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장사지에서 올려다 본 3층석탑
이상기
삼륜대좌불과 마애여래좌상을 보고 다시 바윗길을 3~4분 내려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용장사지 가는 길이 나온다. 조금 방심하면 그냥 용장골로 내려갈 수도 있으니 신경을 써야 한다. 용장사지는 비교적 좁은 공간으로 지금은 축대만 남아 절터였음을 증명하고 있다. 한쪽에 세워진 표지판에 '용장사라는 글자가 새겨진 기와가 발견되었다'고 써있는 것을 보니 이곳이 용장사지임에 틀림없다. 또 이곳에서 산 정상 쪽을 바라보면 3층석탑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정말 고고한 모습을 보여준다.
현재 용장사지 주변에는 대나무 군락이 조성되어 있다. 대나무 하면 절개를 상징하는데 생육신으로 이곳에 은거하며 세태를 비판했던 매월당의 정신과도 상통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그런데 절터 한가운데 두 기의 무덤이 자리잡고 있어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세월의 무상함을 탓하기에 앞서 인간들의 이기심이 먼저 보이는 것은 나도 이기적이기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