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재판부, '인지부조화' 이론 적용 공평해야

전군표 전 국세청장과 정상곤 전 부산국세청장의 판결을 보고

등록 2008.02.28 17:59수정 2008.02.28 18:01
0
원고료로 응원

나는 심리학자가 아니다. 다만, 27일 오전 부산지법에서 있었던 전군표 전 국세청장과 정상곤 전 부산국세청장의 관련  판결기사를 읽고, 그것이 내가 이해하고 있는 인지부조화 이론과 다소 거리가 있는 것 같아 몇 마디 하고자 한다. 어느 심리학 전문가가 보다 정확한 의견을 주신다면 더 없이 고맙겠다.

 

재판을 진행한 판사는 전군표씨가 '인지부조화'에 빠진 상태라고 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 내가 궁금한 것은, 그렇다면 상대방인 정상곤씨는 어떤가 하는 차원이다. 그가 처한 현실은 전군표씨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역시 인지부조화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판사의 의견에 따르면, 정상곤씨는 진술과정에서 일관성이 있었고, 진술 태도에 있어서도 전혀 당황하거나 허둥대지 않았기 때문에 거짓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단다. 다시 말해서, 그는 전군표씨와 달리 인지부조화에 빠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지부조화 이론에 있서 인지부조화에 빠진 사람이 진술을 할 때 당황하거나 허둥대는 증상이 있다는 논거를 나는 보지 못했다. 다시 말해서 그런 태도가 반드시 인지부조화와 상관 관계가 있다는 것을 들어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인지부조화에 빠진 사람은 자신이 말하고 있는 것을 진실이라 믿기 때문에 일관되게 그렇게 주장하는 편이다.

 

오히려 심리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진술 태도에 있어 보다 더 침착하고 당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한다. 그에 반해, 자신의 위신에 비해 갑자기 험한 처지에 놓인 사람은 그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워 진실을 말하면서도 당황하는 기색을 보인다고 한다.

 

이러한 논리를 감안하건데, 정상곤씨의 진술태도로 미루어 그는 인지부조화에 빠지지 않았다고 단정하는 것은 좀 무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나는 조금이라도 누구의 편에 서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인지부조화 이론을 적용함에 있어 그것이 어느 한 편으로 치우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말하는 것일 뿐이다. 판사의 판단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어떤 이론의 적용은 그에 관련된 사람 모두에게 동일하게, 합리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인지부조화에 빠지기 쉬운 사람 또는 직업군 중 하나가 검사 또는 법조계 사람들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면, 위와 같은 판결을 함에 있어 수사를 담당한 검사에게도 인지부조화 이론을 적용, 검토할 필요성이 있음도 알아야 할 것이다.

2008.02.28 17:59ⓒ 2008 OhmyNews
#전군표 #정상곤 #판결 #인지부조화 #거짓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2. 2 "하루가 지옥" 주차장에 갇힌 주택 2채, 아직도 '우째 이런일이' "하루가 지옥" 주차장에 갇힌 주택 2채, 아직도 '우째 이런일이'
  3. 3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4. 4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5. 5 "윤 정권 퇴진" 강우일 황석영 등 1500명 시국선언... 언론재단, 돌연 대관 취소 "윤 정권 퇴진" 강우일 황석영 등 1500명 시국선언... 언론재단, 돌연 대관 취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