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야'로 돌변한 <아현동 마님> 정신차리소!

[아줌마, 드라마 뒤집기 19] 기획의도를 저버리고 사랑에 올인한 <아현동 마님>

등록 2008.01.28 10:16수정 2008.01.28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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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백시향의 아현동 마님 되기에 몰두하는 <아현동 마님>

백시향의 아현동 마님 되기에 몰두하는 <아현동 마님> ⓒ imbc

백시향의 아현동 마님 되기에 몰두하는 <아현동 마님> ⓒ imbc
늘 문제작을 쓰는 임성한 작가. 시청률에서 만큼은 흥행보증수표로 꼽히며 스타작가로 군림하고 있는 그가 결혼 후 처음으로 내놓은 <아현동 마님>도 20%대 중반을 오르내리며 역시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물론 과거 작품들에 비해 파워가 떨어지기는 하나 이름값 못할 만한 성적은 아니다. 더욱이 시간대를 생각해 보면 더욱이 그러하리라.

 

사실 임성한 작가의 작품은 이전까지 모두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라는 평을 받아왔고 사회에서 금기되거나, 파격적인 소재로 눈길을 끌어왔다. 하지만 이번 드라마에서는 12살 연상의 여자와 연하 남자가 결혼하는 설정만이 파격적이라면 파격적인 부분이다.

 

그 외에는 그다지 눈에 띌만한 파격적인 내용이 없어 오히려 시청자들을 실망케 했다.

 

하지만 역시나 중반를 흐르면서 드라마의 내용은 파격적이지는 않지만 전개 자체는 비상식적으로 흐르고 있어 또 다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진정한 정의는 아현동 마님 되기


우선 이 드라마의 주된 내용은 42살 먹은 검사인 백시향(왕희지)의 결혼이었다. 그래서 극이 중반을 넘기기 전까지 42살 백시향과 12살 연하 부길라(김민성)의 사랑 줄다리가 극의 중심에 놓였고, 나이차 때문에 이별과 재결합을 반복하면서 기존 드라마에서 늘 그려왔던 집안의 반대, 갈등과 극적인 화해가 이어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극의 절반은 백시향과 부길라의 연애내용이었다. 사실상 그들이 말했던 기획의도와는 전혀 무관하게 백시향을 아현동 마님으로 만들기 위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기획의도를 살펴보면 참 거창하다. "이 드라마는 그들의 힘겹고도 정의로운 싸움과 온갖 인간군상들과의 만남 속에서 벌어지는 그들의 인간적인 모습, 그리고 사랑을 통해 우리 사회의 한 단편을 보는 동시에 진정한 정의란 과연 무엇인가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한다"고 밝혔다.

 

역시나 주인공들의 직업이 단지 검사일뿐 그 이상의 무엇이 없다. 물론 일일드라마라는 장르를 감안한다면 전문직업인들의 모습을 생생하기에 담을 수 없음을 감안한다 해도 <아현동 마님>은 전혀 기획의도와는 상관없는 드라마를 만들고 있음이 느껴진다.

 

a  뚱뚱해도 당당한 사랑을 외치는 금녀와 미녀만이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고 있다.

뚱뚱해도 당당한 사랑을 외치는 금녀와 미녀만이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고 있다. ⓒ imbc

뚱뚱해도 당당한 사랑을 외치는 금녀와 미녀만이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고 있다. ⓒ imbc

물론 꼭 기획의도대로 따라갈 수만은 없지만 진정한 정의가 무엇이며, 온갖 인간군상들을 만난다고 하는데 드라마에서는 그렇지 않다.

 

오로지 백시향과 부길라의 밀고 당기는 연애이야기와 저런 신혼부부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과도한 애정 상황극을 벌이는 그들만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과연 사회에 진정한 정의는 무엇일까? 나이 차를 극복하고 결혼에 골인한 그들이 사회에 정의를 구현한 것일까?

