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1일자 <조선일보>엔 유인촌이 없다

[미디어 비평] '코드인사' 퇴진 압박하던 이전 태도와 달라

등록 2008.03.21 15:45수정 2008.03.2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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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문화부장관이 없다. 3월 21일자 <조선일보> 지면엔 '유인촌'이란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특정인의 이름이 매일 같이 신문에 나와야한다는 법은 없다. 그러나, 이날 <조선>의 보도 태도는 일반 독자들의 의구심을 부르기에 충분하다.

 

퇴진압박은 대서특필, 사과는 모르쇠?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세종로 경북궁내 국립민속박물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업무보고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세종로 경북궁내 국립민속박물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업무보고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권우성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세종로 경북궁내 국립민속박물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업무보고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 권우성

취임 직후부터 거칠고 높은 톤으로 노무현정권 시절 임명된 문화부 산하단체장의 퇴진을 압박하던 유인촌 장관.

 

하지만, 20일엔 태도를 180도 바꿔 그간 퇴진압박에 관해 사과의 뜻을 전하며 "(김정헌 문화예술위원장,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퇴진) 대상이 됐던 많은 분들께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민속박물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였다.

 

"김대중·노무현정권 내내 코드인사를 욕하더니, 이제는 이명박정권과 유인촌 장관도 코드인사에 매달리는가"라는 네티즌의 비판과 "법적으로 보장된 임기를 수행하는 단체장들을 장관이 나서 나가라 마라 하는 건 옳은 처사가 아니다"는 지적을 받아온 유 장관이 진심에서건 전략적 차원에서건 한 걸음 물러선 것이다. 이는 분명 '뉴스'다.

 

그럼에도 <조선>은 21일자 신문에서 유 장관의 발언에 관해 보도하지 않았다.

 

유(柳)장관 "물러나라"… '노(盧)코드' 기관장들 "못나간다"(3월 15일) 유인촌 "김정헌·김윤수 안 물러나면 문제 공개" 직격탄(17일) 문화부 '코드인사' 물갈이 본격화하나(17일) "무능한 코드 정리"… "옥석은 가려야"(18일) 등의 기사를 연일 게재하며 사태추이를 비교적 상세하게 보도해왔던 그간의 태도를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사실 <조선>은 노무현정권 당시 좌파·진보성향의 단체장이 임명될 때마다 비판 논조를 견지해왔다. 개별 언론사마다 각기 다른 지향이 있으니 이를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비판과 맥락에 닿지 않는다 하여 실용·보수정권의 장관이 이른바 '좌파정권 임명 단체장'에게 사과했다는 엄연한 '뉴스'에 눈감는 모습은 독자들의 비난을 부를 수도 있지 않을까.

 

<중앙일보>의 보도 양태 역시 <조선>과 유사하다. <중앙>은 21일자 1면 하단에 '오지철(관광공사) 사장 사표 반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유 장관의 사과 소식을 유인촌 문화부장관은 이날(20일) 오후 4시 국립민속박물관 업무보고에서 "요즘 뉴스의 중심에 서 있는 것 같아 죄송하고, 그런 대상이 되셨던 분들께도 죄송하다"고 말했다는 지극히 짤막한 문장으로 논평 없이 전했을 뿐이다.

 

'친노 기관장' 경영평가로 퇴출 압박(3월 15일) 유인촌 장관 "김정헌·김윤수 안 나가면 재임 중 일으킨 문제 공개"(17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정헌·김윤수 물러나야" 직격탄(17일) 문화부 '코드인사' 물갈이 본격화하나(17일) 색깔들은 버티고, 엉뚱한 사람만 나가니(사설) 문화계 '기관장 사퇴' 보·혁 갈등(19일) 등의 기사를 쏟아낸 그간의 태도를 볼 때 이 또한 합리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영어몰입교육 백지화' 보도 역시 '수박 겉핥기'

 

지난 몇 개월 동안 한국사회 학부모와 학생들을 걱정과 조바심에 몸부림치게 했던 '영어 몰입교육'에 관한 이명박 대통령의 태도 변화도 <조선>과 <중앙>은 상세하게 보도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20일 대덕연구단지에서 진행된 교육과학기술부 업무보고에서 "(영어 몰입교육은) 잘못 알려졌다. 영어 몰입교육은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다. 모든 과목을 몰입해서 영어로 한다든가 하는 과도한 정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 이명박정권의 이념과 철학을 대변한 대통령직인수위가 활동하던 시기와는 전혀 다른 발언이다.

 

<조선>은 이 소식을 1면 하단 李대통령 "이젠 선생님들도 경쟁해야"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10줄 안팎으로 짧게 보도했고, <중앙> 역시 2면에서 <조선>과 비슷한 짤막한 기사로 처리했다. 인수위와 이명박 대통령이 '영어 몰입교육'을 강도 높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던 시기에 상세한 해설·분석기사를 내놓던 것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미미한 분량이다.

 

반면 21일자 <경향신문>은 3면 하단에 李 "영어 몰입교육 오해, 불가능"이라는 제목의 기사와 이어지는 9면 해설기사를 통해 이 소식을 비교적 상세히 보도했다. 유인촌 장관의 사과 발언은 <한겨레신문>이 유 장관의 사진과 함께 관련 소식을 4면에 비중 있게 실었다.

 

유인촌 장관과 관련 <한겨레>는 "유 장관의 '죄송하다'는 발언은 참여정부 임명 기관장에 대한 잇따른 사퇴압박에 이어 나온 것이어서, 그 배경을 놓고 궁금증을 낳았다"라고 썼다.

2008.03.21 15:45ⓒ 2008 OhmyNews
#유인촌 #이명박 #영어몰입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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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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