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특검팀은 출범 85일 만인 4일 삼성 이건희 회장을 전격 소환했다. 하지만 그간 삼성 비자금 의혹을 줄기차게 주장해 온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 왜일까?
특검팀은 e-삼성 사건과 미술품 의혹 수사에서 별다른 결론을 내놓지 못한 채 삼성의 항변을 고스란히 인정했다. 특히 e-삼성 사건의 경우 구조조정본부의 개입은 인정했지만 삼성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혐의로 기각하는 이해하기 힘든 결정을 내렸다.
불법 로비 의혹 수사와 관련해서도 특검팀은 로비 의혹 수사를 진행하지 않다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2차 로비 대상자 명단을 공개한 뒤에야 수사에 돌입했다. 그러나 결국 이 회장이 소환될 때까지 특검에 소환된 로비 대상자는 아무도 없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특검팀은 기자들의 질문에 기대를 접을 수 밖에 없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조준웅 특검, 이건희 회장 예우 차원에서 조사받기 전에 잠시 만날 것"
윤정석 특검보는 4일 오전 브리핑에서 "조준웅 특별검사가 이건희 회장을 만나나"라는 질문에 "예우 차원에서 조사받기 전에 잠시 만날 것 같다"고 답했다.
예상을 벗어난 대답에 놀란 기자들은 "피의자를 특검이 예우하는 것이 사리에 맞나"며 따져 물었다. 윤 특검보는 "조사하러 직접 오시고, 조사주체가 특검이니...(면담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얼굴만 잠깐 보고 간다는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기자들은 "조 특검이 직접 조사한다는 뜻이냐. 어제(3일)는 특검보 3명이 돌아가며 수사할 것이라 하지 않았냐"고 되물었다. 윤 특검보는 "조서를 작성하는 이런 조사는 특검보가 중심이 돼서 할 것"이라며 갑자기 불거진 독대 논란을 진화하려 애썼다.
그러나 기자들의 의심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았다. 조준웅 특검은 지난 13일 두번째로 소환된 이 부회장과 1시간 동안 독대했다. 다음 날 기자들이 '독대의 필요성'을 묻자 특검팀 관계자는 "면담이 아니라 여러 가지 확인할 사항들을 문답하는 조사의 과정"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윤 특검보의 "필요하다면 재소환 할 수 있다"는 말도 도마 위에 올랐다.
기자들이 "조사해야 할 것들이 많은데 오늘 내로 다 끝낼 수 있겠냐"며 "이 회장을 다시 소환할 것인가"라고 재차 질문했다. 이에 대해 윤 특검보는 "필요에 따라 고려해보겠다는 의미"라며 "아무래도 오늘 내에 끝내야 하지 않겠냐"며 당초의 입장에서 일보 후퇴했다.
또 김용철 변호사가 직접 뇌물을 건넨 적도 있다고 밝혔던 김성호 국가정보원장의 경우, 김 원장이 취임 전 서면조사만 받았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윤 특검보는 "언급하기 힘들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조사계획은 있는 거냐"라는 질문에는 "그렇게 어려운 질문을..."이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피의자 앞에서 '예우' 운운하는 초라한 특검
이건희 회장은 이날 오후 2시 특검 2층 로비에서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심지어 "(삼성이) 범죄집단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고 그렇게 옮긴 여기 계신 여러분들이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5개월 동안의 논란 모두를 언론 탓으로 돌렸다.
이날 이 회장은 피의자로 언론 앞에 섰지만 특검팀보다도 더 당당했다. 피의자의 당당함(?) 앞에 오히려 '예우'를 논하는 특검팀의 모습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진보신당 당원들은 "특검은 삼성의 변호사인가"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2008.04.04 19:15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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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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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는 '당당'하고, 특검은 피의자 '예우'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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