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간 이사원룸 이사도 신구간에 행해집니다. 제주에서는 신구간동안만 하는 이사아르바이트도 있습니다.
강충민
신구간(新舊間)은 제주에만 있는 독특한 풍습입니다.
새 신과 오랠 구의 한자어에서 알 수 있듯 새로움과 오래된 것의 사이라는 뜻입니다. 이 한자에서의 신구(新舊)의 주체는 누구냐 하면 바로 신(神)입니다. 그러니 신구간은 1년 동안 제주를 담당했던 신과 새로 담당할 신의 정기인사이동 시기인 셈이죠. 그러니 신구간 동안은 제주에는 신이 없습니다.
이 신이 없는 시기를 틈타 제주에서는 이사를 하고, 집을 고치거나 합니다. 이 시기에 하면 신의 해꼬지라고 하는 동티를 피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새로 오는 신은 그 전의 형태를 당연히 알지 못하니까요.
제주사람들은 신이 1만2천 혹은 그 이상이라고 믿습니다. 그 만큼 제주사람들의 모든 생활 가장 가까운 자리에 신은 위치해 있고 함께 살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집안 구석구석에도 모든 신이 제 몫을 다해 같이 생활한다고 믿는 거지요.
그래서 신들이 제주 사람과 같이 생활하는 집안의 위치, 돌담의 모양, 화장실 가는 길, 마당에 있는 커다란 나무도 자연적으로 변형된 것을 제외하고는 쉽게 바꾸지 않습니다. 하물며 이사는 그보다 더 큰 일이니 신구간이 아닌 기간에는 거의 엄두를 내지 않았겠지요.
어느 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여 위치를 바꾸거나 고치면 그 자리에 있던 신들은 많이 혼란스럽겠지요. 내가 있던 집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겠고요. 이미 신과 사람의 의식은 같이 한다고 믿었으니까요.
그런데 신들의 임기가 1년이 아니고 2년 혹은 그 이상이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신들도 인간의 습성을 닮아 가끔은 그 임무를 소홀히 할 것이고, 맘에 드는 누구의 집에 집중적으로 특혜를 베풀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제주사람의 일상생활, 길흉화복에 신들의 부정부패가 생길 소지를 미리 차단하고자 하는 장치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듭니다.
이런 신구간에 바로 이사가 집중됩니다. 그러다 보니 육지에서 제주로 이사 오는 사람들은 집을 구하기가 무척이나 힘이 듭니다. 새로 한 달 전에 이사 온, 같은 라인 아저씨도 그랬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