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향을 느끼다

미륵사지 출토 금동 향로 전시회를 보고

등록 2008.01.07 17:14수정 2008.01.07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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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사지 출토 금동 향로 전시회. 초청장을 받았다. 초청장을 보니, 전시 기간이 6개월 이상이나 되었다. 서두를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바쁜 이들에 의해 우선 순위가 자꾸만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요일에 전시회에 가 보기로 마음을 정하였다.

 

탑 미륵사의
미륵사의정기상
▲ 탑 미륵사의 ⓒ 정기상

 

미륵사지는 백제의 대표적인 사찰이다. 천오백년이란 세월로 인해 남아 있는 것은 별로 없다.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미륵사지 석탑만이 일부분 남아서 화려하였던 백제의 문화를 증명하고 있을 뿐이다. 미륵사지 석탑은 복원하기 위해 해체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요즘 비리 문제로 세간의 시선을 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미륵사는 서동요의 전설이 살아 숨쉬고 있는 곳이다. 발굴되는 유적들로 인해 전설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이라는 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아직 정설로 인정이 되고 있지는 않지만, 이곳이 백제의 왕찰이고 왕궁이 백제의 수도였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백제의 향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곳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전북 익산군 금마면에 위치하고 있는 미륵사지 유물역사관에 도착하니, 제일 먼저 반겨주는 것은 우뚝 서 있는 석탑이었다. 미륵사지 석탑은 복원해체 중이어서 볼 수가 없고 최근에 다시 세운 석탑이 은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미륵사는 3당 3탑의 백제 고유의 양식을 보여주는 백제의 아름다운 절이어서 백제의 향을 흠뻑 취할 수 있는 곳이다.

 

금동 향로 전시회
금동 향로전시회정기상
▲ 금동 향로 전시회 ⓒ 정기상

 

미륵사지에서 출토된 금동향로의 전시회라고 하니, 백제 문화의 향에 푹 젖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으로 마음이 설레었다. 패망한 나라의 문화는 무시되고 경시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실제로는 고구려 못지않은 강성대국이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백제봉황 대 향로만큼은 아니지만 버금가는 감동이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게 되는 이유다.

 

유물 전시관에 들어서니, 기존의 전시유적들이 눈 안으로 들어온다. 미륵사지에서 발굴된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런데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유물들은 많이 찾아볼 수가 없었다.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유물에 대한 생각이 차별심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왠지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기와의 무늬가 마음을 잡는다. 기와를 만든 장인들의 생각을 보는 것 같아서 정감이 갔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무늬를 새카만 기와에까지 넣을 수 있는 여유가 보이는 것 같다. 백제 인들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정서를 보는 것 같아서 시선을 쉽게 다른 곳으로 옮길 수가 없었다. 그 사람들은 갔어도 그들이 남긴 문화는 남아서 증언하고 있으니, 감동이었다.

 

기와 솜결이 전해지는
기와솜결이 전해지는정기상
▲ 기와 솜결이 전해지는 ⓒ 정기상

 

미륵사지 출토 금동향로 전시장. 전시실 한가운데에 금동향로가 전시되어 있었다. 사방의 벽면에는 사진 자료들이 찾는 이들에 자세하게 알아볼 수 있도록 전시하고 있었다. 다른 유물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금동향로 하나만을 덜렁 전시하고 있어서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금동향로가 백제의 것이 아니라 통일 신라 시대의 것이라는 점이었다.

 

백제의 향에 취하고 싶었는데, 통일신라의 것이라니 실망스러웠다. 그렇지만 다시 생각하니, 그런 생각은 편견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통일 신라 시대가 언제인가? 지금으로부터 천이백년전의 것이 아닌가? 우리 조상들의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고 약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우리 문화재가 아닌가?

 

향로는 고운 향을 피워 악귀를 몰아내고 주변을 정화시키는 작용을 하는 도구이다. 그래서 종교적인 도구로 널리 사용되어온 것이다. 살다보면 잘못을 할 수도 있고 그릇된 생각을 할 수가 있다. 이런 사실을 향로를 피워 참회하고 마음을 되잡는 도구로 활용된 것이 향로가 아닌가? 이런 생각에 이르니, 향로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역사의 향 이어주는 다리
역사의 향이어주는 다리정기상
▲ 역사의 향 이어주는 다리 ⓒ 정기상

 

오묘한 모양을 하고 있는 네 개의 발의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8개의 하트형 무늬 또한 그렇게 정겨울 수가 없다. 그 당시를 살았을 사람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향로에 담겨 있다고 생각하니, 새로운 정감이 새록새록 생기는 것이다. 향로의 매력에 푹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향로를 통해 내 안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익산의 미륵사지 유물 전시관에서

2008.01.07 17:14ⓒ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사진은 전북 익산의 미륵사지 유물 전시관에서
#미륵사 #금동향로 #역사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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