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격미사일 발사 장면.
해군측에 따르면, SM-6를 장착할 경우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초기 단계(이륙 단계)에서 요격할 수 있다. 실제로 SM-6는 사거리가 길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추적 및 유도 장치를 내장할 예정이어서 '이론적으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이륙 단계(boost phase)에서 요격할 수 있다.
가령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나 적외선 위성, 그리고 X-Band 레이더와 같은 정보시스템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조기에 탐지해, 이 정보를 이지스 전투체계에 보내고, 이지스함이 SM-6를 발사하는 MD 작전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군사작전의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작전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이륙단계에 있는 탄도미사일은 로켓과 탄두가 분리되어 있지 않아 표적 자체가 크고, 속도가 느려 상대적으로 요격하기 쉽다. 또한 요격시 발생하는 파편으로 인한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미국이 항공기탑재레이저(ABL), 개량형 SM-3, 우주배치레이저(SBL) 등을 통해 이륙 단계 요격 능력에 욕심을 내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는 중대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초기 단계에서 요격하려면, 이지스함을 북한 영해에 최대한 가깝게 배치해야 한다. 이는 영해 침공 시비를 비롯한 군사적 긴장고조뿐만 아니라 이지스함의 작전 범위와 임무를 제약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이륙 단계에 있는 로켓이 위성발사용인지, 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인지를 알 수 없다. 그것이 시험용인지, 공격용인지도 알 수 없다. 무엇보다도 그 미사일의 목표 지점이 한국인지, 일본인지, 미국인지를 알 수 없다.
만약 북-미 간이나, 북-일 간에 무력 충돌이 발생해 북한이 일본이나 미국을 향해 쏜 미사일을 한국 해군이 초기 단계에 요격한다면, 이는 중대한 사태를 초래하게 된다. 북한에게 적대 행위를 한 셈이 되기 때문에, 남북한의 교전을 비롯한 확전이 불가피해지는 것이다.
한국형 MD, 가능하고 타당한 발상인가?군당국에서는 SM-6를 이지스함에 장착하는 것은 미국의 MD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한국형 MD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를 위해 이지스함에 MD 능력을 구비하는 한편, 독일에서 48대의 PAC-2 발사대, 미사일, 레이더를, 미국으로부터 지상통제 장비를 구입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방과학연구소(ADD)는 탄도미사일 발사를 조기에 포착할 수 있는 조기경보레이더를 외국기업과 공동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4대 도입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해 한국형 방공 및 미사일방어망(Korea air and missile defense)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의 동맹관계에 있으면서 독자적인 MD는 가능하지도 타당하지도 않다. 이미 미국은 수원-평택(오산공군기지)-군산에 MD 체제에서 하층 방어를 담당하는 패트리어트 최신형 PAC-3를 배치한 상황이고, 한미합동군사훈련에 MD 작전도 포함시켜 놓고 있다. 또한 전역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THAAD), 항공기탑재레이저(ABL) 등도 개발·생산이 완료되면 한국에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이미 미국의 MD 무기체계가 한국에 배치되어 있고, 한미합동군사훈련에 MD 작전도 포함되어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MD 무기를 구입해 독자적 MD를 구축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얘기이다. 오히려 한국이 이지스함에 SM-6를 장착하는 등 '형식적'으로는 독자형 MD를 추구할수록, '실질적'으로 미국의 MD 체제에 더욱 깊숙이 포섭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