 

결국 검사라는 직업에 허울을 빌려왔을 뿐 직업과는 무관하게 그 속에서 남녀 사랑이야기가 주된 이야기였던 것이다.

 

그래서 별다른 이야기가 등장하지 않고 시청자들은 <아현동 마님>의 앞으로의 내용을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뻔한 드라마로 만들어버리고 있으니 당연히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람 마음이 암만 갈대라지만 이건 아냐


그렇다면 차라리 솔직하게 밝히고 백시향과 부길라의 결혼 이야기가 주된 내용으로 '사랑에 나이도, 국경도 없다'는 만고의 진리를 펼쳤더라면 솔직함에 어느 정도 용서가 되었으리라. 그리고 설사 사랑이야기를 그린다고 해도 사실상 문제될 건 없다.

 

모든 드라마들이 직업은 그저 허울이고 그 안에서 남녀의 사랑이야기 주된 내용으로 다룬 드라마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사랑이 펼쳐지는 과정을 보면서 실소를 금치 못할 정도로 전개가 비상적이었다는 것이다.

 

우선 백시향과 부길라의 나이 차이 때문에 백시향이 먼저 부길라를 밀어내려 하지만 그의 애타는 닭살 멘트에 넘어가게 되고 모든 집안이 알게 되자 역시나 반대를 하고 나섰다. 그리고 백시향 네에서는 성종(이동준)과 결혼을 시키려 백시향을 압박한다.

 

나이 차도 있고 이왕이면 나이도 얼추 맞고 돈 많은 남자면 좋겠지만 이건 해도 너무하다. 동생들은 대놓고 "언니 덕 좀 보자"고 이야기하며 막말을 서슴치 않았다. 한편 부길라네 집에서는 그의 어머니 사비나(이보희)가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그리고 결국 집안의 뜻대로 성종 사장과 결혼까지 감행을 하는데 급기야 변수가 생겼다. 그 전에 성종사장과 백시향의 아버지 백제라(김병기)와 원수지간을 만들어 덫을 쳐놓았으니 그 결혼이 성사가 불가능함을 누구나 예측할 수 있엇다.

 

하지만 결혼식을 감행하던 중 분을 몾참고 아버지가 쓰러지는 바람에 결혼이 무산되었다. 한편의 코미디였다. 물론 임성한 작가가 이전에도 갑작스럽게 인물들을 죽였던 선례를 생각해 보면 백시향의 아버지가 죽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백시향네 가족은 모두들 자신들의 과오를 반성하고 평소 집안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는데 단 한 번의 사건으로 화목한 가정으로 돌변했다. 결혼이 무산된 것을 알고 부길라가 다시금 백시향을 찾고 백시향과 결혼을 감행하자 꿈에 나타난 예지몽을 믿는 할머니가 찬성하고 나섰다.

 

그러자 사비나는 펄펄 뛰다 결국 찬성하게 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사실 어느 드라마에서나 있을 법한 드라마의 전개와 내용이다. 하지만 그것을 그려내는데 사람들의 마음이 너무나도 순식간에 돌변하고 반대했던 이들이 별다른 갈등을 하지 않고 찬성쪽으로 돌아선다든지, 언제 그랬냐는 듯 달라지는 태도를 보이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사람의 마음이 저렇게 쉽게 움직일 수 있을까 의아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백시향과 부길라의 사랑과 결혼을 엮어주기 위해서 위해 탄생된 인물들처럼 각기 조연들의 개성적인 캐릭터보다 단편적인 캐릭터로 일관하며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질 않는 내용들이 지속적으로 전파를 탔다.

