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하퍼가 그린 나이트혹스(Nighthawks)
시카고 미술관
에드워드 하퍼(Edward Hopper)가 1942년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에 있었던 식당을 모델로 그린 작품이다. 시간은 새벽 2~3시쯤 되었을 것이고 24시간 영업하는 식당 안 손님은 커플로 보이는 남녀와 남자 한 명뿐이다. 마치 수족관처럼 식당은 형광등 빛으로 환하지만 밖으로 나가는 출입문은 보이지 않는다. 식당 바깥의 거리도 텅 비어 있다. 전체적으로 활기차기보다 쓸쓸한 느낌이다.
미국 대도시 늦은 밤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풍경이다. 싸구려 식당에서 허기를 채우는 청춘들은 어느 도시에나 있다. 그만큼 일상적인 공간이지만, 에드워드 하퍼는 이 작품을 통해서 현대인의 고독이나 절망감을 표현했다.
<밤의 매>(Nighthawks)의 세 손님은 모두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 있다. 커플과 남자 사이에 전혀 교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커플도 그다지 친밀해 보이지 않는다. 이 둘은 커플이 아니라 여기서 만난 사이일지도 모른다. 종업원은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할 뿐 손님에게 살갑게 대하지도 않는다. 지나치게 환한 형광등은 이들이 지금 느끼고 있는 고독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하퍼는 대중 앞에 나서는 것을 별로 즐기지 않고 은둔적인 삶을 살았다. 그의 작품 속 대부분의 여인은 배우이자 화가였던 자신의 아내 죠세핀(Josephine)을 모델로 그렸다. <나이트혹스>의 여인도 역시 죠세핀이 모델이었다. 그리고 이 작품은 하퍼 자신도 손님으로 등장한다. 하퍼는 고독한 현대인을 단지 관찰하는데 그치지 않고 감정이입한 것이다. 어쩐지 그는 이 작품을 통해 그의 고독했던 삶을 살며시 드러낸 것 같다.
이 그림의 제목인 <밤의 매>는 밤에 잠을 자지 않고 돌아다니는 올빼미같은 사람을 뜻한다. 잠들지 않는 도시, 뉴욕에서 이들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대도시의 고독이라는 주제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 그림의 인기는 하늘을 치솟았다. 수많은 사람들은 이 그림을 다양한 매체로 재생산하기 시작했다. 아마 미국의 고딕(American Gothic)과 더불어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이 패러디된 그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