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28일 마침내 OBS 경인TV가 개국되었다. 당일 오전 11시부터 개국 행사를 개최하고 함께 축하하는 순서도 가졌다. iTV 경인방송이 문을 닫은 지 꼬박 3년만이다. 무엇보다도 3년간의 공백을 넘어 경기 인천지역에 지상파 TV로 다시 등장한 사실에 박수와 더불어 축하를 드린다.
돌아보면 3년의 시간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방송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던가. 창사준비위원회의 일원으로서 경기 인천 그리고 많은 시민들께 너무 늦었음을 사과드리지 않을 수 없지만 데대로 된 지역방송을 탄생시키기 위한 기나긴 산고였음을 이해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
이제 그동안의 과정을 되짚어 보면서 몇 가지 당부과 각오를 다짐 한다. 첫째는 희망조합원들의 수고에 박수를 보낸다. iTV시절 부적절한 방송 운영에 맞서 싸우던 그들이 2004년 12월 말 정파와 더불어 거리로 내 몰리고 시민사회단체를 찾아다니며 함께 새로운 방송을 만들자고 제안하던 모습에서 이제 다시 자리로 돌아와 선 모습이 너무 기쁘다.
둘째로 영안모자를 비롯한 자본과 경영주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공익적 민영방송이라는 어쩌면 수용하기 쉽지 않았을 수도 있는 방송의 설립을 위해 자본금을 비롯해 물심양면으로 뒷받침하기를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셋째로 새방송 창사 준비위원회에 박수를 보낸다. 정파 후 새로운 방송을 만들자는 제안 자체가 워낙 어려운 과제였고 또 지난날의 iTV에 대한 부정적 기억이 자리하고 있던 터이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경기 인천 서울지역의 4백여 시민사회단체들이 경인새방송 창사 준비위원회를 결성하고서 3년 가까운 시간동안 국회로 방송위로 지역 곳곳의 토론장으로 돌아다니며 새방송을 만들자고 나섰던 것이다.
돌아보면 이러한 세 주체들이 이제는 기자나 방송인으로, 방송국 자본주와 경영자로, 시청자위원이나 미디어운동단체로 자리 잡고 있다. 초기의 열악한 경영환경 속에서 새로운 방송을 자리 잡게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음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그런데 방송 당일 공개된 바이지만 현재의 방송 여건상 디지털 주파수 8번을 확보한 지상파 방송이지만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직접 수신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역케이블 방송 사업자가 채널을 확보하고 있어 그들의 동의를 얻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이 현재의 방송환경이다. 공중파로서의 공익성을 담보하고 시청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고정채널을 확보해야만 한다. 2008년 2월에 채널 조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OBS측도 3월이 되어야 일반 채널로 시청이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사업자의 요구가 워낙 크다고 하면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어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5월이 되어야 이른바 대 개국이 실현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절반의 개국’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나마 최초로 방송 체험관(박물관)을 개관한 것은 시민과 시청자에게는 중요한 서비스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방송이 시작되면서 여러 가지 점에서 미숙하고 부족한 점들도 드러났다. 게시판에 올라오는 격려와 비판글들을 보면서 또 실제로 뉴스 등을 모니터 해보면 과거 중앙 지향적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난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개선될 것이고 또 개선되고 있어 기대를 갖게 한다. 11월 1일 개국을 목표로 했고 2달 가까이 지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는 것은 뭐라고 해도 할 말이 없는 상태이다.
그런 점에서도 ‘절반의 개국’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며칠을 경과하면서 뉴스의 경우 글로컬(글로벌+로컬)뉴스의 취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뉴스시간도 늘어나고 있다. 아직은 지역네트워크가 구축되지 못한 탓인지 지역에 대한 심층적인 접근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행정기관의 홍보성 뉴스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뿐 아니다. 가장 중요한 1백억원의 시도민주 공모도 시작되지 못하고 있다. 이점은 회사가 공익적 민영방송으로서 초기부터 표방한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1400억이라는 대 자본을 모집한 것에 자족하고 있는 것인지 시청자가 방송경영에 참여하는 수준의 방송을 만들겠다는 취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회사측이 내부적으로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있음도 여러 차례 드러났다. 수십 명의 대 주주 중심의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 아닌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1/3이나 되는 사외이사도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수천 수만의 개미군단 시도민 주주들의 참여와 뒷받침은 경영은 물론 든든한 지지자와 후원자를 확보할 수 있는 다시 오기 어려운 기회임을 인식하기 바란다. 이미 십 수억의 자본금이 초기에 모여졌음에도 불구하고 거금을 활용하지도 못한 창준위의 판단 착오와 무능력도 지적받아 마땅할 뿐 아니라 책임의 일부를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창준위는 지난 8월 회사측과 기존 모금된 기금의 처리와 향 후 시도민주 공모와 관련한 업무협약서를 체결하고 개국 직후 시도민주 공모에 들어가기로 하면서 모집이 끝날 때까지 활동하기로 하였다. 이제 곧 시행이 들어가야 한다.
이런 저런 모임에서 OBS개국을 알리고 시도민주 모집 예정을 밝히면 대부분 참여하겠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주었기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회사측은 물론이고 창준위과 관련 시민단체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절반의 개국에 머문 것처럼 OBS를 둘러싸고 있는 급변하는 방송환경과 내외적 조건이 결코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고정채널 확보 등의 과제는 지상파 방송의 공공성 확보와 1400만 시도민의 시청권 회복이라는 차원에서 회사와 창준위 또는 시민단체가 협력하여 돌파해 가야 할 사항이다.
한편으로는 내적으로 신뢰를 구축하고 시청자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을 갖추어가는 것은 전적으로 OBS 종사자와 경영진의 자세와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 그리고 이제 구성된 시청자위원회의 책임에 해당한다. 초기 얼마간은 개국 초기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관대하게 이해되기도 하겠지만 첫 인상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눈길을 끌어야 마음을 잡을 수 있다’는 주철환 사장의 명언을 들으면서 시청률 지상주의가 아닌 시청자 지상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OBS의 미래를 기대와 책임감 속에서 바라보고 있는 많은 분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덧붙이는 글 | 이대수 기자는 경인새방송 창사준비위 경기집행위원장입니다.
2008.01.15 15:24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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