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통령의 이웃, 한번 만나보실래요?

백악관 앞, 한 여성의 평범하지 않은 28년 반핵 시위

등록 2008.02.29 13:54수정 2008.02.2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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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조안 다슨(Joan Dawson) 기자가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날판에 기고한 것으로 원문은 본문 마지막에 있는 링크 표시를 클릭하시면 볼 수 있습니다. <편집자주>

 백악관 앞에서 시위 중인 콘셉시온 피씨오또
백악관 앞에서 시위 중인 콘셉시온 피씨오또조안 다슨
백악관 앞에서 시위 중인 콘셉시온 피씨오또 ⓒ 조안 다슨

하루 종일, 일주일 내내, 당신의 헌신이 필요한 직업을 상상해보라. 좀처럼 점심시간을 가질 수 없고, 주변에는 화장실도 없으며, 운동할 공간도 없다. 사실은 월급조차도 없다.

 

이것은 바로 콘셉시온 피씨오또의 일이다. 아니 그녀의 삶이다. 피씨오또는 1981년 8월 이후 백악관 앞에서의 시위가 삶이 되었다. 그렇다, 1981년 이래로.

 

그녀는 가로 2.5m 세로 3m의 '좁은 공간'에서 일하며 산다. 그리고 그 벽은 사진이 아닌 구호들로 꾸며져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이렇다.

 

"폭탄에 살고… 폭탄에 죽는다."

 

28년 동안 반핵을 외친 시위 운동가

 

 백악관을 구경하러 온 관광객들에게 반핵 메시지를 전하는 피씨오또
백악관을 구경하러 온 관광객들에게 반핵 메시지를 전하는 피씨오또조안 다슨
백악관을 구경하러 온 관광객들에게 반핵 메시지를 전하는 피씨오또 ⓒ 조안 다슨

스페인에서 태어난 그녀는 열여덟 살 때 뉴욕으로 이민을 했다. 아메리칸 드림을 쫒는 삶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사업가와 결혼했고 한 아이를 입양했다. 그러나 그녀는 모든 것을 한 순간에 잃었다. 남편도, 딸도, 직업도, 그리고 집도. 이후 그녀는 평범하지 않은 이력을 쫓아 살고 있다.

 

1980년에 워싱턴 디씨로 이사를 하고 백악관 앞에서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몇 시간 하던 일이 순식간에 하루 종일하는 직업으로 바뀌었다. 그녀의 직업은? '시위 운동가'다.

 

그녀는 주로 핵무기를 반대하는 일을 하지만, 사실 모든 종류의 전쟁을 반대한다. 그녀는 "핵무기 제조를 멈추고 그 돈을 가난 구제에 쓰라"고 주장한다. 시위가 그녀의 '직업'이 된 것은 무려 28년이나 되었다.

 

그녀의 '동료'는 윌리엄 토마스다. 그는 피씨오또보다 1년 먼저 백악관 앞에서 시위를 시작했다. 공동으로 백악관 반핵 평화 감시단을 설립한 이 둘은 분명히 이 분야에서 최장기 기록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둘 다 1981년 이후로 야외에서 일하며 살아왔다. 그동안 그들은 백악관에서 뒤로 밀려나 지금은 라파예트 공원 귀퉁이에 자리를 잡았다. 두 세기 전만 해도 백악관에 속한 부지였지만 지금은 공원이 된 곳이다.

 

피씨오또나 토마스 모두 그들의 집이자 사무실인 이곳을 오랫동안 비워둘 수 없다. 공원 규정에 의하면 사람 없이 구호가 적힌 판만 놓아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리를 지키기 위해 서로 도우며 지낸다. 게다가 원칙적으로는 공원에서 잠을 잘 수도 없다. 그래서 앉은 채 잠을 잔다.

