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와 평등은 '진보 수레'의 두 바퀴

[손석춘 칼럼] 이명박 당선 뒤 '북-미 핵문제', 수상한 기류를 보라

등록 2008.01.07 09:40수정 2008.01.0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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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1월 1일 낮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에 열린무자년 새해 단배식에서 민주노동당 관계자들이 건배를 하고 있다.(왼쪽부터 최순영, 천영세, 심상정, 노회찬 의원)
2008년 1월 1일 낮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에 열린무자년 새해 단배식에서 민주노동당 관계자들이 건배를 하고 있다.(왼쪽부터 최순영, 천영세, 심상정, 노회찬 의원)황방열

진보적 지식인이나 활동가를 만날 때다. 우스개로 던져온 물음이 있다. 내가 자주파 같은가, 평등파 같은가를. 답은 엇갈린다. 실실 엉너리 치려는 게 아니다. 써온 글에서 자주와 평등의 가치를 담아온 까닭이다. 자주파와 평등파를 의식해서가 결코 아니다. 절박하다고 판단한 문제에 그때그때 글을 써온 결과일 뿐이다.

기실 자주와 평등은 민주노동당의 두 정파인 자주파와 평등파의 명분만이 아니다. 우리 시대 진보의 두 가치다. 문제는 '종북주의' 논쟁으로 진보정당의 '자주' 가치가 매도당하는 데 있다. 대표적 보기가 북-미 핵문제다. 종북주의를 들어 분당을 주장하는 쪽은 그 근거로 자주파의 '북핵 옹호'를 꼽는다. 물론, 민주노동당은 북핵에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종북주의를 들먹이는 사람들은 유감으로 될 일이 아니라고 손사래친다.

'북핵' 비판하지 않으면 종북주의자고 진보가 아닌가

과연 그러한가. 북의 핵무장을 비판하지 않으면 종북이고 진보가 아닌가. 지나치게 단순한 판단이다. 물론, 아주 새삼스런 주장은 아니다. 수구정당과 수구언론이 오래전부터 퍼트려온 논리이기도 하다. 그것이 새로운 이유는 뜬금없이 민주노동당 안에서, 그것도 당을 쪼개는 명분으로 불거져서다.

명토박아둔다. 나는 자주파도 평등파도 아니다.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학생운동을 할 때까지는 분열이 없었다. 논쟁에서 나를 비판하는 쪽이 확인해주었듯이 민주노동당 당원도 아니다. 신자유주의와 분단체제로 고통 받는 민중을 위해, 한국 민주주의의 성숙을 위해, 진보정당이 커나가야 한다는 판단에서 글을 써왔다.

미국을 부각해온 이유도 그 연장선이다. 이 땅에 미국의 영향력을 주관적으로 무시한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다. 모든 걸 미국 탓으로 돌릴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미국의 그림자에 눈감기란 더 분별없는 짓이다.

가령 경기도 평택에 세우고 있는 최첨단 미군기지는 우리 미래에 두고두고 화근이 될 터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또 어떤가. 미국과 국교를 단절하자는 게 아니다. 미국과 자주적 관계는 아직도 절실한 과제임을 새삼 강조하고 싶어서다.


보라. 2008년의 남과 북에 다시 미국의 먹구름이 밀려오고 있다. 풀려가던 북미관계가 그렇다. 조지 부시 정권의 정책 전환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미국 정가와 언론계에서 곰비임비 나타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월 6일자에 캐롤라인 레디의 기고문을 실었다. 부시의 정책 전환에 항의해 두 달 전에 사임한 고위관료다. 이 신문은 '미스터 김을 기다리며'(Waiting for Mr. Kim) 제하의 사설에선  부시가 "한때 악마라고 지칭했던 김정일 정권에 대해 엄청난 인내심을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왼쪽)와 부시 미 대통령(자료사진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왼쪽)와 부시 미 대통령(자료사진권우성/백악관

이명박 당선을 '횡재'라며 강경책 부추기는 미국 네오콘

이미 미국의 보수적 싱크탱크에선 이명박 당선을 "한국으로부터 만들어진 외교적 횡재(diplomatic windfall)"라 환호했다. 한국의 대선결과는 부시 정권의 화해정책에 "주의를 환기시켜준 사건(wake up call)"이었다며 다시 북을 옥죌 것을 주문하는 윤똑똑이의 호전적 주장이 버젓이 언론에 실린다.

하지만 어떤가. 우리는 무관심하거나 낙관한다. 과연 그래도 좋은가. 그렇다. '북핵 문제'를 종북주의 따위로 몰아칠 때가 결코 아니다. 더러는 원칙 없는 단결만 외친다고 눈 흘긴다. 내가 부족할 수는 있다. 하지만 칼럼은 물론, 책으로 지며리 써왔다. 다시 간곡히 제안한다. 신자유주의 반대와 남북공동선언 실천, 두 원칙에 동의한다면 손잡아야 옳다.

과거 운동노선은 접어두자. 앞으로가 중요하다. 평등과 자주에 더해 단결을 간절히 호소하는 까닭이다. 그 과정에서 완고한 자주와 경직된 평등을 넘어서는 게 옳다. 분당은 거꾸로다. 완고한 자주파와 경직된 평등파들의 두 당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종북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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