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국 기자는 대운하 반대 문화예술인 공동연대 사무차장으로 그간 대운하 관련 서울대 교수 토론회 등 대운하 반대 의견을 <오마이뉴스>에 게재한 바 있다. 기자는 1976년 철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89년까지 철도청 산하 수색기관차사무소에서 주로 기관차 운용(기관차의 배차 및 정비 등의 계획을 담당하는 부서)에 근무한 경력을 바탕으로 최근의 고속철도와, 구노선의 경부선 운용상황 자료를 분석하여 운하의 불필요성에 대해 분석한 글을 싣는다. |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세워 과분하고도 파격적인 표몰이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던 대운하 건설 계획이 3월 현재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60% 이상의 국민이 반대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채 표류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번 4.9총선에서는 대운하의 ‘운’ 자도 언급하지 말라며 총선공약에서 제외하였지만 당·정·청이 각각 의견의 통일을 보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미 경제적, 환경적, 공학적, 문화적으로 운하건설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학문적 주장은 서울대 교수 모임을 통해서 세간에 널리 알려진 상태이며 이를 근거로 찬성론자들과의 토론을 제안하고 있으므로 여기서는 더 이상의 이론적인 거론은 피하고자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하 찬성론자들은 열린 토론의 장은 마다하고 자신들의 직급을 이용해 간헐적으로 강행의사를 드러내며 운하 반대여론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들은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 추부길 대통령실 정무수석,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등으로 약속이라도 한 듯 간격을 두고 강경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출신인 유우익 대통령 실장도 이에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는 공인이다.
지리학을 전공한 교수로서 누구보다도 운하의 불합리성을 잘 아는 유실장이 대통령실장이라는 직위를 악용하여 이장무 서울대 총장에게 ‘운하를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 모임’에서 ‘서울대’ 를 빼라고 주문하여 말썽을 빚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국정원과 사찰기관은 한 술 더 떠서 교수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교수들의 ‘성향조사’를 하는 복고풍 시대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특히 국토해양부는 “한반도 대운하 내년 4월 착공”이라 명명된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이미 대운하 추진기획단을 비밀리에 운영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마치 본인이 국토해양부 장관 대변인이라도 된 듯 경남도당 기자간담회에서 “운하를 토목공사 하듯 무조건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정치논리로 풀어서도 안 된다. 대선공약으로 되어 있으니까 사업을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스스로 시뮬레이션 해본 작업으로 알고 있다”며 화들짝 놀라 한 발 물러나는 놀라운 ‘앗 뜨거 개그‘ 실력을 보여 주었다.
한편 운하를 반대하는 모임과 여론은 들끓고 생명의 물을 모시기 위한 순례단에서는 종교 대표자들의 목숨을 건 순례가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급기야는 사회원로 70인이 대운하 백지화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더구나 운하반대 운동이 총선을 겨냥해서 확산되자 선관위는 대운하 반대운동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웃지 못 할 해석을 내려 네티즌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이명박운하가 이러한 우스운 꼴로 흙탕물 속에 나뒹굴고 있지만 정작 대통령 본인은 묵묵부답이나 선문답만 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이 글은 또 다른 방법론을 통하여 운하 건설의 부당성에 대해 짚어보려고 한다.
우리는 지금 육로교통의 중요한 수단인 고속철도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십 여 년의 건설기간과 막대한 국고가 소요된 고속철도는 정확히 말하면 아직 전 구간 개통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경부고속철은 지금 서울 대구 구간만 고속철의 역할을 하고 있다. 나머지 대구 부산은 건설 중이다. 그래서 구 선로를 이용하는 대구 부산 구간에서는 병목현상과 더불어 지체현상 등이 겹쳐 불완전한 고속철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고속철로가 놓이기 전까지 1등급 선로가 없는 형편이었다. 일본이 강점기에 건설하였던 대부분의 선로는 경부선만 2등급 수준이었고 나머지 선로는 거의 3등급의 상황이었다. 열차는 대개 기관차가 여객열차 또는 화물열차를 견인하는 경우와 전동차처럼 풀세트가 제각기 역할을 하며 견인하는 두 가지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열차‘ 는 아무리 제 기능이 우수하여 견인력이 4~5천 마력에 이를지라도 그 속도를 결정하는 것은 선로라는 것은 철도운송의 키포인트다.
그러므로 고속철로가 경부선에 완공 된다는 것은 우리나라 철도가 백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드디어 1등급 수준의 선로 위에서 300km에 이르는 속도로 운행할 수 있게 되는 역사적인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 사실이야말로 선로 위에 구조물을 얹고 달려가는 특성을 지닌 철도가 완벽하게 최고가 되었다는 뜻이며 고속철 개통의 가장 큰 이론적 근거로 지목되는 정확한 표현이라 하겠다.
