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총선이 끝나고 개표 뚜껑이 열렸다. 46%라는 역대 최저투표율 선거라고 한다. 갈수록 정치 무관심 현상이 커지고 있다. 역대 전국단위 선거사상 최저 투표율을 기록한 이번 총선에서 전국적으로 투표율이 30%대인 선거구도 무려 20개에 달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물론 이번에 투표를 안한 사람들은 자기들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놀러가야 돼", "아무리 봐도 뽑을 사람 없어", "정치인들은 다 똑같아" 혹은 "투표를 안하는 것도 개인의 자유" 등등 얼마든지 둘러댈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어떤 절박한 변고상의 이유들을 제외한다면 솔직히 선거날에 투표를 안한 자들에게 기꺼이 비난을 보내고 싶은 심정이다.
왜냐하면 당신이 투표를 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나라살림꾼을 뽑는 데 있어 기존 정치 판세에 대한 암묵적 지지이자 승복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기존 예상 판세가 1위 한나라당 2위 통합민주당 등등으로 나왔을 때, 투표를 안했다면 그것은 필연적으로 1위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로 드러날 뿐이다. 지난 대선에서도 마찬가지로 1위 이명박 2위 정동영이었다고 할 경우, 투표를 안했다면 그것은 기존 판세에서 1위인 이명박에 대한 지지로 드러날 따름이다.
물론 개인 심정으로는 한나라당이고 통합민주당이고 간에 모든 정치꾼들은 다 똑같아서 죄다 싫다라고 여기겠지만, 그것이 드러나는 사회 파장과 영향력은 그러한 개인의 입장을 훨씬 초월해버리고 무력화시켜 버린다. 그러면서 무슨 국민적 자기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겠는가? 다시 말해 방관자로서 혹은 무관심과 냉소가 빚어내는 사회 파장과 영향에 대해선 정작 자기 자신은 그 책임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집안살림에 -당신이 정치에 관심하든 무관심하든 간에 상관없이- 여전히 개입되고 있는 이 나라 살림의 정책들도 제발 잘 좀 들여다보길 바란다. 이 나라살림에 주인의식을 놓아버린 대한민국 국민은 도대체 어느 국가 정부의 영향을 받으면 살고 있는 사람들인가? 최소한 투표는 해야 하지 않은가. 그러한 사람들에게 나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불렀던 <환상 속의 그대>라는 노래라도 들려주고 싶은 심정이다.
"세상은 Yo! 빨리 돌아가고 있다.
사람들은 그대의 머리위로 뛰어다니고
그대는 방 한 구석에 앉아 쉽게 인생을 얘기하려 한다.
환상 속엔 그대가 있다. 모든 것이 이제 다 무너지고 있어도
환상 속엔 아직 그대가 있다"
국민들아, 민심이 정치를 떠난다고 해서 개인의 살림살이에 나라살림이 전혀 개입되지 않을 것으로 보지 말라. 오늘날 대한민국의 민심은 정치를 떠난다지만, 태생적으로 정치인들은 결코 민심을 떠나지는 못한다. 오히려 그 같은 순진한 민심을 이용하려 하면 했지 말이다. 이 세계 안에서 <완벽한 중립>이나 <순수 무관심>이란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다.
앞으로도 선거일을 노는 날로만 생각한다면,당신은 여전히 환상 속에 살고 있게 될 것이다. 당신들이 정치 무관심 혹은 무분별한 냉소주의를 표명하고 있을 때, 또 다른 어딘가에서는 이를 흡족해하며 웃고 있을 달갑지 않은 정치인이 당신 머리 위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말기 바란다.
2008.04.10 01:20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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