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총선 승리, 이건희 회장은 홀가분하다

'아버지의 아들 사랑', 특검은 어떻게 대처할까

등록 2008.04.11 09:18수정 2008.04.11 09:18
0
원고료로 응원

한나라당의 원내 과반 확정으로 완화나 폐지가 사실상 확정된 제도를 들자면, '금산분리'를 들 수 있겠다.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기 때문에, 이 제도의 운명도 사실상 결정된 것이다.

 

더 나아가 '출자총액제한제도'도 사실상 폐지가 확정됐다. 그에 대해서는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도 대선후보 시절에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던만큼, 협조를 예상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이로써, 삼성그룹을 포함한 재계의 숙원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 할 재벌은 역시나 삼성그룹이다. 특검이 아직 진행중이며, 놀랍게도 이건희 회장이 한번 더 소환될 것이라고도 하지만, 특검의 '수사의지'에 대한 비판이 여전한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의 총선 승리, '금산분리'와 '삼성'의 상관관계

 

삼성그룹 총수 이건희 회장 일가와 삼성의 계열사가 소유한 삼성에버랜드의 총지분은 90.2%다. 삼성에버랜드는 명실상부한 삼성의 지주회사다. 하지만, 여기에 약점이 있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거론된 상식에 가까운 이야기. '생명 → 전자 → 카드 → 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는 명백하게 금융지주회사법의 금산분리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삼성생명'이 증권가에 상장될 경우 금융지주회사로 분류돼 사실상 그룹을 둘로 나눠야 한다. '삼성전자그룹'과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하는 금융그룹이다.

 

그럴 경우, 이건희 회장의 뒤를 이을 이재용 전무는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전자'의 덩치는 대중적으로도 유명할 정도로 크다. 적은 지분으로 전자를 지배하기 위해 '순환출자'라는 수단을 활용했다는 것도 상식에 가깝다. 그룹이 둘로 나눠진다 하더라도,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것은 어려워진다.

 

삼성을 주시하는 대학교수와 시민단체 등은 실질적으로 '계열분리'를 주문하면서, '금융업'과 '제조업' 중 양자택일을 선택하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현행법에 맞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 일가로서는 그럴 수야 없는 법이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금산분리 폐지'와 '출자총액제한제 폐지'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런 시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삼성그룹의 이해관계를 대변해줄 공약을 제시한 것이다. 이제, 한나라당은 총선에서 승리했다. 본회의든 임시국회든, 상정해서 표결처리하면 그만인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자유선진당이나 친박연대와 같은 기타 보수세력들도 이에 대해서는 큰 이견을 제기하지는 않을 것이기에 순조로울 것이다.

 

현명관 전 사장의 '이건희 구하기' 기자회견?

 

그런 시점에서, 현명관 전 삼성물산 사장은 지난 10일에 한나라당 제주도당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내 명의의 삼성생명 주식 28만여 주는 이건희 회장 소유"라고 주장했다.

 

언뜻 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과 한나라당의 총선 승리, 이건희 회장에 대한 특검의 재소환 검토라는 3개의 상황에 맞춰보면 흥미로운 연결고리가 드러난다.

 

일단, 이건희 회장의 재소환이 검토되는 이유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이미 많은 언론이 보도했다. '차명 주식 취득 및 보유 의혹'에 대한 삼성그룹 측 논리는 "이건희 회장의 개인돈"이라는 것이었다. 공금횡령 혐의와 조세포탈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논리다.

 

그런 상황에서, 계좌추적 과정 도중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이 관리하던 차명계좌에 삼성전자가 2004년에 거액을 입금시킨 것을 특검이 확인했다고 한다. 이 돈이 임원들 명의의 차명계좌로 들어와 삼성전자 주식 취득에 활용됐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현명관 전 삼성물산 사장이 "내 명의의 삼성생명 주식 28만여 주는 이건희 회장 소유"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건희 회장 측의 방어논리를 뒷받침해주는 기자회견을 한 것이다. 이 주장과 함께 덧붙인 현명관 전 사장의 부연설명이 그를 증명한다.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 작고 전인 지난 1988년 이 전 회장의 비서실장을 통해 차명 주식이 만들어졌고, 이건희 회장은 당시 회장도 아니었기 때문에 차명 주식의 존재에 대해 잘 몰랐을 것이다."

 

'선대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이라는 친절한 부연설명이 덧붙여진 것이다. 현명관 전 사장은 그러면서 이런 언급도 잊지 않았다.

