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통령님, 영어를 논할 때가 아닙니다

미국발 경제침체 앞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등록 2008.02.04 14:24수정 2008.02.0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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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9일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미국의 대표적 부동산가격 지표인 케이스쉴러(S&P/Case-Shiller) 지수를 발표하였다. 20개 대도시의 주택가격 지수를 종합하여 2개월의 시차를 두고 월별로 발표하는 이 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주택가격 지수는 전 년 동월에 비해 7.7% 하락하여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였다.

 

조사 대상인 20개 대도시 모두 전월에 비해 가격이 하락하였고, 주요 10개 대도시의 하락폭은 8.4%로 상대적으로 컸다. 지수를 개발한 쉴러 교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하락 1조6천억 달러 손실

 

1980년대 완만하던 케이스쉴러 지수는 1997년 1사분기 81.82에서 2006년 2사분기 189.93으로 무려 132%의 기록적인 증가폭을 보였다. 특히 2000년 나스닥 붕괴 이후 저금리 기조 하에서 2001년부터 그 상승폭은 가파르게 확대되었다.

 

무엇보다 1997년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민간 순저축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시점으로, 부채를 통한 소비 확대라는 기형적인 경제구조가 형성된 시점이다. 즉 주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비노동소득 증가는 ‘부(富)의 효과’(자산 가격이 상승하면 소득이 증가하는 현상)에 기초하여 소비를 촉진했고,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담보가치 상승과 경제호황은 가계와 은행의 신용을 확대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6년 3사분기부터 하락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부동산 가격 하락은 이런 기형적 구조가 지속될 수 없음을 입증해주고 있다. 지난해 11월 주택가격 하락은 전달에 비해 2.1% 하락한 것으로 연간 기준으로는 20%가 넘는 수치다. 미국의 가계는 지난 9월 말 기준, 21조 달러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거주용 주택에 해당한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이 1% 하락할 때마다 최소 2000억 달러의 국부 손실을, 연간 7.7%의 하락은 1조 6천억 달러 이상이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주가 하락 1조 달러 손실

 

또한 미국 중앙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가계는 주식과 뮤츄얼펀드에 각각 6조와 5조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 말까지 다우지수가 10% 하락했기 때문에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만 1조 달러를 초과한다.

 

‘부(富)의 효과’라고 알려진 자산과 소비 변화의 관계는 비록 명확하지도 안정적이지도 않지만, 대략 100원의 자산 가치 증가는 3~4원의 소비 증가를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꾸로 부의 효과로 인한 소비 감소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780억 달러에서 1000억 달러에 달하게 된다.

 

물론 소비에 있어서 ‘부의 효과’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용시장 악화에 따른 소득 감소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지난 연말 이미 5%를 기록하여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미국의 실업률은 암울한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부채 디플레이션에 빠져드는 미국

 

또한 2005년 이후 서브프라임과 그보다 조금 신용이 높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알트에이(ALT-A) 대출을 합하면 대략 2조5천억 달러 이상이 된다. 적게는 3000~4000억 달러에서 많게는 9000억 달러의 손실을 초래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손실은 대부분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이 부담하게 되며, 금융기관이 손실을 충당하고 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서 대출을 줄인다면 가계의 신용 축소는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은행의 1달러 손실은 신용창출 효과를 고려하면 대략 8~10 달러의 대출 축소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결국 비이성적 부동산 가격 거품→부동산담보 가치 상승→가계 차입 증가→소비 확대의 구조는 소비지출 하락과 신용 축소라는 전혀 상반된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따라서 미국경제는 부채 증대, 신용 축소와 자산 가치 하락에 따른 소비 하락→경기침체→고용 하락, 신용축소→자산매각→자산 가치 하락→소비 하락으로 이어지는 부채 디플레이션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대통령의 대책은 무엇인가?

 

그러나 문제는 80년대 이후 급속하게 진행된 금융시장 규제 완화와 만성적인 재정적자로 미국의 연방정부와 중앙은행이 선택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별로 없고 유효하지도 않다는 점이다. 결국 이제 막 경기침체에 빠져들고 있는 미국경제의 금융과 소비 시장이 근본적으로 회복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기침체는 우리로 하여금 직간접적인 수요 감소뿐만 아니라 금융시장 혼란에 따른 경제주체들의 심리 약화로 이미 정점에 접어든 한국경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엄중한 시기에 새정부는 고지점령식 몇 % 성장을 논하거나, 한가하게 ‘영어’를 찬양할 때가 아님을 유념해야 한다. ‘미국발’ 경기침체에 어떻게 대응할지 ‘경제대통령’ 이명박의 ‘훈수’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정책대안 웹사이트 이스트플랫폼(www.epl.or.kr)에도 실렸습니다. 여경훈 기자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연구원입니다.

2008.02.04 14:24ⓒ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정책대안 웹사이트 이스트플랫폼(www.epl.or.kr)에도 실렸습니다. 여경훈 기자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연구원입니다.
#미국경기침체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채 디플레이션 #경제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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