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봉사 불이문일제 강점기인 1920년에 세워졌다.왜적의 침략을 물리친 승병의 발상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80여년전에 신축된 것이 문화재로서 가치가 있을까?
최원석
건봉사는 강원도의 북쪽 끝, 서울의 동북쪽 끝이라서 사람들의 관심밖에 밀려나 있었나. 그건 아닐게다. 거리로 따지자면 해인사 통도사가 더 멀지 않은가. 석가모니 진신 사리가 모셔져 있고 또 친견할 수 있는 곳인데, 아마도 우리 마음이 멀어져 있었던 탓일게다.
‘휴전선 밑’, ‘북쪽’ 그렇다 이 두 가지가 우리의 마음을 멀게 했다. 북쪽이라고만 해도 우리 마음에서 살아 꿈틀대는 레드 컴플렉스. 건봉사도 군사정권이 만들어 놓은 수렁에 빠져있었고, 거기에 길들여진 우리들 마음이 스스로 거부해 온 것 일게다.
16년 전 첫 참배길에 총을 든 군인의 검문을 받아야 했고 철조망 대문을 열고 들어간 절에서 육중한 덩치의 금고속 사리를 친견했었다. 다시 찾은 이번에도 절 초입 비탈길에는 총을 든 군인들이 서 있다.
건봉사는 아직도 전란의 한 가운데 있는 것이다. 이것이 건봉사를 찾는 이들의 마음을 멀게했다. 일제의 강점, 민족의 분단과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이다. 그 전란의 한 가운데서 1500년 역사를 태워 없애고도 무엇이 참된 것인지 몰라 불이문과 석주를 붙잡고 그것이 건봉사의 전부인양 한다. 나도 그랬다. 우리 모두가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