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한 번 잘못하여 핍박 인생 25년"이라는 미쓰라의 과거와 현재, 비포와 애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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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나의 왕성한 상상력에 불이 들어왔다. 안 돼. 상상을 말자. 상상을 말자. 그는 계속 말했다.
"지퍼까지 다."
이럴 수가. 그, 그래서 아, 아까 입은 옷이, 바, 바지 위에 앞치마 같은 걸 한 거?
"네. 그거 두른 거예요. 그리고 가끔은… 아, 조금만 더 큰 거 입고 싶단 생각은 해요. 맞는 거 입고 싶다."
문득 웃을 뻔 했다. 요즘 <뉴 하트>의 이은성은 "사람을 살리고 싶다, 사람을 살리고 싶다"노래를 부르던데, 반면에 <치욕! 꽃미남 아롱사태>의 미쓰라는 "맞는 걸 입고 싶다, 맞는 걸 입고 싶다"란 주문을 외고 있었다니? 문득 "미쓰라에게 맞는 옷을 허하라"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그 대신, 그 많은 멘트 소화의 비밀을 물었다.
"대본, 그대로 읽으시는 거죠?"
참고로 나는 보았다. 촬영 때 그가 뚫어지게 바라본 건, 카메라가 아니었다. 카메라 바로 아래에 놓인 노트북이었다. 바로 큼지막한 글자가 돋보이는 대본이었다.
"일부러 티 나게 읽어요. 가까이 가서 보기도 하고."
"어, 왜요?"
"괜찮대요. 그렇게 해도. 왜냐면 어차피 읽는 걸 다 알고 있을 만큼 티 나게 방송이 진행되고, 오히려 그걸 보고 읽는 걸, 나 보고 읽고 있다라는 걸 알려주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런데 현장에 와서 딱 대본 딱 받으면, 생각했던 것보다 막말로 대본이 세잖아요. 망가지는 말투와 직설에 가까운 표현과 독설에 가까운 말과… 그래도… 괜찮으세요?"
"저는 괜찮아요. 저는 괜찮은데 안 괜찮은 분들이 저한테 뭐라고 하겠죠. 보고 있는 분들 가운데, '이건 너무 세지 않아요?'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반면에 이런 프로그램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말들은 나올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그것들을 불식시킬 수 있을 만큼 이 프로그램이 잘 돼야죠. 그럼 그땐 아무 말도 안 하겠죠. 그냥 원래 그런 프로려니 이런 생각으로 보시겠죠."
난 그냥 그늘, 가요계의 암, 흘러가는 '물'하지만 신기하다. <재용의 순결한 19>를 진행하는 정재용이야 원래 'DJ DOC' 시절부터 장난스런 캐릭터였다지만, '에픽 하이', 더구나 미쓰라 진은 그런 캐릭터는 아니었지 않나? 내가 몰라서 그런 건가? 그가 딱 잘라 말했다.
"안 한 거죠. 어차피 방송에서 비춰질 일이 거의 없었고요. 저는…."
그래도 아이돌 스타 아니었나?
"제가요? 저희가 어떻게 아이돌 스타가 됐죠? 아이돌 스타라면 너무 감사하죠. 저희가. 저는 그런 것보단 그냥, 그늘이죠. 가요계의 암, 그늘. 저희는 뭐 항상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채로 흘러왔던 팀이기 때문에, 그냥 때 되면 앨범을 내고 그 앨범 활동만 끝나면 다 작업을 해야 되기 때문에 다 들어갔어야 되고, 그런 이유 때문에 저희는 원래 방송을 많이 하지 않았어요. 타블로 빼곤 방송을 안 했었죠. 그런데 이젠… 모르겠어요. 갑자기 회사에서 시켜요. 하하하하."
왜 시키는지 알겠다.
"타블로만 활동하고 나머진 쉬니까 그 꼴을 회사에서 못 보는 거죠?"
"아. 모르겠어요. 갑자기 일이 들어와요. 저는 진짜 생각지도 않고 있었는데, 작년 말부터 시작됐거든요?"
그래서 라디오 디제이도 하는 거? 에이, 혹시 미쓰라 진이, 음악을 넘어서 다방면에 활동을 하겠다고 남몰래 피력하신 게 아니고? 그가 펄쩍 뛰었다.
"아니에요. 정말, 그냥, 저는 제 '주의'가 뭐냐면, 들어오는 일 안 막고, 하하하. 나가는 일 그냥 버려두겠다. 저는 진짜 인생의 모토가 '물'이거든요. 흘러가는 대로 사는 건데, 제가 굳이 바꾸려고 안 해도, 뭐 그 흐름에 안 맞으면 알아서 꺾어서 흘러가겠죠. 그런데 갑자기 막 일이 들어오네요. 부담스럽게. 후후."
"들어와도 본인이 안 맞으면 '아니다' 할 수 있잖아요?"
"아. 그런데 재밌는 것만 들어와요. 후후후. 제가 당연히 그 동안에 방송에서 비춰진 모습만으로 보면 이 프로그램을 할 수가 없죠. 안 어울리니까요. 제 전 이미지랑 이 프로그램이랑 맞지가 않겠죠. 당연히. 제가 이렇게 나서서 뭘 한 적도 없고, 말을 많이 한 적도 없고, 망가졌던 적도 별로 없었고."
"멋있는 힙합 랩퍼였잖아요."
"그냥 랩만 했잖아요. 아니면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서도 말도 잘 안 하고. 그런 이미지였기 때문에 분명히 안 맞았을 텐데, 할 수 있는 건데 그 동안 안 했던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