경부 고속철이 전 구간 개통되는 2012년에 이르면 서울 부간 간의 운행시간의 단축과 여객운송 효과는 물론이요, 이로 말미암아 경부선이 완벽하게 복복선의 기능을 발휘하게 되면 화물의 운송량은 기하급수적으로 확충되는 것이다. 1등급 선로를 달리는 서울 부산간의 고속철 운행시간은 두 시간 삼십 분 이내가 될 것이며 병목현상으로 대구에서 지체되었던 하급 열차와 화물열차의 속도도 전 구간 시속 120km 이상으로 증대되어 부곡이나 의왕 물류기지에서 실린 컨테이너 화물은 지체현상이 없이 네 시간이내에 부산에 도착할 것이다. 특히 여객열차가 쉬는 야간 시간대의 화물열차 속도는 파격적으로 향상될 것이다.
이러한 엄청난 폭발력을 가지고 건설 중인 고속철을 무시하고 운하를 건설한다는 망발을 일삼는 정 장관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제적 효과, 운송시간, 건설비용, 환경피해 등 어느 하나라도 우수하다면 이런 글을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으며 고속철도 건설공단 이사장의 자리에서 수고했던 정 장관이기에 더 의문이 증폭되는 것이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이러한 역사적 고속철을 건설해낸 일등 공로자이다. 그는 1971년 제10회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한 이래로 교통부 항공국장, 건교부 소송정책실장, 철도청장, 고속철도 건설공단 이사장, 한국철도 시설공단 이사장을 거치며 누구보다도 철도현황을 한 눈에 파악하고 있는 전문가이다. 그러나 정확히 말해 정장관은 철도전문가이지 운하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아직 완전한 고속철이 건설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KTX열차의 운행으로 구선로의 운행량은 현격하게 줄어든 상황으로 파악되고 있다. 2008년 2월 현재 경부선 KTX열차 운행횟수를 살펴보면 3693회에 달하고 있다. 이것은 2004년 개통 당시 운행횟수인 2957 회에 비해 약 124% 증대된 수준이다. 그러나 2012년 고속철 완공시점을 추측해 본다면 운행횟수를 상당량 증대해도 되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반면 KTX열차의 운행으로 새마을과 무궁화호 등의 열차는 현격하게 감소되었고 이런 현상은 더욱 벌어지게 될 것이다.
실제로 고속철이 개통되기 직전인 2004년 3월 새마을, 무궁화, 통근, 화물열차의 경부선 운행횟수는 총8763회에 달했으나 고속철이 개통된 2004년 4월에는 당장 6331건으로 73%로 떨어졌고 2008년 2월 현재는 총 5416건으로 개통 전 수준의 61%이하로 감소된 상황이다. 이 사실은 구선로가 예전에 비해 여객열차의 운행횟수가 적어져서 화물을 운송할 수 있는 능력이 확대 되었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현재 고속철이 미완인 상황에서도 구선로에는 2004년 3월을 기준으로 61%의 선로이용효율을 보이고 있으므로 더 많은 화물의 수송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또한 2012년 고속철이 완공되어 경부선이 복복선을 갖추게 된다면 고속철과 구선로가 제 각각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므로 수송능력은 배가될 것이 확실하다.
이렇게 놀라운 효과를 보여주고 있는 고속철도의 능력은 뒷전으로 한 채 건설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소요되며 환경파괴적인 운하를 고집한다면 느려터지고 운송비가 더 드는 운하를 누가 이용한단 말인가?
국토해양부 장관에 취임한 정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대운하 건설을 외치고 있다. 국토해양부 홈페이지에는 비젼과 목표에 ‘어디서나 살기 좋은 국토, 누구에게나 편리한 교통’이라는 케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다. “교통망 및 물류시설 개발 종합계획수정”이란 제하에서는 물류기지에 내륙운하 항구를 추가하여 입체형 종합물류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 실려 있으며 “운하 교통수요 예측시스템 정비” 부분에서도 운하교통을 전제로 전국 248개 지역 간 장래 교통수요를 재산정 하는 등 운하건설을 기정사실로 인식한 자료들로 가득하다.
그렇다면 정장관은 고속철도 건설공단 이사장 재직 시절의 비젼과 목표를 정치적 환경에 따라 내버리고 허황되고 잘 알지도 못하는 운하건설이라는 임시목표에 불나방처럼 덤벼드는 하루살이에 불과한 것이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고속철 건설 주역인 정 장관은 다시 한 번 초심으로 돌아가 이명박운하 건설의 부당성에 대해 반성하고 억측이 난무하는 주장을 버리기 바란다.
2008.04.03 15:51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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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한국작가회의, 한국시조시인협회 사무총장. 한국문학평화포럼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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