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에서 정조가 되는 세손 이산(이서진).
MBC
이산의 등극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영조가 양위의 뜻을 밝혔고, 세손파와 반대파 간에 치열한 물밑 작전이 개시되었다. 영조는 '설날' 이후엔 사망할 것으로 보이고, 이산도 '대통령 취임일'에 즈음해서 등극할 것으로 보인다. 그 때까지 세손에게 남은 것은, 반대파의 공격을 누르면서 국왕직 인수를 준비하는 것뿐이다. 이것은 드라마 <이산>의 내용이다.
실제 역사에서는 영조가 대리청정을 선포한 이후 세손파와 반대파 간에 치열한 공방전이 전개되었다. 세손이 대리청정을 개시한 시점은 서기 1776년 1월 30일이고, 영조가 사망한 시점은 같은 해 4월 22일이다. 이 82일 동안 이산은 반대파의 공격을 누르면서 국왕직 인수를 추진했다. 요즘 말로 하면, 82일간의 '대통령직' 인수에 대처한 것이다.
이 82일 동안의 정치적 공방전에 관한 이야기는 차후로 미루고, 여기서는 그 기간 동안에 정조가 어떤 자세로 국왕직 인수에 대처했는지 하는 점만 살펴보기로 한다. 국왕직 인수에 대한 세손 이산의 자세.
왜 그것을 살펴보아야 할까? 여기엔 중요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이산이 얼마나 진지한 자세로 왕자(王者) 훈련을 해왔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대통령직 인수기간 82일, 이산은 무엇을 했나열렬히 고대하던 그 무언가가 갑작스레 이루어지려는 순간, 그 앞에서 인간의 자세는 크게 두 가지로 갈린다. 한 가지는 매우 진중한 태도, 또 한 가지는 매우 경망스러운 태도.
고대하던 그 무언가를 위해 평소부터 열심히 준비해온 사람은 희망의 성취 앞에서 진중함을 유지할 수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대하던 그 무언가를 그냥 고대만 했을 뿐 평소에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은 사람은 갑작스러운 희망의 성취 앞에서 그저 흥분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 사람은 대개 경망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법이다. 스스로 어찌해야 할 바를 잘 모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까지 덩달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이산에게도 국왕 등극은 '고대하던 그 무언가'였다. 왕의 손자로서, 왕세자의 아들로서 태어난 그는 세상에 나온 그 순간부터 왕자(王者)의 자리를 향해 달려온 사람이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하마터면 좌초될 뻔도 했지만, 그는 그런 파고를 헤치고 국왕 등극 직전까지 달려온 사람이었다.
국왕 등극을 눈앞에 둔 상황. 만약 그가 평소에 준비를 게을리했다면, 그는 분명히 몹시 흥분하여 경망스러운 태도를 보였을 것이다. 반면 그가 평소부터 충실히 준비했다면, 그런 상황에서도 침착성을 잃지 않고 진중함을 보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