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위현장에서 체포전담반(일명 백골단)을 운영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20일 오전 민가협 양심수후원회, 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군사독재정권의 상징인 '백골단'을 부활하는 것은 피땀흘려 쌓아온 민주주의의 후퇴라고 주장했다.
권우성
뿐만 아니라 경찰은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반대하는 전국 교수모임에 참여한 교수들에 대해 성향 파악을 하는 등 '학원사찰'을 연상케 하는 행위로 물의를 빚었다. 또한 경호 담당이 아니라 정보과 형사들을 야당 정치인들의 유세장에 잇따라 내보내 '유세사찰'이라는 항의를 받았다.
경찰은 대학생들의 등록금 인상 반대 집회에 참석자의 갑절이나 되는 대규모 경찰력을 투입했다가 오히려 '비폭력 합법 집회에 대한 과잉 대응'이라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강력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일선 경찰서 형사·수사과장과 생활안전과장들을 불러 모아 '실종사건 수사 전담팀'을 급조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전시 행정'의 사례로 꼽혔다.
이는 결국 총선을 앞둔 야권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통합민주당은 유세 첫날 '초등생 납치 미수사건'의 수사본부를 방문, "경찰이 할 일은 안 하고 정치사찰에만 골몰하다 보니 민생과 치안이 뒷전으로 밀려났다(강금실 선대위원장)"며 이명박 정부를 겨냥했다.
손학규 대표는 1일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일산 초등학생 납치 미수 사건과 관련 해당 경찰관을 질책한 것에 대해 "대통령이 그렇게 호통쳐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물론 경찰이 책임져야하지만 문제는 경찰이 정부의 분위기를 따라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손 대표는 이어 "정부와 대통령 그리고 행안부장관과 경찰청장이 지금까지 어떻게 해왔느냐"며 "그동안 대운하 반대 교수 사찰하고 등록금 인상 반대하는 학생들 잡으려고 백골단 만들고 하니까 경찰 스스로도 정부의 기본 방침이 민생치안보다는 정치사찰쪽에 있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도 "이명박 정부는 등장 이후 줄곧 시위 과잉진압, 정보 사찰에 관심을 쏟아 왔다"며 "이 정부는 민생현장을 지켜야 할 민생경찰은 없고, 시위대 쫓는 시국경찰만 늘려왔다"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논평을 내고 "경찰이 민생치안에는 늑장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합법 시위에 과도한 경찰력을 투입하고,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지식인들을 사찰하는 것은 끔찍한 독재 시대의 구태이자 정치·폭력 경찰의 망령"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의 모든 관심사가 '시국 치안'에 쏠려있는 마당에 경찰을 그런 방향으로 이끈 이 대통령이 경찰을 꾸짖고 있는 모습은 어딘가 어색해 보인다. 국민들은 경찰을 호통치는 대통령보다 정부의 수장으로서 책임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진솔한 사과와 '치안 철학'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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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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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코드' 떠받들던 경찰, 대통령 호통에 얼떨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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