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 오이, 골뱅이..
정현순
나도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기에 사위에게 골뱅이 무침을 맡겼다. 그것을 본 올케가 "우진이 아빠가 무친 골뱅이가 나도 기대가 되는데" 한다. 대파를 써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그전에 내가 썬 대파는 두껍단다. 사위가 썬 대파는 정말이지 채를 썬 것처럼 가지런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올케도 나도 놀랬다. 딸은 '그것봐 정말 잘하지' 하는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본다.
대파 써는 사위 모습에 카메라를 갖다 대자 사위는 "얼굴은 안 나오게 찍어주세요" 한다. "그럼 손만 나오게 찍을게" 오이도 썰고 대파도 다 썰었다. 고추가루, 설탕, 참기름, 소금 등을 넣고 골고루 버무렸다. 골뱅이 알이 탱글탱글한 것이 채소와 잘 어울린다. 하얀 접시에 가득담아 먹음직스럽게 내놓았다.
사위가 무친 골뱅이를 상 한가운데 놓고 시식회가 열렸다. "음 정말 맛있다. 맥주가 슬슬 넘어가는 것같다"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남편과 남동생의 칭찬은 침이 마르도록 한동안 계속 되었다. 사위가 무친 골뱅이와 맥주. 그날 저녁 골뱅이 무침의 안주로 7명이 맥주 15병이나 마셨다. 정말 많이 마셨다. 그래도 즐거운 수다와 좋은 안주가 있어서인가 그 누구도 취한 사람은 없었다.
예기치 않게 벌어진 술상. 밖에는 봄가뭄을 해소하는 단비가 내리며 깊어가는 밤. 손자들의 재잘거리는 소리. 거기에 사위의 솜씨가 발휘되어 더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있었던 주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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