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수사팀이 특검의 자료 요청에 불응 중인 국세청을 압박하고 나섰다.
윤정석 특검보는 13일 오전 서울 한남동 특검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세청 자료는 특검 수사에 꼭 필요한 자료"라며 "협의 결과를 봐야 하겠지만 통상적인 절차를 통해 자료를 받을 수 없다면 강제처분을 통해서라도 확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윤 특검보는 지난 12일 확보한 금융감독원 자료에 대해서는 "개인에 관한 금융정보도 들어있기 때문에 법절차 위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가 절차상 필요한 영장을 받은 것이지만 국세청의 경우에는 특검법 상 관련 기관의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특검팀과 국세청 사이의 협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윤 특검보는 국세청이 지금까지 자료 요청에 불응하는 이유와 관련해 "민감한 부분이 있어 말씀드리기가 곤란하다"며 "우리가 답변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국세청이 공식적으로 밝힐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세청은 지난 1일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삼성 특검의 자료 요청에 협조할 수 없는 이유를 해명한 바 있다.
당시 국세청은 "변호사의 자문을 얻은 결과 국세기본법 제81조 10(비밀유지)조항에 의거해 과세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며 "개별과세정보가 공개될 경우 과세당국과 납세자와의 신뢰관계가 무너지고 이로 인해 국세행정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국세청은 더 이상 우를 범하지 마라"
시민단체들도 국세청의 특검 수사 협조를 강력하게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등 5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삼성 이건희 불법규명 국민운동'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종로구 수송동 국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세청이 삼성 특검이 요구한 삼성그룹 임원들의 차명 의심 재산 관련 자료를 제출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국세청의 삼성 특검 수사 비협조는 "삼성그룹의 구조화된 불법 행위를 청산하고자 하는 국민적 열망에 부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삼성 특검법 6조 3항과 5항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삼성 특검법 6조 3항에 따르면 "특별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필요한 경우 관계 기관의 장에게 사건과 관련된 사건의 수사기록 및 증거 등 자료의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동조 5항의 경우에는 "요청을 받은 관계 기관의 장이 이에 불응할 경우 특별검사는 관계 기관의 장에 대한 징계절차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삼성 이건희 불법규명 국민운동'은 이 같은 특검법 상 조항들이 지난 1일 국세청이 밝힌 국세기본법보다 우선되는 특별법임을 지적하고 "국세청이 삼성특검법을 무시한 채 국세기본법을 방패 삼아 특검 수사에 소극적으로 응한다면, 국세청도 삼성의 뇌물에 자유롭지 못한다는 국민적 의심이 드세질 것"이라며 "국세청은 더 이상의 우를 범하지 말고 특검에 관련 자료를 조속히 제공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4대 고발 사건 중 하나인 'e삼성 주식매각 사건'과 관련해 전 가치네트 대표인 김성훈 삼성SDS 전무를, 차명계좌 혐의로 삼성전기 안정삼 상무를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2008.02.13 11:40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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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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