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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이가 5개월째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집 밖에 나갈 수 없는 아내가 내게 보내는 메신저 역할을 하는 안내판이기도 한 것입니다.
이 안내판에 제가 스스로 할 일을 정해서 적어 놓기도 합니다. 그렇게 해 놓으면 왠지 책임감이 들어 맘만 먹고 있을 때보다 실행에 옮길 확률이 높아 지더군요.
저번 주 내내 직장을 옮긴 터라 정신이 없고 많이 피곤한 상태라 아내와 딸에게 많은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 저는 미니 칠판에 과감히 일요일에 "대청소"와 "백화점 쇼핑"을 적어 놓았습니다.
그러나 일요일 오전 11시가 넘어 일어나니 조금 귀찮은 마음이 들더군요. 하지만 아내를 독촉하여 아이에게 젖을 먹인 후 백화점으로 출발했습니다. 점심도 먹을 겸요.
우선 허기진 배를 백화점 식당코너에 가서 때웠습니다. 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외식을 잘 하는 편은 아니지만, 어쩌다 하는 외식은 괜찮더군요. 또 2주만의 나들이라 아내도 기분이 들떠 있고 사람 많은 장소에 가니 아이가 여기 저기 두리번 거리느라 울지도 않더군요.
점심을 먹고 배고픈 딸 민애를 위해 백화점 2층에 있는 유아휴게실에서 모유를 먹인 후 아이 보리차 먹일 젖병을 하나 샀습니다. 비싸더군요. 만 팔천 원. 그걸 산 후 지하 마트에서 반찬으로 먹을 돈까스와 빵 만드는 게 취미인 아내를 위해 치즈와 버터를 산 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날 제 딸 민애는 처음으로 유모차를 타 보았는데요. 의외로 잘 적응하더군요. 너무 어려서 유모차에 태우는 것이 좀 마음에 걸렸는데 오늘의 경험으로 이제 외출시 유모차를 이용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만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아내와 아이와 함께 외출을 하면 아이를 안고 짐을 드는 일이 제 몫이라 조금 힘이 듭니다. 그러니 한 3시간의 나들이가 저를 조금 지치게 만들더군요. 그러나 아직 한 가지 적어 놓은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 청. 소.
말이 거창해서 대청소지 그냥 이불에 묻은 먼지를 창 밖으로 날려보내고, 청소기로 집 안 이곳 저곳에 있는 먼지들을 빨아들인 후, 걸레를 빨아 집안을 닦는 일입니다. 솔직히 몸이 좀 피곤해 어쩔까 망설이긴 했지만, 방과 거실에 보이는 머리카락과 먼지들을 보니 그냥 넘어갈 수가 없더군요.
아내보고 작은 방에서 수유하라고 하고는 일단 작은 방을 제외한 집 안을 다 치웠습니다. 그리고 아내와 아기가 안방으로 옮기게 한 후 작은 방도 청소했구요. 청소가 끝난 후 아내가 솔직히 청소는 안 할 줄 알았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러면서 주방에 있는 미니칠판에 적혀 있는 글씨를 지우더군요. 그 환한 얼굴에 저도 마음이 환해지고 피곤한 맘도 사라졌습니다.
아버님들! 가족들 먹여 살리느라 힘드시죠. 하지만 집에서 갓난아기를 돌보는 아내는 더 힘들답니다. 죄인도 아니고 집안에 갇혀 밥도 제때 챙겨먹지 못하고요. 특히 제 아내처럼 주변에 가까운 친척도 없는 상태라면 혼자서 다 해야 합니다.
그럼 청소나 자기 개발할 시간 가지기 힘들구요. 아기 잘 때 하면 된다구요? 그때 쉬어야 되지 않습니까? 그 천금같은 시간에 청소하고 빨래하고 음식 준비하면 진짜 슈퍼맘이 되어야 한다구요.
조금만 아내에게 신경 써 주면 다 돌아옵니다. 거창한 거에 감동받는 것이 아닙니다. 작은 약속을 지켜나가면 사랑 받는 남편이 되고, 사랑 받는 아빠가 될 것입니다. 웃음이 있는 가정을 만든다는 것이 아주 작은 일에서 시작된다는 것 잊지 마시고 약속을 하셨으면 반드시 지키시기 바랍니다. 아빠들 파이팅입니다.
2008.01.14 09:15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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