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학교는 다른 나라에 비해 유난히 수도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한국인구의 사분의 일 이상이 살고 있고 한국 자본의 70% 이상이 서울에 있다는 사실에서 서울은 중앙이라는 단어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방의 사람들은 중심인 서울로 오려고 한다.
그 가운데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대학생이다. 매년 상당히 많은 지방출신의 학생들이 서울에 있는 대학교로 진학하고 있지만 적지 않은 지방출신 학생들이 신입생 때의 서울 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밥먹고 대형 커피숍에서 커피... 사치 아냐?
정확히 말해서 서울 출신의 학생과 어울리는 데에 어려운 점이 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서울 출신의 학생과 지방 출신의 학생이 가지고 있는 문화의 이질감이다.
같은 미디어들을 접해왔고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로서 근본적인 문화는 동일한 것을 보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놀이 문화다.
서울 사람들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영화를 보고 대형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호프에서 맥주를 마신다. 이것이 서울 출신의 대학생들에게는 일반적인 반면 지방대학생들에게는 사치라고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서울 출신의 대학생들은 고급음식점의 음식에 대해 논하며 자신이 입고 있는 옷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이 와중에 지방출신의 대학생이 끼어들 틈은 없다.
이 이야기가 서울과 지역의 차이가 아닌, 고학생과 유복한 학생들의 차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얼어있는 지방경제를 생각할 때 보편적인 사실이다.
지방출신이 서울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중심 우월주의이다. 서울출신의 학생들은 '시골'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서울 출신의 학생들에게는 대도시 부산조차도 '시골'이다.
서울에서는 지방의 도시가 더 이상 도시가 아니다. 시골일 것이다. 자신이 20년 이상 거주하던 도시가 시골이라고 불려지면 문화적 충격이 오지 않을 수 없다.
이 모습은 미디어 내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방이 배경인 드라마를 본다면 주변 인물들은 사투리를 사용하는데도 주인공은 지방 출신임에도 표준어를 사용하고 있다. 선하고 능력 있는 인물은 표준어를 사용하지만 그렇지 못한 인물은 사투리를 사용한다. 이것은 서울을 높이고 지방을 낮추는 것이다. 미디어마저 중심 우월주의를 부추기고 있다.
서울은 분명 한국의 수도이며 중심이다. 하지만 지방보다 우월하지는 않다. 하지만 지방과 상이한 높은 소비문화와 중심 우월주의가 존재하고 있다. 지방의 지명조차 제대로 모르는 서울 출신의 대학생들은 지방출신의 대학생에게 있어서 벽이며 미디어와 사회에 주어져 있는 과제이다.
2008.03.21 14:50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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