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의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전 대선후보가 지난해 대선 이후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은 5일 여의도의 한 호텔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함께했다. 정 전 후보 측이 지난달 27일 계룡산 산행에서 '신당 창당'을 언급하면서 손 대표를 압박한 뒤에 만들어진 자리다.
정 전 후보 쪽은 "손 대표가 당을 맡으면서 민주개혁세력의 노선에서 이탈했다"고 비판하자, 손 대표측은 "그가 신당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며, 총선에서 자기 계파 사람들을 배려해 달라는 요구"라고 받아쳤다.
그러나 통합신당 판 자체가 깨지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런 공방 끝에 두 사람이 지난 지난 1월 30일 통화를 하면서 회동자리가 만들어졌다.
공방 끝에 만들어진 회동
손 대표는 이날 기자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봄이 온다네. 봄이 와요. 얼음장 밑으로 봄이 와요'라는 윤석중 선생의 동요 '봄노래'를 불렀다. 정 전 후보는 "오늘부터 (통합신당에는) 무슨 무슨 계라는 것은 없다, 모두 손학규계다"라고 화답했다.
이날 회동은 손 대표에게는 신당창당설까지 나왔던 정 전 후보와 손을 잡음으로써 당내 최대분란 요인을 일단은 없앴다는 의미가 있다. 반면 정 전 후보에게는 대선패배 이후의 '묵언수행'을 깨고 완벽하게 정치를 재개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다. 그러나 총선 공천문제를 두고 양쪽이 갈등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정 전 후보 쪽에서는 그의 총선출마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한 측근은 "지역구에 직접 나설 수도 있고, 본인 출마 대신 전국적인 지원유세에 나서는 방안이 있을 수 있는데, 전자 쪽 분위기가 조금 우세한 것 같다"고 전했다.
다음은 두 사람의 대화.
손학규 :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
정동영 : 손 선배가 많이 도와주셨는데 제가 모자라서 면목이 없다. 국민에게도 상처를 많이 드렸다.
손학규 : 우리가 국민들에게 따끔한 질책 받았으니 반성하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 줘야 한다.
정동영 : 작년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손 선배가 앞장서셨으니까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
손학규 : 정 의장이 반성하고 쇄신하는데 앞장서서 다같이 새로운 모습으로 나가면 그때 국민들이 새로운 손길 내밀 것이다.
정동영 : 이사하셨다고 들었다.
손학규 : 신당동으로 이사하니 중구에 출마하냐고 하더라.(웃음) 산에 잘 다녀오시고?
정동영 : 어제가 입춘이다. 산에 갔더니 벌써 얼음장 밑에 시냇물이 졸졸 흐르더라.
손학규 : 그런 노래가 있다. (취재진 보면서) 아침에 제가 노래 한번 할까요. '봄이 온다네. 봄이 와요. 얼음장 밑으로 봄이 와요.' 그런 동요가 있다. 우리가 지금 불러야 할 노래다. 아직은 우리가 봄을 구가해서는 국민들이 뭐 벌써 봄을 노래해? 할 테고. 아직은 찬 겨울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반성과 자기를 버리고 자기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아직도 한참 가야 할 것 같다. 나는 팔자에 없는 당 대표직을 맡아 반성하고, 자숙할 시간도 제대로 갖지 못했다.
정동영 : 말씀대로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반성해라. 희생하는 마음 가지고 새롭게 태어나라는 것인데, 손 선배님 밖에는 앞장서서 반성과 쇄신을 이끌어낼 분이 없다고 생각한다. 막중한 책임을 지셨는데 여당 노릇은 제대로 못했지만 야당으로서는 국민들로부터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손학규 : 내가 막중한 책임 어찌 감당할지 모르겠다. 혹시 언론에서 보셨을지 모르겠지만 이 자리를 꼭 내게 주셔야겠습니까 기도가 저절로 나오더라. 누가 맡아도 맡아야 할 일이라면 나라도 맡아서 해야지 하지만 워낙 힘이 부치고 능력이 부족하다. 정 후보께서 당의 화합, 쇄신, 자기희생을 위해 노력해달라.
정동영 : 김구 선생께서 독립된 나라에서 문지기라도 해봤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아무튼 저도 그런 생각이다. 4년 전에 손선배가 맡았던 것처럼 당의 책임을 맡아 4월 선거를 했는데 처음에는 차가웠다. 그런데 진정성을 갖고 다가가니 얼음장이 풀리듯 민심이 녹는 걸 느꼈는데 저는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충분한 시간이 있다고 본다. 손 선배께서 좋은 야당, 강한 야당 만들어주실 것으로 믿는다.
손학규 : 요즘 내가 이곳저곳에서 방송 언론 인터뷰에서 몇 석이나 기대하느냐 하는데 아직은 그 얘기할 때가 아니라고 답변한다. 우리가 제대로 된 야당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야당하고 협조할 때 협조하고 안 될 때 단호한 야당을 하기 위한 자기반성과 자기희생의 시기다. 우리가 국민 뜻에 따라서 국민을 기준으로, 국민 눈높이로 우리 자신을 맞출 때 국민들이 손 내밀어줄 것으로 생각하고 자기성찰과 준비의 기간으로. 그렇게 하면 반드시 국민은 야당의 역할을 기대할 것이고, 또 해야 하고.
(손 대표가 정 전 후보 쪽의 김현미·박영선 의원에게 좌석을 권유하자)
정동영 : 오늘부터 무슨 무슨 계 없다. 다 손학규계다.
2008.02.05 10:36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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