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그 독특한 체험 속으로

부산 벡스코에서 만난 공의 미학

등록 2008.01.31 08:30수정 2008.01.3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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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의 마지막 토요일 날, 아이들을 데리고 벡스코에 마련된 특별한 놀이터에 갔다 왔다. 이름 하여 롤링볼 뮤지엄. 공을 주제로 한 특이한 놀이터였다. 이 놀이터에 등장하는 공은 그 종류도 다양했다. 쇠구슬과 유리구슬이 있는가 하면 나무로 만든 공도 있었다.

 

이 놀이터에 들어가면 우선 눈에 띄는 특이한 예술품들이 있다. 바로 전 세계에서 수집한 롤링볼 조형물들이 그것들이다. 미국와 유럽의 롤링볼 조형가들이 만든 이 특이한 장치들은 섬세한 과학적 요소와 예술적 요소가 한데 어우러진 조형물들이다. 조형물을 만든 소재는 주로 금속재이지만 나무로 만든 조형물도 있다.

 

a  작품 오디세이

작품 오디세이 ⓒ 김대갑

작품 오디세이 ⓒ 김대갑

 

놀이터는 크게 보아 두 파트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는 금속재로 만든 기계적 장치의 롤링볼 조형물이며 또 하나는 독일 장인이 만든 13가지 나무 구조물이다. 금속재로 만든 조형물들은 우선 그 구조가 주는 미학이 아주 빼어나다. 어쩌면 저렇게 정교하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쇠구슬이 굴러가는 궤적은 치밀하다.

 

아주 낮은 곳에서 공을 최초의 낙하지점으로 이동시키는 장치는 무척 앙증맞다. 낙하를 시작한 공은 파이프와 철사 혹은 구리로 이루어진 뼈대를 요리조리 옮겨 다니면서 포물선 운동을 시작한다. 공 하나가 내려가는 시간은 불과 몇 초 남짓하지만 공이 움직이는 궤적의 시간은 무한하다. 넋을 잃으면서 그 궤적을 쳐다보노라면 기계 장치가 주는 예술적 미에 절로 탄성을 지르게 된다.

 

a  작품 지구혁명

작품 지구혁명 ⓒ 김대갑

작품 지구혁명 ⓒ 김대갑

 

금속재 조형물의 이름들도 참 특이하면서도 재미있다. 맨 처음 만나는 기계 장치에는 오디세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미국 출신의 작가가 만든 이 작품은 가장 대표적인 롤링볼이라고 할 수 있다. 롤링볼의 다양한 매커니즘을 여러 가지 색으로 표현한 이 작품은 공과 매커니즘이 만든 소리를 전해줌과 동시에 시각적 즐거움과 청각적 유쾌함을 느끼게 해준다.

 

a  앙증맞은 조형물

앙증맞은 조형물 ⓒ 김대갑

앙증맞은 조형물 ⓒ 김대갑

 

‘혼돈 속의 질서’라는 작품 또한 독특한 조형미를 선사한다.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마치 하나의 우주를 연상시킨다. 투명한 상자 안에 담긴 작은 우주. 그 우주를 떠돌아다니는 쇠구슬의 움직임은 우주를 떠돌아다니는 작은 별을 연상시킨다. 과학과 예술의 절묘한 융합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한다.

 

또한 녹슬고 구부러진 철제 조각을 그대로 사용한 ‘지구혁명’이란 작품은 크고 작은 톱니 모양의 장식물을 이용하여 롤링볼을 보다 기계적으로 보이게 하는 효과를 준다. 벽에 부착된 구조체로 이루어진 지구혁명은 환경에 대한 문제를 자연스레 표현한 작품이기도 하다.

 
a  공을 굴리는 아이

공을 굴리는 아이 ⓒ 김대갑

공을 굴리는 아이 ⓒ 김대갑

 

이외에도 롤링볼 뮤지엄에는 다양한 체험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나무로 이루어진 조형물들은 친환경적인 목재로 이루어져 있다. 이 체험공간에서 아이들은 나무부재를 이용한 다양한 조형물을 직접 만들 수도 있고, 자신이 만든 조형물을 이용한 공놀이를 즐길 수 있다. 나무 조형물에도 제각기 이름이 붙어 있는데, 폭포라는 조형물은 마치 폭포의 단면을 표현한 듯한 느낌을 주며 아크릴과 목재 공을 이용한 작품은 투명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a  재미있는 공놀이

재미있는 공놀이 ⓒ 김대갑

재미있는 공놀이 ⓒ 김대갑

 

공은 선사시대부터 아이들과 어른들이 동그란 물체를 놀이에 썼던 것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인간에게 가장 많은 스포츠를 안겨준 물체이며 곡면이란 특징에 의해 언제나 움직여야 하는 물체인 공. 어찌 보면 인류에게 공만큼 유익한 물체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공은 스포츠뿐만 아니라 산업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류로 하여금 문명이라는 것을 만들게 해준 공은 분명 조물주의 가장 큰 선물일 것이다.

 

독특하면서도 특별한 재미를 안겨주는 롤링볼 뮤지엄은 겨울 방학을 보내는 아이들에게  훌륭한 추억을 안겨줄 것이다. 롤링볼 뮤지엄은 2월 10일까지 벡스코에서 개최한다.

덧붙이는 글 유포터에도 송고함
#공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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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스토리텔링 전문가.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토요일에 떠나는 부산의 박물관 여행>. <잃어버린 왕국, 가야를 찾아서>저자. 단편소설집, 프러시안 블루 출간. 광범위한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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