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글부글 친박 "최후의 수단 생각할 수밖에"

'공천 전쟁' 전운 감도는 한나라당... 박근혜 '귀국후'에 관심

등록 2008.01.18 14:44수정 2008.01.18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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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이종호
"하다하다 안되면 벼랑에서 뛰어내려야 한다."

한나라당의 '친 박근혜' 진영이 다시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런 식이면 최후의 수단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 '친 이명박' 성향인 이재오 의원이 또 불을 당겼기 때문이다. 이재오 의원은 방송을 통해 박근혜 전 대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쪽에서 "이미 '박근혜 총리 카드'를 접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친박 쪽을 자극하고 있다. "언제 정식으로 총리직 제안을 하기나 했느냐"는 것이다.

#1. '포문' 연 이재오... '친박' "저의가 뭐냐"

이재오 의원이 소강 국면이던 당 '공천전쟁'에 다시 불을 붙였다. 이 의원은 17일 오후 KBS 라디오 <라디오정보센터 박에스더입니다>에 출연해 박 전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 의원은 "(공천은) 솔직히 당에서 알아서 공모 심사해서 여론조사 절차 밟아서 하면 되는거지 그걸 갖고 옛날 야당 하듯 '내 계보' '니 계보' 챙기고 '언제까지 뭘 해라, 좌시하지 않겠다' 이러면 국민 눈에 곱게 비치겠느냐"며 박 전 대표를 비판했다.

18일엔 안상수 원내대표도 가세했다. 안 대표는 이날 오전 CBS <뉴스레이다>와 인터뷰에서 공천에 이 당선인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안 대표는 "이 당선인이 자신의 국정 철학에 맞는 참신성이나 국민신뢰, 경제전문가 등 구체적 기준을 제시해 뽑아 달라는 요구는 당연히 할 수 있다"며 "어차피 대통령제 하에서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당선인의 의견을) 어느 정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박' 쪽에서는 당장 눈에 불을 켜고 맞받아쳤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이 당선인 쪽이) 그렇게 얘기하는 저의가 뭔지 모르겠다"며 "박 전 대표의 말은 공천심사가 원칙대로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얘기를 한 것"이라고 되받았다.

그러면서 이재오 의원을 겨냥해 "당선인의 후광을 업고 함부로 이야기하면서 호가호위하려는 태도는 당선인에게도 불행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안 대표를 향해서도 "공천심사는 권한없는 사람의 의견에 좌지우지돼선 안된다"며 "아직도 그런 구태의연한 생각을 가져선 곤란하다"고 일갈했다.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 사진은 지난해 7월 13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경선후보 서울선대위 발대식 축사 장면.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 사진은 지난해 7월 13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경선후보 서울선대위 발대식 축사 장면. 오마이뉴스 권우성

"우린 벼랑 끝에 서 있어... 뛰어내릴 각오 돼 있다"

'극약 처방'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또 다른 '친박' 의원은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건 '벼랑 끝 전술'"이라며 "벼랑 끝에 서 있는데 뛰어내릴 각오가 돼 있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 하다하다 안되면 뛰어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탈당'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쓸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또 다른 박 전 대표의 측근도 "박 전 대표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저지하겠다'고 말했을 때에는 이미 극단적 상황까지 다 염두에 둔 것"이라며 "저쪽(이 당선인쪽)에서 상황을 안좋게 몰고 가봤자 좋을 게 없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 당선인의 특사로 중국을 방문하고 있는 박 전 대표도 이 의원의 발언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숙소인 조어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천과 관련해 원칙에 따라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하자고 이야기한 것을 지분을 챙기려한다는 식으로 나쁘게 몰아가려는 것은 옳지 못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2. 나왔다 들어간 총리설... "언제 제안이나 했나"

'박근혜 총리설'을 놓고도 친박 쪽에서는 불쾌한 기색이 감돈다. 이 당선인 쪽이 박 전 대표에게 공식 제안도 하지 않고 언론에만 '총리후보 0순위'라고 흘렸다가 스스로 거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애초 총리설 보도가 나왔을 때 박 전 대표는 "당에 남아서 도울 일을 돕겠다"며 제안이 와도 거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일부 측근 의원들 사이에서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흘렀다. "이 당선인 쪽에서 공천이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개입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함께 총리직을 제안해오면 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 당선인 쪽은 박 전 대표에게 총리직 제안을 하지 않았다는 게 박 전 대표 쪽 주장이다.

박 전 대표의 한 핵심측근 의원은 "지난 달 29일 회동 때에도 이 당선인은 박 전 대표에게 '입각해서 뭘 해보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는 식의 말만 했을 뿐 구체적으로 총리직 제안을 하지는 않았다"며 "그 뒤로도 총리직 제안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총리직이 시골 '면서기' 자리도 아니고 정말 생각이 있으면 정식 제안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 당선자 집무실에서 회동을 갖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 당선자 집무실에서 회동을 갖고 있다.한나라당 제공

박 전 대표, 귀국 후 이 당선인과 단독회동 가능성... 담판 짓나

그러면서 그는 "그런데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박 전 대표가 저쪽의 제안을 마치 걷어찬 것처럼 보이기 좋게 됐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당선인 쪽이 의도적으로 언론에만 총리설을 흘려 박 전 대표의 의중을 떠봤다는 주장이다.

박 전 대표도 이날 오전 중국에서 이 당선인 쪽이 '메신저'를 통해 정식으로 총리직을 제안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런 가운데 박 전 대표의 '귀국 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전 대표는 19일 특사 활동을 마치고 돌아온다. 귀국한 뒤 성과 보고를 위해 이 당선인과 한차례 더 단독회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 박 전 대표가 이 당선인과 '담판'을 지을지 주목된다.
#한나라당 #공천갈등 #박근혜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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