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변 꽃눈에 마음속까지 젖다

벚꽃에 눈 시리고, 만개한 배꽃에 넋마저 빼앗겨

등록 2008.04.09 10:04수정 2008.04.0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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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진강변에 배꽃이 활짝 펴 길고 아름다운 봄을 뽐내고 있다. 매화로 시작된 이곳의 봄은 산수유, 벚꽃을 거쳐 배꽃으로 이어지고 있다.
섬진강변에 배꽃이 활짝 펴 길고 아름다운 봄을 뽐내고 있다. 매화로 시작된 이곳의 봄은 산수유, 벚꽃을 거쳐 배꽃으로 이어지고 있다.이돈삼

봄이 가장 봄답게 펼쳐지는 곳, 섬진강

섬진강의 봄은 정말 길고 아름답다. 또 봄이 가장 봄답게 펼쳐지는 곳이 섬진강이다. 아침 저녁으로 그 풍경이 다르고, 계절마다 그 모습이 독특하다. 그 중에서도 봄 풍경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내일은 또 색다른 모습으로 다가선다.


올해도 어김없이 섬진강변에 봄이 가장 먼저 찾아왔다. 지난달 초 남녘에 봄소식을 전하며 꽃망울을 틔운 매화는 봄마중을 하려는 많은 상춘객들을 섬진강변으로 불러들였다. 그 중심에 청매실농원이 자리했다.

상춘객들은 매화로부터 봄꽃 릴레이 바통을 넘겨받은 산수유꽃에 또 한번 감탄사를 토해냈다. 산수유꽃은 지리산 자락을 온통 샛노란 색으로 채색하며 섬진강의 물 색깔까지도 노랗게 물들였다.

 섬진강변에 핀 벚꽃은 절정을 지났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섬진강변에 핀 벚꽃은 절정을 지났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돈삼

섬진강을 덮친 벚꽃의 유혹

최근엔 벚꽃이 섬진강을 덮쳤다. 마치 순서를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벚꽃은 순식간에 강변을 꽃길로, 꽃터널로 장식했다. 눈부신 꽃잎이 강바람을 타고 눈이 되어 내리는 벚꽃길은 또 한 차례 여행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8일 오후 찾아간 섬진강변의 벚꽃은 축제를 끝내고도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다.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뻗은 두 개의 도로를 따라 늘어선 벚꽃의 유혹은 뿌리칠 수 없었다. 하얀 눈꽃이 되어 흩날리는 모습이 마음속까지 설레게 했다.


눈으로 변한 꽃잎들이 강바람에 날리는 모습은 눈 내리는 겨울풍경을 닮았다. 강바람에 흩날린 꽃잎들은 도로 위를 나뒹굴어 내 마음속으로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그러고는 도로 위에 차곡차곡 쌓였다.

 강바람에 흩날린 벚꽃잎은 도로 위를 나뒹굴며 여행을 하다가 한켠에 차곡차곡 쌓였다.
강바람에 흩날린 벚꽃잎은 도로 위를 나뒹굴며 여행을 하다가 한켠에 차곡차곡 쌓였다. 이돈삼

그 풍경에 흠뻑 취해 넋을 잃을 정도였다. 나의 양 손은 운전대를 잡고 있었지만, 눈과 마음은 송두리째 꽃잎의 유혹에 맡겨졌다. 벚꽃들의 현란한 몸놀림에 '꽃멀미'가 날 지경이었다.


섬진강변 벚꽃길은 경상남도와 전라남도의 도계(道界)인 광양시 다압면에서부터 영남과 호남 화합의 상징인 남도대교를 거쳐 구례군 문척면까지 몇 십리를 이었다. 강변 쪽은 물론 건너편에도 강줄기를 따라 줄을 이은 꽃띠가 운치를 더했다.

