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의 '수학여행지침' 매뉴얼
권재호
결국, 수학여행을 가려면, 위탁업체를 통해서 여행 총경비에 관해 공개경쟁 입찰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 교육청에 문의하니, 항공권, 숙박시설, 전세버스 임차료, 중식 등에 관해 각각 개별 입찰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런데 지침대로 했을 경우, 아래와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 학교는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서는 수학여행을 추진할 수 없다.학교에서 단체 여행을 위해 항공권을 계약하려면 반드시 여행사를 통해서만 가능하니, 결국 수학여행 총 경비를 여행사를 통해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경우, 여행사에서 제시한 숙소와 버스, 중식 등의 조건이 동시에 만족스럽지 않을 때(숙소는 좋은데 버스는 불만족, 중식은 좋은데 숙소는 불만족…)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둘째, 숙박업소와 버스회사, 식당은 여행사에 알선료를 지불해야 한다. 숙박업소와 버스회사, 식당은 여행사에 일정한 알선료를 지불하는 것이 관례이다.(실제로 제주도 현지답사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총 금액의 10~15% 정도는 된다.) 이 알선료는 학생, 학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그만큼의 수학여행 경비의 상승을 초래하거나 서비스의 질 저하를 가져온다.
우리가 답사하면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1일 기준 2만2000원(3박이면 6만6000원)인 숙박비에서 알선료를 없애면 1만8000원(3박이면 5만4000원)되고, 1대당 95만원인 버스 임차료에서 알선료를 빼면 80만원, 1식 5000원짜리 중식은 4500원이 된다.
셋째, 건강하고 투명한 직거래를 통한 수학여행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우리 학교의 경우, 여러 차례의 회의를 거쳐 항공료를 제외한 나머지 중 질 좋고 저렴한 숙박업소와 버스회사, 중식당의 선정을 위해 학교 출장비로 현지답사를 다녀왔다. 답사를 가기 전에 타 학교의 정보, 인터넷 정보, 현지의 여러 여행사의 정보 등 관련 자료들을 세밀하게 검토한 후, 여러 개의 숙박업소와 버스회사, 식당을 답사 후보지로 선정한 후, 직접 현지에서 조사활동을 했다.
각각의 숙박업소와 버스회사, 식당을 답사하면서 '일체의 거품을 없앤다', '여행사를 통하지 않는다'는 대 원칙으로 가격과 서비스, 시설, 안전성 등을 검토한 후, 숙박업소와 버스회사를 선정하여 학교운영위를 통해 최종확정하였다. 이른바, 직거래를 통한 질 좋고, 투명하고, 저렴한 수학여행 제반여건을 마련한 셈이다.
그런데, '여행총경비를 기준으로 공개경쟁입찰을 해야 한다'는 올해의 서울시 교육청 지침으로 인하여, 여행사를 통한 위탁거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여 지난해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직거래냐, 위탁거래냐... 문제는 '투명성'우리는 서울시교육청 담당자에게 '수학여행지침'의 문제점을 위와 같이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했다. 하지만 관계자의 답변은 아래와 같은 원칙뿐이었다.
'여행사를 통함으로서 교사들이 수학여행 준비에 투여하는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다.''공개경쟁 입찰을 함으로써 학교책임자와 수학여행 업소와의 뒷거래를 차단할 수 있다.''여행사가 학생의 안전을 책임짐으로써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할 수 있다.' 그러나 위 세 가지 원칙은 하나하나 반박이 가능하다. 여행사를 대상으로 공개경쟁 입찰을 하더라도 학교에서는 입찰에 참여한 여행사가 서류상으로 제시한, 숙소와 버스, 중식 등을 현지 답사해야 한다.
또 여행사를 반드시 통해야 한다고 할 경우, 여행사와의 뒷거래가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학생 안전사고 대비는 비행 중에는 항공사 보험으로, 숙소에서는 숙소가 가입한 보험으로, 현지 교육활동은 학교 안전공제회로, 현지 버스운행 중에는 버스회사 보험으로, 기타의 경우는 여행자 보험으로 여행사와 관계없이 대비할 수 있다.
결국, 여행경비 총액 기준 공개입찰은 다만 여행사에게 10~15%의 알선료를 제도적으로 보장해 주는 또 다른 부작용만 낳게 될 뿐이며, 그 비용은 결국은 학부모의 호주머니에서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농수산물 유통과정을 보더라도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유통업자들이 개입되어 왜곡된 시장질서가 형성되면서 생산자나 소비자 양쪽이 피해를 보는 결과를 발생하고 있다. 때문에 최근에는 직거래가 활발하게 추진된다. 학교급식 또한 위탁업체의 이익보장을 위한 급식의 질 저하와 가격인상 현상이 나타나자 위탁운영에서 직영체제로 점차 바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수학여행도 여행사를 통한 위탁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투명한 직거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투명성을 높이고자 도입했다는 지침이 또 다른 불합리함을 낳는다면 그것은 진정한 대안이 아니지 않겠는가.
서울시 교육청은 여행사만 배불리고 투명한 직거래를 원천봉쇄하는 수학여행 지침 중 총 경비 기준의 입찰방식을 숙박, 교통비, 중식 등의 개별입찰, 또는 직거래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수정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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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전교조 조합원으로서, 학교교육과 교육정책에 대해서 믾은 문제점을 느끼고 있으며, 학생들이 인간다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제도와 정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특히, 현재의 제도적인 입시불평등정책에 대해서는 심각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2004년 고교등급제 문제를 실증적 자료수집과 분석으로 사회적 의제를 시킨적이 있으며, 2005년에는 서울대 입시안이 신고교등급제와 본고사 부활이라는 주제로 사회적 공론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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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만 배불리는 서울시교육청 '수학여행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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