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생일까.
김대홍
어느 건물 벽에 전국 공무원 입시 경쟁률이 붙어 있다. 선발 예정인원 3357명에 응시인원이 16만4690명으로 평균 49.1대1이다. 이중 행정(전국:장애인), 시설(일반토목:일반), 교육행정(일반)은 경쟁률이 200대1이 넘으며, 시설(건축:일반)은 무려 356.8대1이다. 갑갑한 숫자다. 저 경쟁률을 과연 운 없이 뚫을 수 있을까 싶다.
몇 년 전 시험을 준비하던 주위 사람 중 절반은 끝내 시험에 합격하지 못했고, 절반은 시험에 합격했다. 지금은 그 때보다 훨씬 경쟁이 치열해진 듯싶다. 살아남기 위한 이 치열한 경쟁에서 무조건 살아남아야 행복한 삶일까. 몇 년 전 시험에 실패했던 사람 중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도 있고, 시험에 통과했지만 불만족한 삶을 사는 사람도 있다. 시험 합격이 곧 행복을 뜻하지는 않을 것이다.
동네 길 이름은 학원길, 등용길이다. 벽엔 각종 포스터를 붙인 청테이프 흔적이 가득하다. 수없이 떼고 붙인 발자취들이다. '아름다운합격교회'라는 이름엔 노량진동 사람들의 바람이 담겨 있다. 얼마나 합격을 하고 싶었으면 교회 이름이 '아름다운합격'일까.
입시학원가 쪽엔 20대로 보이는 이들이 넘친다. 거리가 활기차다. 공부에 찌든 표정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개그콘서트>에서 개그맨 박휘순이 공부에 찌든 캐릭터 '노량진 박'을 연기했지만, 그런 사람을 길에선 보지 못했다.
일행을 깜짝 놀라게 한 것은 놀랄 만큼 싼 밥값이었다. 자장면 2000원, 잔치국수 1000원, 라면 1500원은 어디서도 못 본 가격이었다. 어느 곳에선 밥 한 공기 더해서 라면값을 2000원 받았고, 밥값이 1500-2000원인 곳도 있었다. 올해 밀가루값 폭등, 음식값 폭등으로 난리지만 노량진동만은 그 야단법석에서 벗어나 있다.
한 군데를 찾아 들어갔다. 점심을 먹지 않은 세 명은 각자 하나씩 시켰다. 배가 빵빵해지도록 먹었는데도 채 1만원이 되지 않는다. 비가 오니 일행은 술 생각이 났다. "술을 마셔도 되냐"고 주인에게 물어보니 "절대 안 된다"고 한다. 실망이다. 희재는 입맛만 다셨다.
변강쇠와 옹녀 설화 속에 등장하는 장승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