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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성(詩聖) 괴테는 시인인데, 건축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가 남긴 건축에 대한 말 중에 "건축가의 운명은 가장 짖궂은 것이다. 한번도 살아 보지도 못할 건물을 낳기 위해서 그는 얼마나 그의 영혼, 그의 모든 마음, 그의 모든 정열을 쏟아 놓는가 !"라는 이 말은, 참 기이하게, 103년 후에 탄생한 세계적인 건축가 '가우디' 생애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건축 문외한이라도 '가우디'의 이름만은 모두들 알고 있는, 그는 스페인의 한 가난한 구리세공업자의 아들로 태어나, 31세에 역작 <성 가족 교회> 작업에 매달리며, 평생 결혼하지 않아, 평소 걸인처럼 보여져서 행인들이 동전을 적선했다는 일화도 있다.
우후죽순처럼 하늘을 향해 머리를 들고 있는 높은 아파트 건물이 존재하는 해운대 신시가지에 오면, 절로 가우디가 '달팽이', '버섯', '구름', '나뭇잎' 등에서 보고 느낀, 사실적이면서도 부드러운 곡선 등으로 사람들에게 환상의 날개를 펼치게 하는, '구엘저택'과 '레알광장'의 환상적인 가로등이 떠오른다.
해운대 신시가지의 인구 밀도는 높다. 건립 당시 계획 목표는, 총 3만 3천 4백여동의 아파트에 인구 10만이었다. 지금도 아파트가 건립 중이며, 도로 하나를 경계로 재 건축을 기다리는, 5층 짜리 주공 아파트 대단지의 재 건축 층수의 목표는, 20층이 넘는다는 소문이다.
해운대 신시가지는 군부대가 철수하고 난 자리로 해운대 신시가지가 제대로 형성된 것은 10년 남짓된다. 이 때문에 사람 사는 냄새보다 시멘트 냄새가 아직 배어 있다. 더구나 주변의 허름한 건물과 낡은 가옥들은, 하룻밤 자고 나기 무섭게, 새 건물로 바뀌고 있다.
누구나 좋아하는 노래 <즐거운 나의 집>처럼, '집'은 '집안'이란 말을 내포한다. 이런 '집'은 인간적인 상징성을 띠게 된다. 현실적으로 우리의 삶의 뿌리이자, 안식처 및 피난처 등이 되어 준다. 집의 어원은 한자, '가(家)'이다. 우리의 전통 기와집은 고어로 '디새집'이다.
'디새'는 흙의 뜻을 지니고, 기와는 흙으로 구워서 만든다. 그외 나무로 만든 '너와집', '오두막'은 산 기슭의 집을 이른다. '오두'는 산의 뜻을 지니고, '막'은 말뚝의 '말'의 된말로 '산가'가 된다.
집은 이렇게 넓은 의미에서 주거용으로서, 사람이 사는 집을 이른다. 우리나라 민속, 무속에서 집은 '신의 집', '태양의 집', '달의 집,', '바람의 집' 등 우주론적 관념이 투사되어 있다. 이는 지구 저편의 천재 건축가 '가우디'가 남긴 역작 속에서도 찾아 볼 수 있겠다.
지형을 살펴 보면, 해운대 신시가지는 '장산'의 넓은 품이 부처님처럼 해운대 신시가지를 안고 있는 형국이다. 장산으로 올라가는 산행로는 많다. 그 산행로를 타고 해운대 신시가지의 대천공원을 지나서 '양운폭포'를 거쳐서 장산에 오를 수 있다.
백조들이 그림처럼 놀고 있는 호수의 벤치에 앉아 여유를 즐기는 몇몇 주민에게 '이곳에 사시니 좋으시죠 ?'하고 말을 건네니, 모두 입을 맞춘 듯이 '그럼요. 정말 이곳에 사는 게 선택 받은 것 같아요'라고 한다. "어머, 그래요 ? 그렇게 살기가 좋으세요" 하고 되물으니 다시 또 입을 맞춘듯이 아침 조깅은 물론 달빛 아래 산책도 할 수 있는 '대천공원'이 있어 너무 살기 좋아서 만족한다고 한다.
우리 속담에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 민족들은, 절대 집안 걱정 남에게 알리기 싫어한다. 이 아파트에 사는 몇몇 주민처럼, 우리 현대인의 삶이 주변 자연의 환경에 만족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유토피아'는 이곳이 아닐까.
그러나 해운대 신시가지의 조경 좋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몇몇의 행복하다는 주민들과는 달리 해운대 신시가지 상가 건물 안의 윗층 아랫층을 돌아다녀보면, 셔터를 내려서 빈 동굴과 같이 어두운 곳이 많다. 더구나 유명 백화점과 대형 마트 외 대로변의 상가들마저 장사가 안되어서, 문을 닫은 지 얼마되지 않아 새 가게가 들어서고, 곧 새 주인을 찾는 벽보들이 나붙는다.
이곳의 중심의 가로수들은, 현대인의 곤곤한 삶의 상징처럼, 밤마다 화려한 불빛을 빛내기 위해, 전깃줄로 칭칭 몸을 감고 고문을 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사람들이 자연을 사랑한다는 말들이 공허해 진다.
'해운대 신시가지'는, 종종 '서울 강남'과 '경기도 일산'에 비유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곳에 사는 주민 소수의 말처럼, 이곳이 진정 자연에 만족하고 사는 겉과 속이 모두 알찬 진짜 부자 동네가 아닐까 믿어 본다.
부산은 바다를 메워 아파트 단지를 조성할 만큼 땅이 좁다. 아파트의 높은 건물을 일러, 모(某) 시인은 끔찍하게 '도시의 납골당'이라고 표현한다.
새삼 신시가지의 울창한 아파트 숲을 둘러 본다. '집'이 가문과 가통의 자리라는 인식이 큰 우리 선조들의 얼이 깃든, 전통 가옥은 단 한 채도 찾아 볼 수가 없다.
위대한 건축 예술가, '가우디'. 그는 사망 당시, 너무 남루해 행려병자로 방치될 정도였지만, 현세의 '바로셀로나'를 먹여 살린다고 한다. '집'을 우주로 생각했던 우리의 겨레의 깊은 의식 속에 '집'은 '우주의 모상'과 관련된, '당(堂)'은, 모태의 '아기집'의 상징성을 내포한다.
백년 후, 이곳에 사는 미래의 주민들은 낡아서 사람이 살기 힘들어진 아파트 숲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까 ?
아직 이곳은 더 없이 좋은 자연과 더불어 존재하는, 이 도시에 사는 소시민들이 꿈꾸는 공간이다… 새삼, 공간과 예술로서의 건축을 꿈꾸었던, "건축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꿈과 사랑을 시간과 공간 속에 정성 들여 녹여 붓는 작업이다"는 김중업의 말을 곱씹어 본다.
그나저나, 월셋방을 전전하는 저소득층의 집없는 서러움은, 집이 있는 강남 땅의 '가난한 부자'들의 생활고보다 그 '사회적 해결책'이 시급하게 모색되어야 하지 않나 ?
2008.02.02 17:30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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