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골 공항 가는 길잃어버린 짐을 찾으러 가다
노시경
엄청난 택시 요금이 올라가고 있지만 나의 호텔 가는 길은 계속 막혀 있었다. 신영이는 피곤해서 택시 안에서 곯아떨어졌다. 나는 가장으로서 결국 결단을 내려야 했다. 호텔까지 어느 정도 걸어갈 수 있는 거리가 되었다고 보자, 나는 가족들을 데리고 택시에서 내렸다. 택시 뒤 트렁크에서 작은 여행가방 하나를 내리고 호텔을 찾아 걷기 시작했다. 내 자신이 괜히 처량했다.
부실한 호텔 지도 하나를 들고 길을 찾다가 한 프랑스 청년에게 길을 물었다. 다행히 그 청년의 손에는 상세한 파리 지도가 있었다. 그 청년은 일본 아가씨 2명과 혁명 전야의 파리를 구경하고 있었다. 그는 우리가 묵을 호텔이 있는 루에 찰스 거리(Rue St.Charles)까지 우리를 친절히 데려다 주었다. 나는 오늘 분명히 헤매고 있지만, 순간 순간 예상치 못한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오늘 내 불운의 일정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생각지도 못한 호텔이 기다리고 있었다. 인터넷에서 예약할 때 호텔을 다녀갔던 사람들의 댓글을 유심히 읽어 보았고, 이 호텔 종업원들이 친절하다는 글이 많아서 호감이 가는 호텔이었다. 그 댓글 중에서 방이 작다는 글도 읽었지만, 그 내용을 깊게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이 실수였다.
실제 와서 본 호텔은 2인용 침대가 겨우 방에 들어갈 정도로 정말 작은 방이었다. 침대도 작아서 나와 아내, 그리고 딸이 함께 자기도 불가능했다. 엘리베이터는 우리 가족 3명이 겨우 몸을 넣을 정도였고, 화장실의 불은 수시로 깜빡거리는 한심한 호텔이었다.
혁명기념일 때문에 원하던 호텔의 예약이 불가능했지만, 파리에 오기 전 나는 에펠탑 옆에 자리 잡은 호텔에 겨우 예약이 되어 만족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 호텔에 도착하여 침대 옆 바닥의 한 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는 공간에 담요를 깔고 있었다. 내 사랑하는 여인들을 바닥에서 재울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아내가 폭발했다.
나는 아내와 신영이의 칫솔과 치약을 사러 혁명 전야의 파리 시내에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노천카페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참 흥미로운 날인데, 나는 지금 뭐하고 있는 것인가?
호텔에 들어와서 자리에 누웠지만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창 밖의 어둠 속에서 파리의 가로등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꼬이는 여정은 다음날도 계속 되고...다음날 아침, 화장실 형광등을 켰더니 형광등이 켜지지 않았다. 당장 아래층에 내려가서 당직을 서는 직원에게 화장실 형광등을 수리해 달라고 했다. 그런데 날이 밝아야 방 수선을 담당하는 직원이 나와서 고칠 수 있다는 한심한 소리를 하고 있었다. 나는 암흑 속에서 몸을 씻고 화장실은 호텔 로비 옆의 화장실을 사용했다.
잠이 부족한 아내는 호텔에서 쉬게 하고, 나는 신영이와 함께 샤를 드골 공항으로 향했다. 흑인 택시 기사는 잠시 에펠탑 앞에 택시를 멈춰 섰다. 드골 공항이 워낙 넓기 때문에 내가 타고 온 항공사의 공항 내 위치를 동료 택시기사에게 물어보기 위함이었다. 그가 수많은 외국 항공사 중 한 항공사의 공항 내 위치를 다 알지는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