 

a  개그야로 돌변하며 15분 가령 상황극을 보여줘 비판을 받은 <아현동 마님>

개그야로 돌변하며 15분 가령 상황극을 보여줘 비판을 받은 <아현동 마님> ⓒ imbc

개그야로 돌변하며 15분 가령 상황극을 보여줘 비판을 받은 <아현동 마님> ⓒ imbc

 

개그야로 돌변한 <아현동 마님>


물론 못생기고 뚱뚱한 백시향에 동생들 금녀(박준면)와 미녀(박준금)의 사랑이야기를 통해, 신체조건이 좋지 않지만 당당하게 자신들의 사랑을 갈구하는 모습을 선보이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또 이것들이 시청자들로부터 긍정적 받응을 얻어내고 있다.

 

지난 23일, 연지(고나운)와 혜나(금단비)가 자매가 되면서 갑작스럽게 15분 가량 넘는 상황극(129회분)이 펼쳐져 시청자들이 경악한 바 있다. 두 사람은 부모님이 서로 재혼을 하게 되어 자매가 되었고 그들이 생일파티에서 부모님들에게 기쁨을 주고자 개그콘서트에나 나올 법한 쇼를 펼쳤다.

 

그 쇼에 한복을 입고 앙드레 김을 따라하는 등 한편의 상황극이 벌였다. 물론 그 장면이 잠깐 정도 나왔더라면 시청자들은 너그럽게 넘어갔으리라. 하지만 장장 15분을 넘게 계속해서 연지와 혜나의 쇼가 펼쳐졌으니 시청자들은 황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거센 비판이 일자 임성한 작가가 친히 해명하고 나섰다.

 

그 해명인 즉 "두 이쁜 배우에게 연기를 제대로 펼칠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어제 망가진 모습까지 보여가며, 15분 넘는 분량의 연기를 훌륭하게 펼친 연지 고나은, 혜나 금단비 씨에게 작가로서 고맙고 응원의 칭찬의 박수를 보냅니다"라고 임성한 작가는 밝혔다.

 

즉 멜로는 금녀와 미녀가 담당하고, 주요 내용이 백시향과 부길라이다 보니 두 사람이 할당받은 분량이 제대로 없었기 때문에 기회를 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작가로서 충분히 고민이었을 것이며, 그들을 배려했다는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다.

 

하지만 작가는 배우들을 배려하기 전에 시청자들을 배려해야 한다. 그 상황극을 보려고 굳이 <아현동 마님>을 보기 위해 앉아있었던 것은 아니다. 또한 애초부터 그녀들의 캐릭터를 확고하게 잡지 못한 임성한 작가의 실수가 만들어 낸 것이다.

 

사실상 드라마 초반에 연지의 경우 부길라를 짝사랑하는 역으로 등장했지만 그에 대한 설명은 별다르 게 없었다. 단지 학생이며, 먹고 놀자 식으로 살아가며 외동딸로 이기적인 면이 있는 것이 전부였다. 그녀의 친구로 등장했던 혜나도 마찬가지다.

 

혜나는 친구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여기던 극 초반과 중반부에서 자신의 아버지를 연지의 어머니와 결혼시키기 위해 애를 쓰는 착한 딸의 모습이 전부였다.

 

그렇기에 그녀들이 그 일들을 수행하고 나니 별다르게 할 일이 없어진 것이다. 차라리 대학생으로서의 모습을 좀 더 보여주고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주는 것이 그들을 위한 배려가 아닐까, 나아가 시청자들을 위한 배려가 아닐까 싶다.

 

단 한 번의 일회성이 이벤트를 만들어 그녀들을 배려했다고 해서 앞으로 극중에서 그녀들의 역할의 비중이 얼마나 있을까 걱정이 될 뿐이다. 결국 임성한 작가는 스스로 자신이 캐릭터 설정을 잘못했다고 시인한 것 밖에 되지 않는다.

 

부디 정신을 차리고 더 이상 이야기할 소재가 없다면 끝을 맺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이제껏 <아현동 마님>을 그래도 재미있다고 본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당부하는 바다.

2008.01.28 10:16ⓒ 2008 OhmyNews
#아현동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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