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 145명 - 친박 42명, 'MB당'으로 탈바꿈

등록 2008.03.14 18:00수정 2008.03.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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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황재훈 기자 = 한나라당의 총선 공천심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당내 역학구도의 변화도 구체적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 중 4.9총선 공천 탈락이 결정됐거나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지금까지 43명. 한나라당 전체 의원이 128명인 점을 감안하면 지금까지 `물갈이 비율'이 33.6%에 달한다.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한 김용갑, 김광원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 중 불출마를 선언한 안명옥, 김애실, 정화원 의원 등 5명을 제외한 나머지 38명이 순수 공천탈락자들이다.

 

이들을 경선 당시를 기준으로 친이(親李.친 이명박)-친박(親朴.친 박근혜)측으로 분류해 보면 친이측 의원이 18명, 친박측 의원이 16명에 달한다. 중립 의원은 4명이다.

 

공천에 탈락한 숫자로는 친이측이 2명 더 많다. 하지만 경선 당시 현역 의원 확보 수가 친박에 비해 친이측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친박측의 타격이 훨씬 크다. 경선 당시 33명이던 친박 현역 의원들의 공천 탈락률은 벌써 50%에 육박한다. 아직 강남벨트와 강원, 인천 등에서 4명의 친박 의원이 공천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탈락 의원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친박측 내에서는 "대학살"이라는 강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측에서는 친박측의 좌장인 김무성 최고위원의 공천 탈락이 상징하듯 질적인 면에서 비교해 보면 더욱 그렇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친이측에서는 오히려 경선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이 공천을 받지 못한 것이 보여주듯 친이측 희생이 더 컸다고 반박한다. 공정하고 개혁적인 공천에 따라 친이-친박 양측의 희생자가 속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내에선 이번 공천 결과로 한나라당이 `MB(이명박) 당'의 색채를 더욱 두텁게 했다는데 대부분 공감한다. 과거 여의도의 비주류에서 경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친이측이 신주류로 바뀌고, 이번 물갈이로 그 체제를 완성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 핵심 당직자는 14일 "당연히 그런 부분이 있다"고 동의했다. 공심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도 "대폭적인 물갈이로 일정 부분 `MB당'의 색채를 띠게 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공천이 확정됐거나 내정된 인사들의 분석 결과도 이를 반영한다.

 

현재 245개 선거구 중 공천이 내정된 224개 선거구에 대한 분석 결과 친이측으로 분류되는 후보는 147명인데 반해 친박측 후보로 분류될 수 있는 공천자는 42명에 그친다. 차이가 3배 이상 난다.

 

대선 경선 전에는 친박측에서 원외 위원장까지 합쳐서 80-90여곳을, 친이측이 130-140여곳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그 격차가 더욱 벌어진 것이다. 친박측이 "MB가 당을 접수하려는 것", "보복의 정치"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경우 48개 선거구 중 40곳의 공천이 내정 또는 확정된 가운데 친박측 후보로 분류될 수 있는 인물은 김선동(도봉을), 이성헌(서대문갑), 구상찬(강서갑) 등 3∼4명에 불과하다. 반면 이재오, 정두언 의원을 비롯해 31곳 정도의 후보가 친이측 진영으로 분류된다.

 

경기의 경우 51곳 중 친이측이 32곳, 친박이 10곳을, 인천은 미확정 지역 1곳을 제외한 11곳 중 친이측이 6곳, 친박측이 1곳에서 공천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박 전 대표가 경선 당시 강세를 보였던 대구의 경우 친이-친박 후보가 각각 4명으로 반분된 것으로 파악된 반면 부산은 친이측(12명)이 친박측(4명)보다 훨씬 더 많이 공천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영남지역 사상 최고의 현역 교체율 43.5%가 보여주듯, 이번 공천 결과 정치 신인들의 입성도 늘어났다. 이명박 대통령이 평소 강조해 왔던 `탈여의도 정치'로 대변되는 정치권의 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일부에서는 이번 대규모 물갈이와 이에 따른 정치신인들의 진입이 일관된 기준 없이 `계파나눠 먹기'식으로 이뤄지는 바람에 오히려 일부 지역에서는 개악이 됐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친이측의 한 의원은 "물갈이를 하는 대신 일부 지역에서는 부패한 인물까지 들어가며 반(反)개혁적 모습도 보였다"면서 "진짜 한심하다"고 주장했다.

 

jh@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8.03.14 18:00ⓒ 2008 OhmyNews
#한나라당 공천 #18대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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