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갈등' 잊었나? 운하, 국민투표 부치자

사회갈등 해소 않고 강행하면 큰 고통 따를 것

등록 2008.02.22 17:31수정 2008.02.2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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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당선인의 도전의식은 높이 평가하지만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참여연대 등 전국 330여개 환경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운하 백지화 국민행동' 발족식이 19일 오전 서울 광화문 네거리 동화면세점앞에서 열렸다.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참여연대 등 전국 330여개 환경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운하 백지화 국민행동' 발족식이 19일 오전 서울 광화문 네거리 동화면세점앞에서 열렸다.권우성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참여연대 등 전국 330여개 환경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운하 백지화 국민행동' 발족식이 19일 오전 서울 광화문 네거리 동화면세점앞에서 열렸다. ⓒ 권우성

경부운하와 관련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명박 당선인은 오래 전부터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운하를 '꿈꾸어 왔다'고 한다. 건설사를 운영했던 사람으로서 자신이 일해 왔던 분야의 전문성을 살려 국정에 접목해 보고 싶은 것은 어찌 보면 인지상정이요, 당연지사다. 

 

어쩌면 이명박 당선인의 이러한 도전의식이 개인의 인생을 쉬지 않고 발전해가도록 이끌어 낸 요인일지도 모른다. 또한 한국의 CEO들이 갖는 이러한 개척정신이야말로 한국을 단기간에 경제대국으로 급성장시킨 원동력이다. 

 

하지만 이명박 당선인은 이제, 이익 추구만이 '최선의 목표'인 기업의 경영인이 아니다. 그는 국가를 전체적인 안목에서 조율하고 재단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대통령이다.

 

그러한 점에서 본다면 이제 대통령 당선인 이명박의 '건설인의 꿈'은 토목회사 CEO가 아니라 '성공적인 대통령의 꿈'으로 변환되어야 마땅하다. 왜냐하면 대통령의 꿈이 바로 대한민국 발전의 꿈이며 국민의 안정과 평안이 여기에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 대운하 건설'은 앞뒤 안 맞는 말

 

국가의 운영원리는 기업을 경영하는 것과 다르다. 기업은 최대이윤을 추구한다. 그 목표 달성을 위해 법과 규칙은 활용 대상이고, 드러나지만 않는다면 요령껏 법을 위반할 수도 있다는 기업 경영 논리를 국가 운영에 적용할 순 없다. 

 

국가의 운영에는 어떤 비용이 들더라도 반드시 지켜야 할 것들이 있고, 아무리 답답해도 규범과 절차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엄격함이 요구된다. 국가를 운영할 준비를 한다는 것은 이러한 차이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특정한 개인, 기업, 자치단체의 입장에서 벗어나 사고의 균형을 잡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국정의 각 분야가 지향하는 바와 현재의 상황, 그리고 그간에 수립된 중장기 계획을 빠짐없이 검토하고 각 분야를 통합, 조정하여 국가의 운영원칙과 기본방향을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국민은 그동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의 활동을 지켜보면서 이러한 체계적인 단계를 거쳐 보다 균형 있는 대책들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명박 정부의 인수위는 경부운하 사업을 '친환경적, 친문화적 대운하 건설'이라는 어법에도 맞지 않는 모순적인 말로 국민을 현혹시키고 오히려 국가 핵심과제로 발표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경부운하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을 거론하고, 측근이라는 사람은 경부운하의 추진은 불변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요즈음 인수위가 보여주는 행태는 차기 이명박 정부에게 가졌던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기에 충분하다.  

 

국무총리로서 체험한 '새만금 갈등' 뼈아파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도보순례단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변을 따라 걷고 있다.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도보순례단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변을 따라 걷고 있다.유성호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도보순례단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변을 따라 걷고 있다. ⓒ 유성호

나는 환경부 장관과 총리를 경험했다. 그러면서 이미 새만금으로 인한 사회갈등이 얼마나 소모적인 것인지를 뼈아프게 체험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새 정부는 이러한 사회갈등과 그로 인한 사회 비용이 정부의 추진력 부족이라고 해석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예의 그 불도저식 추진력을 바탕으로 새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의견을 묵살할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강물이 거슬러 올라가지 못하는 이치와 같이 결코 역사의 발전을 되돌릴 순 없다. 우리 사회가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자유를 얻기 위해 치른 대가가 무엇인지 우리는 너무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반대의견을 무시한 채 강압 일변도의 정책을 집행하는 것은 또 다른 의미에서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밝혀두어야겠다. 용수철은 누른 만큼 튀어 오른다는 사실을 잘 기억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비판과 반대 여론을 무시하는 인수위의 결정들을 보면서 새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의식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로 국가를 부도냈던 10년 전의 획일적이고 일사불란했던 전체주의적 사고관념에 얽매여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떨칠 수가 없다. 

 

만약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되어 이명박 정부의 강퍅함이 반대의견을 주장하는 국민들을 향해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돌진하여 충돌을 일으킨다면 그로 인한 사회적인 여파는 가늠조차 어려운 일이다.

 

다양한 의견 제시할 수 있는 자유, 계속 발전시켜야

 

그동안 우리 사회는 다양한 목소리를 허용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의 갈등 해소와 이를 위한 법제도를 제정하고 정비하며 발전시켜 왔다. 이러한 노력은 계속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마땅하다.

 

경부운하는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되어 있다. 새만금 사업비의 10배에 가까운 비용이 들고, 600Km에 달하는 강들이 파헤쳐질 것이다. 이로 인한 환경파괴와 생태계 교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명박 정부가 이러한 경부운하의 문제점과 사회 갈등을 해소하지 않고 사업을 강행한다면 국민에게 얼마나 큰 비용과 고통이 따를 것인지 상상하는 것조차 두렵다.  

 

이제 국민투표로 결정하자

 

나는 이러한 위기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토대로 이명박 정부에 경부운하에 대한 국민투표를 제안한다. 국민투표는 절차 민주주의에서 가장 완결된 민의를 대표한다. 이명박 정부가 진실한 마음으로 국민의 뜻을 헤아린다면 국민의 의사를 가장 정확하게 반영할 국민투표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우선 국민투표 시행을 위한 국회 내 특위 구성을 제안한다. 특위를 통해 정말 경부운하가  필요한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의 마당을 마련하고 국민과 사회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할 것이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한명숙 전 국무총리남소연
한명숙 전 국무총리 ⓒ 남소연

2월 이후의 대부분의 여론조사들은 대운하에 대한 반대가 찬성에 비해 훨씬 높고 앞으로도 점차 높아질 추세이다.

 

이 점을 애써 외면하고, 행여 새 정부가 대통령의 당선으로 대통령의 공약 모두가 국민의 지지를 받은 것이라는 안이한 주장만을 되풀이한다면, 새 정부는 시작부터 국민들의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정파를 떠나 이명박 당선인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명박 당선인의 성공은 대한민국의 성공이며 실패한 대통령은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국가의 불행이고, 국민의 불행이기 때문이다. 당선인 측이 겸허하게 국민들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국민투표를 받아들이는 길이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가늠는 첫 단추가 될 것이다. 

2008.02.22 17:31ⓒ 2008 OhmyNews
#한명숙 #이명박 #경부운하 #문제점 #국민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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