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랑생가 영랑생가 안채 국가지정 중요민속자료 제 252호
조찬현
서정시가 있는 ‘영랑생가’
돌담길을 걷는다. 가장 먼저 만나는 예스러운 탑골샘이 정겹다. 이 샘은 도르래를 이용해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올린다. 대나무로 엮은 사립문을 열고 들어서면 영랑생가다.
전남 강진에 있는 영랑생가는 지방기념물 제89호로 관리되어오다 2007년 10월 국가지정 중요민속자료 제 252호로 지정되었다. 시인 영랑 김윤식이 태어난 영랑생가는 전형적인 부농가의 생활공간으로 영랑의 체취가 오롯이 남아 있다.
영랑은 '시문학' 동인으로 참여하여 '모란이 피기까지는' '가늘한 내음' 등 남도의 정서를 전통적 운율로 읊어낸 주옥같은 서정시를 남김으로써 한국 시문학의 수준을 한 차원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윤식(1903~1950) 시인이 태어나 성장한 생가는 그의 예술혼이 담겨 있는 유서 깊은 곳이다. 영랑은 80여 편의 시 중 60여 편을 이 곳 강진 생가 주변의 소재들로 썼다.
사랑채에는 원고를 쓰고 있는 영랑의 모습을 밀랍인형으로 재현해 놨다. 호롱불과 화로가 곁에 놓여 있다. 사랑채 앞에 길게 드러누운 소나무와 배롱나무, 은행나무 고목의 정원 벤치에 앉아 있으면 시 한 수가 절로 나올 듯싶다. 영랑생가 주변을 감싸고 있는 울창한 대나무 숲과 이제 갓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 동백꽃이 유혹하는 남도의 겨울 풍경이 정말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