강폭은 넓어지기도 하고 좁아지기도 했다. 그러나 벚꽃의 위세는 강의 폭과 전혀 관계없다는 듯 위축되지 않았다. 벚꽃의 향은 길섶에서도 느껴졌다. 은은한 벚꽃향에 강바람마저도 달콤하게 느껴졌다.

 순백의 색깔로 활짝 핀 배꽃. 섬진강변의 봄을 더욱 길고 아름답게 만들어주고 있다.
순백의 색깔로 활짝 핀 배꽃. 섬진강변의 봄을 더욱 길고 아름답게 만들어주고 있다.이돈삼

'꽃천지'는 그 자체로 신천지

배꽃도 활짝 피어 강변을 새하얗게 덮고 있었다. 배꽃은 Y자형으로 예쁘게 조성된 강변 과수원에 사뿐히 내려앉아 있었다. 마치 밤새 하얀 눈이 내린 겨울 풍경을 연상케 했다.

배꽃은 눈처럼 희고 달빛처럼 환했다. '하얀 세상'을 연출한 배꽃은 매화나 벚꽃의 화려함에는 미치지 않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은은한 분위기는 여러 가지 봄꽃 가운데 으뜸일 것 같다.

은은하고 소박하게 피어난 꽃이 산과 들과 강변을 수놓은 풍경은 탐스럽게 달린 과일보다도 더 매력적이었다. 섬진강과 배꽃을 따라 가는 도로까지도 배꽃에 반했는지 구불구불 운치를 더했다.

벚꽃과 배꽃뿐만이 아니다. 섬진강변에는 복숭아꽃, 살구꽃, 진달래꽃, 산수유꽃, 명자꽃, 개나리꽃, 철쭉꽃, 목련꽃에 이름 모를 들꽃까지…. 온통 봄꽃들의 향연이다. '꽃천지'는 그 자체로 신천지였다.

 섬진강변에서 만난 봄꽃들.
섬진강변에서 만난 봄꽃들. 이돈삼

 Y자형으로 잘 가꿔진 배나무에 내려앉은 하얀 배꽃. 잘 익은 과일보다도 더 탐스럽다.
Y자형으로 잘 가꿔진 배나무에 내려앉은 하얀 배꽃. 잘 익은 과일보다도 더 탐스럽다.이돈삼

강바람은 마음 속 찌든 때까지 말끔히 씻어내고

차를 타고 '휭'하니 지나갈 수 없었다. 잠시 강변에 차를 세우고 배꽃 가까이로 다가가 카메라를 대고 천천히 셔터를 눌러봤다. 탐스러운 배꽃이 파인더 가득 들어왔다. Y자형으로 잘 가꾸어진 배나무가 강줄기와 조화를 이뤄 이국적이기까지 했다.

저만치 섬진강도 굽이굽이 여유 있게 흐르고 있다. 그 강물을 따라 걷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부럽기만 했다. 지리산 풍광도 넉넉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자라 난 보리밭 사이로 벚꽃이 웃음을 머금고 꽃잎을 흔들어댄다.

나직한 오솔길로 한걸음 내딛어본다. 이미 봄이 내 몸과 정신 모두를 사로잡고 있음을 절로 느낀다. 강바람도 마음 속 찌든 때까지 말끔히 씻어준다. 섬진강의 봄은 정말 길고 아름답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섬진강을 따라 달리는 이 길은 오래 전부터 드라이브 코스로 인기가 높다. 따스한 봄볕이 내려앉은 섬진강변은 오늘도 봄꽃이 흐드러져 그 향기로 넘실거린다.

 섬진강변에 활짝 핀 배꽃이 남도의 봄 품격을 한층 높여주고 있다. 건너편 도로에는 벚꽃길이 이어지고 있다.
섬진강변에 활짝 핀 배꽃이 남도의 봄 품격을 한층 높여주고 있다. 건너편 도로에는 벚꽃길이 이어지고 있다.이돈삼

#섬진강 #배꽃 #벚꽃 #남도의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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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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