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3세대 텐진 씨텐진은 망명정부 티베트의 국민이라는 것이 영원한 자부심이면서 정체성이라고 강조했다.
김철관
“티베트 망명정부의 국적은 나의 정체성이고 앞으로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숙명입니다. 현재도 인도, 네팔 등 여러 나라 국적을 취득할 수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네요.”
지난해 티베트 3세대로 인도 남부 타밀나드주 이상 실험도시 오로빌 공동체 살고 있는 텐진(27). 그는 지난 2007년 중순 오로빌리안이 됐다. 현재 오로빌에서 티베트 전통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고, 망명정부 티베트의 정통성을 지키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그는 망명정부가 시작된 1세대 할아버지에 이어 2세대 아버지 세대인 80년에 네팔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망명정부 국민의 설움을 목격하면서 자랐다. 그리고 네팔, 인도 등을 전전하면서 역경을 겪어야 했다.
“네팔에서 출생해 5살(85년)때 아버지를 따라 인도에 와 서인도 뱅골에서 87년까지 유치원 기숙학교를 다녔습니다. 그후 기숙사, 할머니집 등을 짐짝처럼 옮겨 다니면서 살았습니다. 이후 95년 양아버지를 따라 처음 인류 실험공동체 오로빌을 접하게 된 것이지요.”
망명정부 1세대인 할아버지는 티베트 군인으로 달라이 라마를 측근에서 모시는 꽤 유명한 사람이었다. 달라이 라마를 인도로 망명시켰고 다시 티베트로 들어가 할머니를 인도로 구출한 다음, 다시 중국군과 싸우기 위해 티베트로 들어갈 만큼 용감한 군관이었다. 인도로 그가 다시 돌아왔을 때는 이미 고국산천을 잃은 되다가 할머니(부인)까지 인도 사람과 결혼을 했다. 이를 눈치 챈 할아버지는 텐진이 8살이 되던 지난 88년 네팔로 떠나 스님이 됐다.
“93년 모친이 돌아가셨고, 부친도 2003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법적인 관계는 아니지만 내가 양 아버지처럼 불렀던 아버지 친구 이탈리안이 저를 딸처럼 여기면서 잘 키워줬습니다. 97년 오로빌을 잠시 떠났다가 2001년 돌아와 오로빌에 정착해 지난 2007년 중순에 오로빌리안이 됐습니다. 오로빌에 와 같은 처지에 있는 티베트 3세대인 남편 상왕을 만나 결혼하게 됐지요.”
텐진이 티베트 식당을 운영하게 된 것도 어릴 적 자주 먹었던 전통음식의 맥을 잇고 싶어서였다. 그는 국적을 버리지 않는 이유를 정체성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