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진
돌베개
- 혹시 요즘에 재미있게 읽은 책은? "최근에는 <만남 : 서경식 김상봉 대담>(2007, 돌베개)을 재미있게 봤어요. 그리고 서경식 선생님의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2006, 창비)을 재미있게 봤어요. 거기서 나온 얘기인데, 독일인이 죄인이냐는 물음이 나와요. 죄인은 아니지만 정치적으로, 그 시대를 산 사람으로서 공동체로서 책임이 있다고 하죠. 그 얘기가 다른 부분에도 적용이 되는 거 같아요.
전 실수 안 하는 완벽주의자면 좋은데, 완벽주의자이면서 실수를 많이 해요. 이제는 술도 안 마시려고 하고요. 최근 집에서 영화랑 책을 많이 봐요. 올해 들어서 메모를 했는데 두 달이 안 된 상황에서 영화도 40편, 책도 열댓 권을 봤어요. 음악도 많이 듣고…. 책이랑 영화는 세상과 소통하면서 재미도 있고, 자기를 돌아보는 매체 같아요. 그걸 보고 생각하고 세상 사람들을 이해하는 좋은 도구죠. 그렇다고 아카데믹한 의도로 보는 건 아니에요, 워낙 재미가 있으니까."
"젊은이들, 삶이 너무 힘드니까 새로운 뭔가가 있다는 생각 못하는 거 같다"이어서 영화, 스크린쿼터, 문화이야기, 숭례문 화재 사고,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사고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자연스레 한국젊은이들 화제로 이야기가 흘렀다.
- 사회 곳곳이 아픈데도 남몰라 하는 분위기가 있죠. 눈에 보이는 세상지표에 신경 쓰고…. 자본주의에서 중요시되는 가치에 휩쓸리죠. 요즘 젊은 세대들은 이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죠. 선배로서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민감한 문제다. <88만원 세대>(2007, 레디앙)를 읽고 가슴이 아팠어요. 분명히 386세대가 88만원 세대를 착취 하는 게 맞는 거 같다. 정치적 올바름을 말하면서도 경제적으로 나쁜 걸 바꾸지 못했다. 우리세대 반성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성운동을 예로 들면 옳다고 여겨지면 남성들이 얘기해주는 게 더 낫겠지만 당사자가 얘기하는 게 맞아요. 그 상황을 가장 잘 이해하고 경험했으니까.
하지만 이기주의로 모는 분위기가 있어요. 노동자, 여성, 외국인, 장애인, 농부 등 소수자문제는 젊은이들이 삶이 너무 힘드니까 새로운 뭔가가 있다는 생각을 못하는 거 같아요. 그래도 우리 세대는 연대해본 경험이 있죠, 전경에 쫓기고 바닥에 같이 드러눕고. 내 한 몸 추스르기도 어려운데도 다른 사람들 챙기고 위했죠. 현재 젊은이들은 파편화되었죠. 그래서 비판하는 건 정당화지 못해도 계속 이런 당부는 하고 싶네요.
요즘 젊은 세대들은 광장에 앉아본 게 월드컵밖에 없어요. 스타와, 마케팅, 앞쪽 경기 화면이 전부인. 옆에 사람들은 시합이 끝나면 의미가 없죠. 경기가 끝나면 경쟁관계로 전환되어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차지하기 위해 다투게 되죠. 경쟁만 할 게 아니라 협력, 유대를 생각해야 되요. 그리고 윗세대들에게 내놓을 수 있는 건 내놓으라고 요구가 필요해요. 스스로도 뭔가 재미있는 걸 찾아야 하죠. 그런 삶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가난하지만 홍대에서 음악하고 사는 사람같이. 눈치 보지 않고 스트레스 받지 않고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가 되어야 해요.
한국, 결코 못사는 나라가 아니에요. 경제규모 엄청나요. 세계 경제규모 10위권이지만 1인당 소득은 2만달러니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하는 데 이건 사기에요. 핀란드, 스웨덴, 인구가 많지 않아요. 그런 나라와 경제규모를 비교해 보세요. 그리고 아랍이 한국보다 1인당 소득이 많아요. 그래서 잘사는 나라인가요? 사람들이 누리는 문화, 사는 질과 연계되지 않는 경제 숫자들은 의미가 없어요. 단순한 숫자 갖고 장난치면 안 돼요."
- 최근 나온 책 소개를 해준다면? "<88만원세대>를 읽고 우석훈씨 문제의식에 감명받았어요. 환경, 사람, 농업, 농촌, 개발문제에 대해 연구하신 분이에요. 농업을 살려야 하는 여러 이유를 말하죠. 정부에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농업을 살리는 게 아니라, 농촌을 살리려고 했죠. 농촌 규모를 크게 하면 경쟁력이 생길 거 같으니까 실행한 정책들은 비판하죠. 그걸로 답을 다 얻을 수 없겠지만 정답은 아니더라도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거죠. 막연하게 생각하거나 기존언론 이야기를 그냥 믿고 있죠. 우리가 성찰해서 근본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되죠. 오래 걸리는 작업이지만. 그리고 당분간은 씨줄, 날줄 여러 사람 만나서 세상을 해석하고 답을 찾고 연대할 거예요.
다음 책은 뜬금없이 신해철씨 책이지만. 크게 보면 삶의 문제의식을 갖고 재미있게 살아야지 않을까 생각에 맥락이 닿아 있어요. 한국에 대해 유연하면서도 비판의식을 갖고, 냉정하게 미래를 보고 문제제기를 하고, 그렇게 되면 재미있는 사회도 되지 않을까.
이 책은 재미와 교양을 준다는 미덕은 있어요. 먼저 장하준, 우석훈 선생님 책을 읽으라고 할 수도 있죠. 당연히 선생님들 책을 읽어야 하죠. 그리고 이 책 읽으면 좋은 거고. 선생님들 책이 처음에 어려우면 이 책 읽는 것도 괜찮고."
- 마지막으로, 2008, 꿈이 있다면? 거창한 거는 아니더라도. "계속 작업하는 거예요. 우석훈 박사가 그랬다. '지승호는 한 달에 한 권씩 낸다는 데 이런 놈 못 이긴다.' 한 달에 한 권은 무리고,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많은 책을 내고 싶다. 독자들과 소통도 하고. 여덟 권 정도 냈으면 좋겠어요. 일정한 의미와 재미가 있어야겠고. 그리고 꾸준하게 인터뷰하고 써야죠. 인터뷰하는 게 아주 재밌어요. 다음에 나올 책인 신해철씨 인터뷰는, 정말 좋았어요. 어릴 때부터 좋아한 사람이고. 팬이었다. 인터뷰하고 작업하면서. 교정하는데 아주 재미있었어요."
전업 인터뷰어가 생소한 한국 실정에서 자기 길을 가는 지승호씨. 재미있는 세상을 바라는 만큼 덜 재미있는 한국에 대해 할 말이 많이 있었다. 그 할 말이 사회, 사람들과 만나면서 계속 의미 있게 이야기 될 것이다.
준비도 부족하고, 약속시간도 한 시간 늦은 나에게 저녁 약속이 있는데 같이 가자고 허심탄회하면서 성실하게 얘기하는 그. 앞으로 열어갈 그의 인터뷰들에 기대가 더 생겼다. 지면상 많은 부분 편집을 했다. 그의 생각이 궁금하다면 그의 글들을 찾아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