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박, 본선보다 힘든 공천 기싸움

미리 들여다 본 한나라당 대전지역 경선 구도

등록 2008.01.03 21:31수정 2008.01.03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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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시기를 둘러싸고 이명박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표간 내홍이 깊어지는 가운데 대전에서도 두 진영간 대표 주자들이 공천을 따내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전지역 6개 선거구 가운데 네 곳은 박근혜 전 대표쪽 인사들이, 두 곳은 이명박 당선인 쪽 인사가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선이 벌어질 경우 나설 양측 유력 인사들을 살펴보면 중구는 강창희 전 최고위원과 김영관 대전시의회 의장이 한 판 대결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강창희 전 최고는 이미 사석에서 지역구 출마 의사를 밝혔고 지난 해 총선 준비를 시작한 김영관 의장도 조만간 거취를 표명 한다는 입장이다.

 

서구을에는 이재선 대전시당 위원장이 유력 주자로 나선 가운데 MB 측 인사로는 윤은기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과 진수희 의원(비례대표)의 경합이 점쳐진다.

 

'진수희 카드'는 윤은기 총장이 행정부 또는 청와대 행을 결정할 경우 재검토될 수 있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대덕구는 이창섭 위원장이 국회 입성을 노리며 표밭갈이를 하고 있는 가운데 MB 측에서는 유력인사 영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천영 전 의원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대덕구 출마가 예상되던 송인동 전 충남지방경찰청장은 '불출마' 의사를 명확히 했다.

 

송인동 전 청장은 3일 "애초에 출마의사가 전혀 없었는데 언론에서 거명되니까 주위에서 많이들 물어본다"며 "내 의사도 그렇지만 주변에서도 출마하지 말라는 얘기를 많이들 하고 있다"며 손사래를 쳤다.

 

유성구는 어느 지역보다 경쟁이 치열하다. MB 캠프에 참여했던 이인혁 위원장이 버티고 있는 가운데 같은 계파의 송병대 전 의원이 다음주 지역에 사무실을 내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져 내부 교통정리가 주목된다. 여기에 박 전 대표 계열로는 한기온 라이온스협회 355-D 지구 총재가 출사표를 던졌다.

 

양홍규 대전시 정무부시장은 유성구 출마를 원하고 있는 가운데 여차하면 서구갑으로 차출될 여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이영규 위원장과의 한 판 대결이 관심사다. 둘 다 변호사에 전, 현직 정무부시장 출신이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동구는 MB 측 좌장역할을 했던 김칠환 당원협의회장에게 윤석만 변호사가 도전장을 냈다. 윤 변호사는 다음주 지역의 정치부 기자들과의 간담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총선 준비에 들어간다.

 

김칠환 위원장은 앞으로 한 달간 예측이 불가능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자신의 공천도 장담하지 못 하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양 측, 공천 시기 두고 치열한 기싸움 시작

 

하지만 여기까지는 경선이 치러질 경우를 상정했을 때다.

 

문제는 이명박 당선인 쪽에서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4·9총선에서는 대부분의 선거구에 자파 계열의 인사 또는 이명박 정부와 같이 호흡할 수 있는 인사들을 전략 공천하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공천 탈락자의 반발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총선 한 달 전 공천'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공천탈락자가 새정부 각료 임명에 딴지를 걸고 탈당 후 이회창 신당으로 합류할 것을 우려해 공천 시기를 새정부 출범 이후로 늦추자는 이명박 당선인 쪽의 설명은 외부용일 뿐, 자파 인사들을 최대한 많이 총선 주자로 내보내려고 공천 시기를 늦추려고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여기에 1월이면 가시적으로 드러날 삼성특검과 대선잔금 문제도 공천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비리와 관련된 인사들을 공천에서 배제한다는 원칙을 세워 놓은 MB 측에서는 그동안 당내에서 비주류로 활동해 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리로부터 자유스럽다는 것이다.

 

이처럼 '시간은 우리 편'이라며 여유를 부리고 있는 이명박 당선인 측과는 대조적으로 박근혜 전 대표 측 인사들은 마음이 급하다.

 

이재선 대전시당위원장은 "공천을 되도록 빨리 해서 선거체제를 갖출 수 있게 해 줘야 한다"며 "당헌 당규의 정신이 훼손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한나라당 당헌 당규에는 '상향식 공천', 즉 당원들의 의사가 반영된 공천을 못 박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원들의 의사가 반영된 공천을 하기 위해서는 경선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마저도 시간은 MB 편이다.

 

한나라당이 경선을 실시할 경우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선관위에 당내 경선을 위탁해야 하는데 선관위 관계자는 "한나라당에서 당내 경선을 선관위에 위탁하려면 늦어도 1월 27일 까지는 협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의 설명에 의하면 현행 선거법에는 총선 시작 30일 전까지 경선을 실시하도록 되어 있고 경선실시 마지노선인 2월 26일을 기준으로 30일 전인 1월 27일까지는 '어떤 방법으로 경선을 하겠다'는 신청을 선관위에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당에서 경선을 관리할 때는 이 규정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이처럼 80%를 넘어선 이명박 당선인의 지지율을 발판 삼아 최대한 공천 시기를 늦춘 뒤 대규모 전략공천을 통해 당을 '이명박 당'으로 바꾸려는 MB측과, 4년 후를 기약하며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공천을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는 박근혜 전 대표측이 공천시기를 두고 사활을 걸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본선보다 더 힘든 내부 힘겨루기에서 어느 쪽이 웃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대전시티저널 (www.gocj.net)과 다음 (www.daum.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1.03 21:31ⓒ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대전시티저널 (www.gocj.net)과 다음 (www.daum.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49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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