 

"차명 주식에 대한 해명을 지금껏 밝히지 못한 이유는, 오랫동안 그룹에 몸담았기 때문에 그룹에 대한 의리와 신의를 위해서 그랬다. 내 불찰이다."

 

이해규 전 삼성중공업 부회장이 특검에 소환될 당시,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김용철 변호사를 향해 '고자질쟁이'를 언급한 대목이 있었다. '고자질쟁이'와 대비되는 '그룹에 대한 의리와 신의', 새삼 돋보이는 것 같다.

 

경제5단체는 왜 '상속세 폐지'를 주장했을까

 

그 다음으로 주목할 사안은, 경제5단체가 지식경제부를 향해 요구했던 '상속세 폐지'라는 제안이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의 발언을 돌아보자.

 

"상속세를 내면 경영권이 위협받게 된다. 상속세는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므로, 상속재산 처분 시점에서 자본이득세(양도소득세)를 매기는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상속세를 내면 경영권이 위협받게 된다'는 부분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의혹'의 핵심 사안 중 하나는, 바로 '상속세'다. 이건희 회장이 이재용 전무에게 60억 8천만원을 '증여'하면서 증여세 16억원을 낸 것이, 납부한 세금의 전부라는 것은 이미 세간에 널리 알려졌다.

 

'전환사채 저가발행'이라는 편법까지 동원했다는 의혹까지 받은 상황도 오늘의 '삼성 특검'을 불러온 중대한 이유 중 하나라는 것을 감안하면, '상속세 폐지' 역시 '금산분리 폐지'나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못지 않은 삼성에 필요한 정책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금산분리 폐지, 이건희의 개인돈, 상속세 폐지

 

내가 굵은 소제목으로 처리한 저 3가지의 사안을 하나의 고리에 연결시키면 아주 멋진 그림이 완성된다. 

 

일단, 금산분리가 폐지되면 이건희 회장 일가는 더이상 '계열분리'에 대한 근심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 다음에는, 현명관 전 사장의 증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던 '차명 주식'을 다시 이건희 회장 명의로 모두 돌려놔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삼성생명이든 삼성에버랜드든 지주회사를 확실하게 세워 결정한 뒤, '상속세 폐지'가 이뤄진 상황에서 이재용 전무에게 마음 편하게 상속할 날이 오게 될 것이다.

 

그날이 바로 이재용 전무가 명실상부한 이건희 회장의 후계자로 우뚝 설 수 있게 되는 날이다. 고가의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할 필요없이 지주회사만을 장악해도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시스템이 확고하게 완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재용 전무는 이미 e삼성 사건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금산분리와 출총제, 상속세 등이 폐지된 상황이 온다면 설령 이건희 회장이 특검에 의해 기소되더라도 이재용 전무로의 후계구도는 아무런 이상이 없게 된다. 

 

그런 이유에서, 시민단체를 비롯한 삼성에 대해 비판적인 인사들이 '삼성 특검'을 향해 '꼬리자르기 특검'이라고 비판하거나, '수사 의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일 듯하다. 재계의 줄기찬 요구와 이명박 대통령의 '비지니스 프렌들리', 그리고 삼성의 대응 논리가 어우러지면 이렇듯 오히려 이건희 회장 일가에 유리한 그림이 완성된다.

 

이건희 회장 재소환, 그 향방은?

 

일단, 13년 만에 '소환'됐다는 것 자체에서 상징적으로는 이건희 회장 측이 '타격'을 입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과 한나라당의 총선 승리로 인해 재계의 목소리가 확고하게 반영될 수 있다면, 이건희 회장 일가로서는 "위기가 곧 기회"로 전환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논란들, 그리고 법적 정당성, 확실하게 마련되는 것이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아들을 위해 아버지가 법적인 리스크를 감수할 상황이 와도 놀라울 것은 없다는 이야기다.

 

이건희 회장 일가의 최대 관건은 후계구도의 정당성 확보다. 그를 위해서라면, 예를 들어 태종 이방원이 세종의 치세를 위해 악명을 감수했던 사례를 이건희 회장으로서는 충분히 숙지해둘 수 있다. 아버지의 아들 사랑은 그렇게 움직여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일단은, '재소환'과 함께 이건희 회장 측의 움직임을 다시 신중하게 바라봐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총선에서 승리한 한나라당의 움직임과 동시에 연계시킨다면, 삼성 특검의 수사결과, 그리고 이건희 회장 일가의 후계구도는 쉽게 짐작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아버지의 아들 사랑'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4.11 09:18ⓒ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삼성 특검 #이건희 #김용철 #이재용 #한나라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3. 3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4. 4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5. 5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