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2일부터 프랑스 카페에서 흡연이 금지되었다. 카페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는 63유로, 담배피우는 것을 방치한 카페 주인에게는 135 유로의 벌금이 부과된다. 프랑스에서는 작년부터 공공장소 흡연금지를 시행하였는데 일차적으로 직장, 학교, 병원 등을 대상으로 실시하였고 식당, 술집, 카페와 같은 장소는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친 후 올해부터 흡연금지 대상이 된 것이다.
프랑스 카페에서의 흡연금지는 우리나라에서도 뉴스가 되었는데 주된 관심사는 프랑스 카페문화가 지속될 수 있느냐에 맞춰졌다. 프랑스에서 카페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커피도 마시고 식사도 하면서 서로 사귀는 소통의 장인데 흡연을 금지시키면 이런 분위기가 지속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사실 프랑스에서는 카페에서의 흡연금지를 커다란 문화적 변동의 시작으로 이해하고 반발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전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물결에서 빗겨서 여유롭고 자유로운 '프랑스적인 삶'을 누리던 시대가 끝나고 물질지향적이고 경쟁적인 사회로 진입하는 신호로 생각하는 것이다.
사회적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정부가 카페를 포함한 일체의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금지시킨 근거는 국민건강에 미치는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6천만명의 프랑스 국민 중에 1/4정도가 담배를 피우고 흡연자 두명 중 한명은 흡연과 관련된 질환으로 사망하고 비흡연자 중에 5천명이 간접흡연 때문에 사망한다. 국민 건강을 생각할 때 더 이상 간과하기 어려운 문제인 것이다.
또한 공공장소 흡연금지는 이미 유럽의 주요국가에서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프랑스만 예외로 남아있기가 어려운 사정도 작용했을 것이다. 2004년 아일랜드에서 세계 최초로 국가 단위의 공공장소 흡연금지를 실시한 이후에 이태리, 영국 등 유럽의 주요 국가들이 이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물론 미국도 연방정부 차원은 아니지만 상당수 주정부에서 공공장소 흡연금지 조치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 이번에 가장 상징성이 큰 프랑스의 카페에서마저 흡연이 금지됨으로서 타인에게 담배연기를 마시게 할 자유는 어떤 이유로도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 재삼 확인된 셈이다.
우리나라도 공공장소 흡연금지에 '어느 정도'는 동참하고 있다.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은 국민건강증진법에 의해서 규제되고 있다. 일정규모 이상의 시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학교, 보육시설, 의료기관 들은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도록 되어 있고 그 밖의 시설에서는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으로 구분하여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대부분의 성인남성이 담배를 피웠던 예전과 비교해보면 요즘은 흡연자도 많이 줄었고 금연지역도 많이 넓어진 것이다.
담배를 직접 피우는 사람도 있는데 남이 피우는 담배연기를 좀 마실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상황이 그다지 나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발암물질을 포함한 4000 종 이상의 유해화학물질로 만들어진 독가스를 절대 국민이 마시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환경운동연합에서 환경보건전문가 단체인 환경보건포럼과 공동으로 올해 1월 첫 주에 전국의 성인남녀 505명을 대상으로 간접흡연의 피해 실태를 조사하였다. 놀랍게도 53.7%의 응답자가 일상적으로 간접흡연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었다.
간접흡연에 주로 노출되는 장소는 식당(52.8%), 길거리(51.3%), 버스정류장(39.1%), 여가시설(38.0%) 등으로 나타났고 직장에서 매일 노출되는 사람도 26.6%나 되었다. 현재의 국민건강증진법이 간접흡연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는데 매우 불충분하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간접흡연이 얼마나 해로운지에 대해서는 세계적으로 수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있어 일일이 나열하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무엇보다도 간접흡연은 폐암의 원인이다. 흡연하는 남편과 살면 폐암의 위험이 2배가량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학술원 보고서에서는 흡연을 하지 않는 여성에서 생긴 폐암의 21%는 간접흡연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해에 3700여명의 여성이 폐암으로 사망하고 있는데 이 결과를 단순 적용해보면 매년 700명이 넘는 여성이 타인이 피운 담배 때문에 폐암에 걸려 죽고 있는 것이다. 담배가 심장질환의 발생위험을 25-35% 증가시키는 것도 잘 알려져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간접흡연 때문에 미국에서만 매년 6만 명 이상이 심장병으로 사망한다고 한다.
간접흡연의 유독성이 학술연구를 통해 확인되고 있고, 많은 국민들이 여전히 간접흡연에 노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정부와 국회의 직무유기이다. 한 건물 안에 금연구역을 설정하는 방식으로는 불충분하다는 것이 이미 알려져 있다. 실내 및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환경운동연합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식당, 술집, 직장을 포함한 일체의 공공장소에서 법률로 흡연을 금지시키는 것에 대해 응답자의 71.3%가 찬성을 하였다. 당연히 여성(84.3%), 비흡연자(79.8%)에서 찬성비율이 높았고 흥미롭게 흡연자들도 40.4%가 찬성을 하였다. 참고로 올해부터 공공장소 전면 흡연금지를 실시하고 있는 프랑스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66%가 흡연금지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었다.
유해성이 확인된 독가스에 많은 사람들이(53.7%) 일상적으로 노출되고 있고 대다수의 국민(71.3%)이 국가가 독가스를 안 마실 수 있는 법률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그렇다면 ‘공공장소 및 실내 흡연금지법’을 만드는 것이 정부와 국회의 역할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남이 피우는 담배연기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포럼, 금연운동협의회는 '실내 및 공공장소 흡연금지법' 제정을 위해 같이 노력하기로 했고 그 첫 시작으로 1월24일 토론회를 개최합니다.
2008.01.23 13:45 | ⓒ 2008 OhmyNews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