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타카쯔항 대합실 유리문에 붙은 전화사기 피해방지 포스터.
김종성
무엇보다도 눈에 띈 것은 전화사기 방지 포스터였다. 최근 한국에서 속출하고 있는 전화사기 피해가 이런 외딴 섬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나 싶어서 특히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하긴, 전화는 어디에나 다 설치되어 있는 것이므로, 대마도라고 해서 무작위로 쏘아대는 전화사기 공세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마도가 소속된 나가사키현에서 대마도 북부 하타카쯔항 대합실에 붙인 포스터에는, ‘입금사기 사고 다발’이라는 제목 하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범인이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나예요! 나! 나!”라며 뭔가 급박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그러자 할머니는 ‘주인 양반이 교통사고를 일으켜서 합의금이 ……?’라며 의아해 하면서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제3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그런 사기에 속아 넘어갈 수 있느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막상 그런 일에 부딪히면 누구나 다 잠깐이나마 가족의 신변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일지라도 가족의 안위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진위 여부가 확인되기까지는 누구나 다 초조해 할 것이다. 그런 초조함을 견딜 수 없는 사람들이 일단 입금부터 하게 되는 것이다.
위 포스터에서는, 그런 경우에 입금부터 하지 말고 먼저 가족이나 경찰에게 연락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통신 발달을 배경으로 범죄가 점차 광역화, 국제화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