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계단식 농법(왼쪽). 계단식 농법으로 재배되는 무. 한겨울인데도 싱싱한 무가 밭에서 자라고 있다(오른쪽).
김종성
대마도 사절이 가장 원했던 것은 쌀하지만, 계단농법으로 생산된 농산물이 과연 시장에 내다팔 정도의 양이 될지는 의문이었다. 물로 그것을 한 집에서 다 소비하기는 힘들다 해도, 시장에 전문적으로 내다 팔 정도는 아닌 듯했다.
그리고 비교적 넓은 평지에는 논이 조성되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만제키다리(대마도 남북을 잇는 다리) 남쪽에는 북쪽에 비해 훨씬 더 많은 논이 있었다. 실제로도 대마도 남쪽이 북쪽에 비해 더 부유한 편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정도의 논에서 생산된 벼로는 대마도 인구(한때는 6만 명이었다고 함)를 먹여 살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이처럼, 농경지가 적은 산지라는 점 때문에 대마도는 과거는 물론이고 현재에도 여전히 한반도나 일본열도에 의존적일 수밖에 없다. 조선 수도 한성에 들른 대마도 사절들이 가장 필요로 했던 것이 다름 아닌 쌀이었다는 역사기록은 대마도의 척박한 자연환경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마도에는 식량 자원만 부족한 게 아니다. 도로에 가로등이 없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전기도 석유도 모두 부족하다.
대마도에서는 대형 버스의 정면에 특별한 전등장치가 따로 갖추어져 있다. 야간에 가로등 불빛이 없기 때문에, 차량에서 자체적으로 도로 양 옆을 식별하기 위한 불빛을 발산하는 것이다. 또 석유의 경우에는, 외국에서 일본열도에 들어온 석유를 다시 대마도로 수송해야 하기 때문에 석유가격이 특히 비싸다고 한다.
기름이 부족한 곳이라 그런지, 대마도의 교통비는 비싼 편이다. 택시의 경우에는 기본료가 500엔(원화 약 4500원 정도)이다. 버스를 탈 경우에도 거리만큼 요금이 계산되기 때문에 상당히 비싼 편이다. 웬만한 곳을 가게 되면 버스 요금이 한국 돈 5천원을 금방 넘는다고 한다.
산지가 많기 때문에 겪지 않을 수 없는 또 다른 경제적 불편은,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매우 느리다는 점이다. 도로는 보통 1차선이고, 넓다고 해도 2차선에 불과하다. 3차선인 곳도 몇 군데 있지만, 그 길이가 100미터도 안 되기 때문에 3차선 도로는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1차선 도로에서 두 대의 대형 차량이 서로 마주칠 때면, 무슨 약속이나 한 듯이 한 대가 뒤로 약간 물러서서 반대편 차량이 지나갈 수 있도록 양보하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두 대의 대형 차량이 몇 밀리미터의 간격을 사이에 두고 좁은 1차선 도로를 겨우겨우 통과하는 장면은 마치 한 편의 모험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도로 옆은 대개의 경우 낭떠러지였다. 까딱 하면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질 것 같은데도, 다들 운전 기술이 탁월했다. 대마도의 운전자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모험 영화를 연출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하면, 그 깊은 산 속에 경찰이 도착하는 데만도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경찰이 도착하려면 누군가가 신고를 해줘야 하는데, 차량 충돌이 사망사고로 이어지는 경우에는 그나마 신고할 사람도 없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 교통환경이다.
그리고 대마도에서는 단순히 차로가 좁을 뿐만 아니라 커브길이 매우 많기 때문에, 차량이 속력을 내기가 더욱 더 힘들다. 도로의 평균 속도는 시속 40km이고, 가장 빠른 곳이 시속 60km다. 시속 60km를 낼 수 있는 도로는 매우 짧다. 커브가 많은 곳에서는 속력을 20~30km로 유지하는 경우가 다반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