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에게 투표해야 할 이유 8가지'가 적힌 전단.
한나영
12일(미국 현지 시각)에 실시된 '포토맥 예비선거(프라이머리)'. 워싱턴 DC와 버지니아 주, 메릴랜드 주를 끼고 있는 665㎞(413마일)의 포토맥 강 이름을 따서 붙인 '포토맥 예비선거'는 지난 5일에 치러진 '슈퍼 화요일'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가시권에 들어오지 않았던 탓인지 그 열기가 대단히 뜨거웠다.
기자는 포토맥 예비선거가 치러진 버지니아 주의 해리슨버그 시와 인근 라킹햄 카운티의 선거전을 취재하기 위해 투표 장소로 지정된 '루시 심스 평생교육센터'와 '키즐타운 루리탄 클럽'을 찾았다.
오전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진행된 이번 예비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의 뜨거운 열기를 반영하듯 평일인데도 연신 자동차가 들락거렸다. 루시 심스 평생교육센터에서 만난 선거 관리인인 '주디 셀더넥'도 이번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그 어느 해 선거보다 투표율이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표장 입구에는 오바마와 마이크 허커비의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열성적인 오바마 지지자는 투표장으로 들어가는 유권자를 향해 "오바마를 밀어주세요"라고 말하며 일일이 한 표를 당부했다. 흥미로운 것은 사람들이 보여주는 오바마 지지 당부에 대한 반응이었다.
[매케인 지지자] "누가 뭐래도 애국자를 뽑아야지"
▲매케인 지지자.
한나영
▲WHSV의 방송 리포터 에밀리 브라운(24).
한나영
"오마바라고? 흥, 관심없어. 누가 뭐래도 애국자 매케인에 한 표!"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성향이 보수적인 사람들이었다. 라킹햄 카운티의 '키즐타운 루리탄 클럽' 투표장에서 만난 데이비스(54) 부부와 이름 밝히기를 거부한 노년 부부는 매케인을 찍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베트남전에도 참전했던 전쟁 영웅 존 매케인이야말로 미국을 사랑하는 애국자인 만큼 미국을 바로 세울 인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존 매케인을 찍은 사람 가운데에는 현장에서 선거방송을 진행했던 지역 TV 방송인 WHSV의 방송 리포터 에밀리 브라운(24)도 있었다. 그녀는 오바마에게 호감을 품고 있긴 하지만 대통령으로는 존 매케인이 더욱 적임자인 것 같다고 말했다.
매케인이 대통령이 된다면 최고령 대통령이 되는 게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에밀리는 "나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의 결정에는 공화당원인 부모의 영향도 있었다는 점을 밝히기도 했다.
▲"매케인을 찍었어요." (라킹햄 카운티)
한나영
[오바마 지지자] "참신한 희망, 그 리더십에 반했다"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젊은 두 남자를 만났다. 저스틴 프루네트(24)와 벤 아트킨스(25). 친구 사이인 이들은 오래 전부터 오바마를 찍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분명히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우리는 그의 참신함과 탁월한 리더십에 매료되었다. 그는 국민들에게 희망과 영감을 가져다 줄 것이다."이들은 민주당의 최종 승자가 오바마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울러 본선 경쟁에서도 오바마는 매케인의 좋은 상대가 될 것이며 결국은 오바마가 승리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바람을 전했다.
▲오바마를 지지한 사람들."오바마는 국민들에게 희망과 영감을 가져다 줄 것이다." 저스틴 프루네트(24)와 벤 아트킨스(25).
"변화를 가져올 오바마에게 한 표 던졌어요." 도나 빈슨(54)
"오바마의 이민 정책이 마음에 들어요." 에린 존슨(24) (사진 왼쪽부터)
한나영
[힐러리 지지자] "의료보험 정책이 인간적이네요"투표장에서 만난 사람들 가운데에는 후보자들의 정책을 비교해 보고 선택한 사람들도 많았다.
"오바마를 찍었어요. 그의 이민 정책이 더 낫거든요." 젊은 백인 여성인 에린 존슨(24)은 오바마의 이민 정책이 좀 더 관대하기 때문에 오바마를 찍었다고 말했다.
- 혹시 가족 중에 외국에서 온 이민자가 있나요?"제 애인이 과테말라에서 왔어요. 아직 영주권이 없는데 오바마의 이민 정책이 다른 후보들에 비해 나아요. 엄격하지 않거든요. 제 애인이 하루 빨리 안정적인 신분을 유지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오바마에게 한 표를 던졌어요."
반면, 힐러리의 의료보험 정책이 탁월하여 힐러리를 찍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라킹햄 카운티에 사는 제임스(58)는 힐러리가 제시하고 있는 의료보험정책이 가난한 사람에게도 그 혜택이 돌아가는 대단히 인간적인 정책이라고 힐러리의 의료보험 정책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허커비 지지자] "그는 대단히 도덕적인 인물"공화당의 강력한 대통령 후보인 존 매케인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목사 출신 마이크 허커비를 찍었다는 밴더(79)씨를 만났다.
"그는 깨끗해요. 대단히 도덕적인 인물이고요. 그래서 허커비를 찍었어요. 존 매케인이 공화당 후보로 거의 확정된 마당에 제 표는 결국 사표가 된다고요?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제 의사 표현이 중요하니까요."
▲투표소 입구에 놓인 후보자 입간판.
한나영
오바마의 압승으로 끝난 포토맥 예비선거. 앞으로도 갈 길이 먼 대통령 예비선거에서 최종 승자는 누가 될까. 역대 대통령 선거 사상 가장 짜릿하고 재미있다는 평을 받고 있는 2008 대선에 대한 미국 유권자들의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미국 예비선거 투표는 어떻게? |
이번에 실시된 미국 예비선거에서는 두 가지 투표방식이 사용되었다. 하나는 '터치 스크린(touch screen)'이라고 하는 전자투표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의 종이투표 방식이다.
신분증을 지참한 유권자는 선거인명부에서 자신의 이름을 확인한 뒤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투표를 할 수 있다.
먼저 종이투표를 할 경우, 자신의 지지 정당을 밝히고 선거관리 요원으로부터 투표용지를 받는다. 민주당을 선택했을 경우 투표용지에는 버락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등 민주당 대통령 후보들의 이름이 적혀 있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후보 이름 옆에 까맣게 칠을 하면 된다. 그런 다음 옆에 놓인 기계 위에 투표용지를 올려놓으면 투표용지가 기계 속으로 저절로 빨려 들어간다.
전자투표를 할 경우, 플라스틱으로 된 'Voter Access Card'를 받은 다음 전자투표용 기계 앞으로 가서 카드를 넣는다. 그러면 모니터에 자신의 지지 정당을 묻는 질문이 나오고 지지정당을 터치하면 후보자들의 이름이 나온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클릭한 다음 계속 이어지는 지시어대로 하면 투표가 완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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