇 분이 문어를 구경하러 왔다. 한 노인이 말했다.
“얼래요, 크다, 한 30kg은 안 나가겠나?”
다른 노인이 받았다.
“그것도 넘지시픈데, 그놈 참 크다.”
점심을 부탁한 어민의 집에서 동네 사람들과 함께 잔치가 시작됐다. 문어는 솥으로 던져졌다. 문어 숙회였다. 금방 데친 문어는 초장에 관계없이 맛있다. 문어의 맛은 담백하면서도 달았다.
문어는 그 지능이 무척추 동물 중에서는 가장 뛰어나다고 한다. 보통 사람들이 대가리라고 알고 있는 것은 사실은 몸통이다. 그 안에 내장과 호흡기관, 생식기관과 먹물주머니가 들어있고 다리 가까운 부분에 눈이 붙어 있고 뇌가 들어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생활 속에 문어는 가장 가까이 있는 생물이다. '소고기 먹고 체한 데는 문어대가리를 삶아 먹으면 낫는다'는 민간요법도 있다.
우리나라에서야 문어라면 제상에도 빠지지 않고 귀한 대접을 받지만 중동이나 아프리카에서는 종교상의 이유로 먹지 않는다. 비늘이 없기 때문이다.
다이빙을 하다 보면 ‘회’는 일상이다. 다이버들이 잡든 안 잡든 바다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음식이 ‘회’이기 때문이다. 그 맛 또한 물고기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맛이야 개인 차가 있겠지만 제철에 만나는 회가 가장 맛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봄 도다리, 여름 멸치, 가을 전어, 겨울 숭어를 제일로 치지만 “여름 숭어는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있다. 이는 산란이 방금 끝난 물고기는 기름기가 다 빠지고 그 육질이 퍼석하기 때문이다. 산란철에 잡힌 알 밴 물고기를 제일로 치는 것이다. 그리고 잡는 방법에 따라 그 맛의 깊이가 다르다. 잡는 방법에 따른 맛의 일반적인 평가는 대략 다음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