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민주노동당은 이번 국회에서 들러리가 되지 말라

민주노동당에 바란다

등록 2008.01.30 09:25수정 2008.01.30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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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4월 15일 목요일을 기해 한국정치사에 첫 이름을 ‘정식’으로 등록하며 ‘진짜 진보’를 표방했던 당. 사회 곳곳에서 서민들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주는 ‘서민형 정당’으로서 오랜 현장 경험을 정치판에서도 유감없이 보여주는 작지만 강한 정당이 되리라 믿었던 정당. 지지기반이 분명하고 정당 목표가 명확하여 한국형 정당정치 조성에 의미있는 역할을 하리라 믿었던 정당. 바로 민주노동당이었다.

 

너무 많은 수식어를 갖다 붙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모든 수식어는 그래도 오로지 민주노동당 몫이었다. 아무리 국회에서 제 목소리를 못내도 국민들은 이제 막 중앙정치를 경험한 ‘꼬마 정당’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다. 다만 그 ‘꼬마 정당’이 그래도 ‘꼬마 장사’라는 애칭을 얻기를 국민들은 바랐다. 한국정치 발전을 바라는 국민들이라면 다들 민주노동당에 대한 관심어린 지지를 보냈다. 마음으로나마.

 

첫 원내 입성에 성공한 당 치고는, ‘정당명부제’라는 제도에 힘입어 어렵사리 국회 문턱을 넘어선 정당 치고는-정확히 말해, 17대 총선 당시 민주노동당은 비례후보 8명, 지역구 후보 2명 등 총 10명을 등원시켰다. 2008년 1월 현재 민노당 소속 국회의원 수는 9명-민주노동당이 받은 사랑이 결코 적지 않았다. 오랜 현장 경험과 철저한 시민 지지 정책이 언젠가는 빛을 보리라 기대했다. 그리고, 그 정책을 꾸준하게 잘 유지하며 그 목소리를 희석시키지만 않았다면 민주노동당은 여전히 사랑받고 있었을 게다.

 

그랬던 민주노동당이 지금 분당이네, 신당 창당이네 하며 제 살을 깎아 먹으며 혼자서 역정을 내고 있다. 그래서, 애정어린 마음을 담아 민주노동당에게 몇 마디 말하고 싶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국회에서 들러리가 되지 말라

 

이제는 이름도 가물가물한 ‘국민승리21’이 그래도 여전히 많은 이들 기억에 남아있다. 그리고 2000년 1월 ‘국민승리21’은 현 민주노동당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리고 2004년에 역사적 발자취를 한국정치사에 남겼고 올 2008년 1월 민주노동당은 8주년을 맞았다. 7주년이던 작년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8주년을 맞이한 올해 초 민주노동당 분위기는 날마다 냉랭해져 급기야 한쪽은 얼어붙고 한쪽은 불붙고 있다.

 

왜 이리 구구절절 민주노동당 역사를 읊어주는지 아는가. 민주노동당에게 부여한 그 많은 수식어가 결코 ‘립서비스’ 차원에서 나온 게 아니었을 뿐더러 민주노동당이 걸어온 길 역시 결코 어느 정치세력 못지않게 현장을 알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탁상공론’식 정치라면 누구보다 치를 떨고 몸서리치게 혐오했을 당이 바로 민주노동당이기 때문이다.

 

분당이네 신당 창당이네 운운하는 지금 상황에서 뭐 이리 주절주절 칭찬 아닌 칭찬을 늘어놓을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민주노동당이 한국정치사에 남긴 발자취를 의미 있게 보는 한 사람으로서 지금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이 너무 안타깝다.

 

이런 씁쓸한 처지에 자의반 타의반 내몰린 민주노동당에게 대한민국 국민 중 한 사람으로서 몇 마디 조언 아닌 조언을 하려고 한다. 내부 혼란을 겪고 있는 당에게 허공을 치는 메아리로 들릴지언정 진심을 담아 몇 마디 그들에게 말하련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국회에서 결코 들러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국회 전후로 분당 또는 신당 창당과 같은 가장 안 좋은 결과를 얻게 되더라도, 이번 국회에서 민주노동당은 자기 목소리를 분명히 내야 한다. 최선이 아니며 차선을 위해서라도 이번 국회에서 민주노동당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열정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간 민주노동당은 한미FTA를 가장 강하게 반대해왔다. 그간 민주노동당은 사회양극화를 비판하다 못해 비난하며 신세계화 흐름에 강하게 저항했다. 그간 민주노동당은 ‘가진 자’를 철저히 비판하며 ‘서민정당’임을 결코 부끄러워하거나 애매모호하게 표현하지 않았다.(거듭 말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이 모든 것이 칭찬 아닌 비아냥으로 들릴지 모르겠다. 이에 대해서는 민주노동당 스스로 답해주기 바란다.)

 

민주노동당이 이번 국회에서 결코 들러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미 대선은 끝나고 민노당은 철저히 외면당했으며 17대 마지막 국회는 오로지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 목소리만 메아리치게 생겼다. 만일, 이런 형국인 이번 국회에서 민주노동당이 한 치라도 기죽은 모습을 보이거나 목소리를 내야 할 때 내지 않는다면, 그래서 이런 태도가 민노당 지지자와 국민들에게 알려지게 되면 민주노동당은 분당이든 신당 창당이든 그 어디에도 그동안 얻은 얼마 안 되는 명예마저 더럽히게 될 것이다.

 

지금은 ‘쥐 죽은 듯 있을 때’라고 말하지 말라. 다른 당도 아니고 진보정치를 전면에 내걸고 그간 국회 문턱을 오갔던 민주노동당이라면 그래서는 안 된다. 내부에서는 혼란을 거듭할지라도 국회에서는 결코 분열해서도 침묵해서도 안 된다. 차라리 그럴 거면 ‘진보정당’이라는 가치부터 철회하든지.

 

다시 말하건대, 민주노동당은 이번 국회에서 결코 들러리가 되지 말라. 그 이상은 나도 요구할 수 없다. 그 이상을 요구하자면, 오로지 스스로 주저앉은 민주노동당이 답할 수 있을 따름이다. 첫 원내 입성에 성공한 진보정당, 민주노동당. 이번 국회에서 그리고 다가올 총선에서 다시 한 번 주저앉는다면 민주노동당은 ‘차라리 작년 대선이 더 나았다’며 헛웃음만 지을지 모른다. 총선이 멀지 않다. 바라건대, 민주노동당은 17대 국회 마지막 활동에서 결코 좌충우돌하는 행보를 보이지 말라.

덧붙이는 글 | 민주노동당과 관련된 각종 기록은 당 홈페이지('소개'-'당이 걸어온 길')에서 우선 참고했고 국회 기록('의원광장'-'국회의원 현황')을 비교자료로 참고했다.
1. 민주노동당 www.kdlp.org
2. 국회 www.assembly.go.kr

2008.01.30 09:25ⓒ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민주노동당과 관련된 각종 기록은 당 홈페이지('소개'-'당이 걸어온 길')에서 우선 참고했고 국회 기록('의원광장'-'국회의원 현황')을 비교자료로 참고했다.
1. 민주노동당 www.kdlp.org
2. 국회 www.assembly.go.kr
#민주노동당 #17대 국회 #18대 총선 #진보정당 #정당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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