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협회를 청와대에 봉헌할텐가?"

한국사진작가협회지 <한국사진> 3월호 표지 이 대통령 사진게재 논란

등록 2008.04.04 09:43수정 2008.04.04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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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창일 한국사진작가협회 부이사장이 찍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사진을 표지에 실은 한국사진작가협회 협회지 <한국사진> 3월호.

홍창일 한국사진작가협회 부이사장이 찍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사진을 표지에 실은 한국사진작가협회 협회지 <한국사진> 3월호. ⓒ 권우성

"'사협'을 청와대에 봉헌하겠다는 발상인가?"
"'사협' 회보에 대통령 사진을 게재한 것은 예술이 아니라 이미 정치"

한국사진작가협회(이하 '사협') 협회지 <한국사진> 3월호 표지 사진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사진> 3월호는 홍창일 '사협' 부이사장이 찍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사진을 표지에 실었다. 오른손을 번쩍 든 이명박 대통령이 펄럭이는 태극기를 배경으로 환히 웃고있는 사진이다.

'한국사진작가협회'는 창립 50주년을 바라보는 사단법인으로 사진작가 6000여 명이 회원으로 활동하는 단체다.

'사협' 회원들은 이 표지 사진에 크게 반발했다. '사협' 회원게시판에 이 표지 사진을 찍고 실은 홍창일 부이사장의 해명과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회원의 회비로 발간되는 회지"인 <한국사진>이 지금껏 표지에 정치인이나 대통령을 실은 적이 없고, 심의 과정을 거쳐 순수 예술사진을 실어왔는데, 이번 3월호엔 심사 과정도 없이 홍창일 부이사장이 임의로 자신이 찍은 대통령 취임식 사진을 표지로 실었다는 지적이다.

홍창일 부이사장은 <한국사진> 3월호에 표지사진 설명으로 "문화예술을 최우선 정책으로 하겠다는 제17대 이명박 대통령께서 국민 모두가 성공하는 국민성공시대를 열어갈 취임식이 지난 2월25일 국회의사당에서 각계인사와 5만여 명의 축하를 받으며 성대하게 취임"했다며, "이에, 본 사진 역시 국가의 상징 태극기를 배경으로 국민에 희망을 주는 이명박 대통령의 환한 표정을 한국사진 표지로 올리게 된 것은 '사협'에 위상과 회원님들의 위상도 높아질 것으로 생각됩니다"고 적었다.


예술 사진 싣던 관행 깨고 이명박 대통령 첫 표지 등장

하지만 회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한국사진>을 받아본 회원들은 표지에 이의를 제기하는 글들을 '사협' 게시판에 잇달아 올리며 반발했다.


"'사협' 회보에 대통령 사진을 게재한 것은 예술이 아니라 이미 정치"(박상현), “한국사진 3월호는 '사협'의 회원을 위한 회지가 아니라, 한나라당의 당보"(김영주)라는 비판 글이 쇄도했다. 한 회원은 표지 사진을 일컬어 "시쳇말로 권력의 완장노릇을 자처하고 나선  문화부장관과 코드라도 맞추자는 것인가?"라고 비꼬았다.

강종관씨는 "'사협'을 청와대에 봉헌하겠다는 발상인가"라며, "신성한 예술을 추구하는 우리 협회의 월간지인 ‘한국사진 3월호’의 표지에 국가수반에 아부하는 듯 한 사진을 올려 물의를 빚고도, 이렇다 할 해명 한마디 없는 홍창일 선생의 행태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복영씨는 "한국사협을 어용단체로 만들려는가"라며, "지금까지 작품 위주로 엄선하여 표지사진을 싣던 원칙을 깨고 권력의 핵인 대통령의 사진을, 그것도 조작해서 회지의 편집권까지 무시하고 실었다"고 표지 사진 선정 과정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지금껏 <한국사진> 표지는 회원들이 신청하거나 추천받은 사진을 '사협' 홍보위원회에서 심의해 선정한 걸로 알려졌다.

윤필수 이사장은 "보통은 월간지 발행하는 홍보위원회가 사진을 복수로 추천 받아놓고 계절도 맞추고 사진 내용도 보고 결정하지만, 새 이사회 집행부가 아직 구성이 안 돼 3월호는 홍보위원회에서 하지 않았다"며, "홍창일 부이사장이 본래 사진을 많이 찍었고 대통령 취임식 날 가서 사진을 찍었는데, (표지에) 실으면 어떠냐고 해서 실었다"고 이번 표지 사진이 실린 경위를 설명했다.