 

백악관에 구경 온 전세계 관광객이 그녀의 지지자

 

평화! 기금 마련을 위해 피씨오또가 판매하는 '평화의 돌' 가운데는 태극 문양에 한글로 쓴 것도 있다.
평화!기금 마련을 위해 피씨오또가 판매하는 '평화의 돌' 가운데는 태극 문양에 한글로 쓴 것도 있다.조안 다슨
▲ 평화! 기금 마련을 위해 피씨오또가 판매하는 '평화의 돌' 가운데는 태극 문양에 한글로 쓴 것도 있다. ⓒ 조안 다슨

 

비록 월급은 없지만 어떤 사람들이나 평화를 갈망하는 이들이 기부를 한다. 또한, 피씨오또는 '평화의 돌'을 판다. 이렇게 모인 돈은 구호가 적힌 판을 만들거나 전단을 인쇄하는 일에 사용된다. 피씨오또가 가진 다양한 종류의 전단은 대부분 신문 복사본이다. 그녀가 내게 보여준 한국어로 된 전단은 버지니아 북쪽지방의 신문에서 발췌한 것이었다.

 

대부분 백악관을 방문한 여행객인 그녀의 지지자들은 전세계 여러나라에서 온 사람들이다. 내가 그곳에 있는 동안에는 아시아에서 온 관광객들이 그녀와 대화를 나누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런 것들이 그녀가 미국 대통령 가까이에서 일하면서 얻을 수 있는 장점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일에서 가장 힘든 부분으로 추운 날씨와 간헐적인 괴롭힘을 꼽았다. 주로 그녀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나 공원 경찰들이 그녀를 괴롭힌다고 했다. 내가 그녀와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옆을 지나가던 한 여성은 자랑스러운 목소리로 자신은 부시를 사랑한다고 외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런 여성은 소수일 뿐이다.

 

그녀의 주위에는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의 탄핵을 풍자하는 노래를 부르는 이들도 있었다. 옷을 잘 차려입고 아카펠라를 부르던 그들은 꽤나 재미있었다. 사람들은 백악관 창밖으로 보고 있을지도 모를-진짜 그럴지 누가 아나?-대통령을 놀리면서 노래하고 춤추는 그들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피씨오또는 그동안 대통령을 만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웃을 돌아보지 않다니!) 레이건과 부시 가문은 그저 왔다가 가버렸다. 피씨오또는 주로 조지 W 부시에 대해 화를 냈다. 부시 대통령이 "테러리즘에 대해 말하지만 정작 진짜 테러리스트를 지원하고 있다"는 주장도 했다. 요즘 들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말에 동의하고 있다고도 했다.

 

백악관의 새 이웃은 그녀를 만날 준비가 되었을까

 

"둘 다 탄핵하라" 미국의 수도 워싱턴 디씨 주택가에 세워진 구호판
"둘 다 탄핵하라"미국의 수도 워싱턴 디씨 주택가에 세워진 구호판조안 다슨
▲ "둘 다 탄핵하라" 미국의 수도 워싱턴 디씨 주택가에 세워진 구호판 ⓒ 조안 다슨

워싱턴 디씨에서는 확실히 그렇다. 미국의 수도에 있는 많은 주택들이 마당이나 창문에 "그를 탄핵하라"거나 "그들을 탄핵하라"는 구호를 붙여놓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구호들은 새로운 대통령 후보자를 지지하는 구호로 바뀌어가는 추세다.

 

피씨오또는 대통령이 바뀐다 할지라도 시위를 계속 할 생각이다. 그녀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군축이나 그녀의 죽음 밖에는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나도 그녀가 그렇게나 오랜 시간 동안 평범하지 않은 시위를 해오고 있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다. 28년 동안 연중무휴의 시위라니, 정말 믿어지지 않았다.

 

그녀의 생각에 동의를 하건 그렇지 않건 간에, 그녀의 헌신적인 행동만큼은 존중해야만 한다.

 

오바마, 클린턴, 혹은 매케인, 당신들은 당신의 이웃을 만날 준비가 되셨는가?

 

(*번역-조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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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날의 시민기자인 조안 다슨은 공중보건학을 전공했으며 인권과 사회정의에 관심이 많은 미국인이다.

2008.02.29 13:54ⓒ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날의 시민기자인 조안 다슨은 공중보건학을 전공했으며 인권과 사회정의에 관심이 많은 미국인이다.
#콘셉시온 피씨오또 #백악관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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