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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ce 1908. 무슨 오래된 식당이나 유명한 건축물 앞에 많이 나오는 문구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경의선 수색역의 나이입니다. 참고로 경의선은 서울역에서 남한의 최북단 임진강역까지 오가는 오래된 철길입니다(요즘은 연계관광신청을 하면 DMZ가 있는 도라산역까지도 갈 수 있습니다)
북한의 개성을 지나 종착역인 신의주까지 달리는 기차길이지요. 기차길은 오래되었으나 기차는 현대화되어 새 전철처럼 깔끔한 외형이구요. 수색역은 기차역도 있고 6호선 전철역도 있으며 둘 다 같은 동네의 이웃에 위치해 있습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 수색 기차역이 가까워 몇 년째 오며가며 지나가다보니 친근한 동네친구처럼 느껴지네요. 수색역은 마치 자연의 모습처럼 계절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매력이 있습니다. 차량기지의 중책도 맡고 있어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줄기차게 달린 많은 기차들이 이곳에 쉬러와 정비도 받고 재충전을 하는 색다른 풍경들을 발견하곤 합니다.
물론 그런 기차들 사이를 바쁘게 오가며 일하시는 직원분들의 노고가 고맙게 느껴지지요. 차량기지 안이 워낙 넓어놔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직원들의 모습도 이채로운 곳입니다.
1908년 일제시대에 식민지 한국의 물자를 신속편리하게 공출하기 위해 개통한 경의선 수색역이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습니다. 경의선의 다른 역들이 그렇듯이 수색역도 구역사는 헐리고 신역사가 들어서고 있습니다.
새 것이 다 좋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 왠지 기차역은 옛스러운 정서가 묻어나는 역사(驛舍)가 정감이 가지요. 그런 뜻에서 경의선 신역사들의 획일적이고 전철역 같은 현대화 건물들은 개인적으로 맘에 들지는 않네요.
무턱대고 허물고 새로 짓는 현대화는 오히려 그 가치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의미로 제겐 다가옵니다. 기차역만의 멋스러움을 조금이나마 살려서 새로 지으면 기차 타러 가는 사람들도 많이 생길텐데 하는 아쉬움도 드네요.
선진국이라는 의미는 국민들이 큰 걱정없이 잘 먹고 잘 사는 것이겠지만 이런 기차역들의 건물 디자인과 벤치 하나에도 그 나라의 문화와 정서가 느껴진다면 더 좋겠네요.
근래들어 임진강역이나 도라산역에 사람들이 구경을 가고 문산역이나 금촌역 부근의 파주에도 좋은 여행지가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쓸쓸했던 경의선 기차역들이 많은 사람들로 활기를 찾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참고로 경의선 기차를 타면 기내에 간식거리를 파는 추억어린 손수레를 끄는 아저씨를 만날 수 있습니다. 차창에 햇살이 가득한 봄날에 꼭 타보시길 추천합니다.
수많은 색색의 바람개비가 인상적인 임진강역의 평화누리공원, DMZ와 땅굴을 볼 수 있는 도라산역, 오일장이 열리는 도심속의 문화재 일산역, 아름다운 예술동네 헤이리가 가까운 금촌역, 북으로 가는 첫 번째 관문 문산역, SBS방송국이 있는 탄현역, 내리면 볼거리 많은 이대앞 거리가 펼쳐지는 신촌역 등 기차역마다 나름대로의 특색이 있어 좋습니다.
참, 제가 좋아하는 배우 김강우가 나오는 <경의선>이라는 영화도 있습니다. 저도 아직 안 보았는데 이번 주말 일산역 가는 경의선 기차를 타기 전에 한 번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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