하지만 홍창일 부이사장은 4월1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한국사진> 표지에) 대통령이거나 아니면 일반 인물 사진을 표지에 실어야 한다 혹은 말아야 한다는 어떤 내규나 규정이 ('사협'에) 없다"며 이명박 대통령 사진을 표지에 실은 데 대한 회원들의 반발을 일축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사진을 표지에 실은 데 대해 홍창일 부이사장은 또  "우리 협회가 이번에 25대 집행부가 들어섰고, 대통령 취임식도 해서 우리 협회를 사회로부터 업그레이드 해보자는 취지가 있었다"며 "거기에 큰 문제가 있었던 거 같진 않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어서 홍 부이사장은  "우리는 민예총이 아니라 예총 소속이어서 지난 정부 때 예산상으로 불이익을 받은 경우"라며, "우리 협회도 이번에 좀 더 발전시키고 관심을 끌어보자는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사진> 3월호에 이달의 표지 인물 사진을 촬영한 홍창일 부이사장 기사가 실려있다.

<한국사진> 3월호에 이달의 표지 인물 사진을 촬영한 홍창일 부이사장 기사가 실려있다. ⓒ 권우성


이사진 "문제없다. 사협 위상 높이려 실었다"

정치인이 <한국 사진> 표지에 등장한 적이 있는지에 대해 윤필수 이사장은 "잘 모르겠다. 제 기억으론 없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홍창일 부이사장도 "기억은 나지 않는다"며 "그저 우리 회원들 움직임, 해외 유명사진 작가들 이런 정도 소개였다"고 전했다.

또 이 <한국사진> 3월호에 실린 표지 사진이 작품사진이 아니라 '보도사진'인데 어떻게 '합성사진'을 쓸 수 있느냐는 회원들의 지적에 대해서도 홍창일 부이사장은 합성사진임을 시인하면서 문제가 될 게 없다고 설명했다.

홍창일 부이사장은 "원래 대통령 선서를 찍으려고 했는데, (배경) 주위가 복잡하고 그래서, 이왕이면 제일 상징적인 게 태극기라서, 행사장 주변에 태극기가 걸려있고 바람에 나부끼는 걸 수십 장 찍어서 배경으로 합성했다"며, "대통령이 오른손을 번쩍 들고 웃고 있는 사진인데, 대통령이 보면 직접 달라고 할 만한 사진"이라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그런데 해명을 요구하는 회원들의 반발이 10여 일이 지나도록 홍창일 부이사장이 해명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홍창일 부이사장은 4월 1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해명할 여지가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홍창일 부이사장은 "표지에 대해 우리 협회는 이런 원칙으로 실어야 한단 규정이 있다든지 내규가 있다면 위반이라고 할 수 있고, 해명할 것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해명할 게 없다"면서 문제를 제기한 회원들을 가리켜 "내가 보기에는 다른 뜻이 있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홍창일 부이사장에 따르면, "우리 협회 내에 임원이 60명이 되는데, 임원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은 사람이 (이 사진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게 아닌가라는 의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부이사장 설명에 회원들, '해명'이 아니라 '협박'

하지만 논란이 커지자 홍창일 부이사장은 지난 1일 오후  "'한국사진' 3월호 표지에 대하여"라는 글을 '사협' 게시판에 올렸다.

"사협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오고가는 글들은 극히 제한된 용어의 사용으로 설득력에 한계가 있습니다. 또 사사로운 감정의 치우침 때문에 선의의 피해를 양산하는 사례가 많아 사이버 경찰도 객관적인 증거나  확신 없이 특정인을 대상으로 올려지는  글에 대해서는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고 나아가 법정 최고형으로 엄하게 책임을 묻고 있는 실정입니다."

홍창일 부이사장의 글이 올라온 뒤 논란은 되레 더 커질 조짐이다. 이 글이 '해명'이 아니라 사실상 '협박'이라는 것이다.

문제를 제기했던 회원들은 홍창일 부이사장 글에 대해 "'사이버 경찰' 운운하시는 것은 도리어 협박하고 계시는 것은 아닙니까?"라며, "이제 앞으로 하실 일은 저를 비롯해서 님의 명예를 훼손한 회원에 대한 징계 절차가 되겠군요"라고 우려를 표했다.
#한국사진작가협회 #한국사진 #이명박 #한나라당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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