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훌 양발을 벗어버린 사람들이 빨려 들어가 듯 황톳길로 걸어갑니다.
임윤수
황톳길이 노란색 띠를 이루고 있습니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인 한적한 시간이니 둘레둘레 주변을 살피며 황톳길을 걸어봅니다. 길옆으로 펼쳐진 숲은 돋아 오른 싹들로 파릇파릇한 색깔입니다. 흐드러지게 꽃을 피우고 있는 벚나무 아래는 활짝 핀 개나리가 노란 띠를 두르고 있고, 파릇파릇한 숲속에는 연분홍빛 진달래가 일부러 매단 리본처럼 군데군데 피었습니다. 아름드리를 자랑하는 거무튀튀한 나무에서도 뾰족뾰족한 싹이 돋아 오르고 있으니 봄날의 싱그러움에 저절로 다가옵니다.
예정된 코스를 한 바퀴 돌아 다시 행사장으로 돌아오니 꽤나 많은 사람이 모여 있습니다. 사람들이 모여 있어도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분주하기만 합니다. 행사 시작을 20여 분 앞둔 시간, 굽 높은 힐을 신었거나 짧은 치마를 입고 있어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복장을 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올라옵니다.
무더기로 올라 온 사람들이 왁자지껄 나누고 있는 말은 한국어가 아닌 중국어였습니다. 어떻게 된 것인지 궁금해 행사를 주최하고 있는 주식회사 선양의 조웅래 회장에게 중국 청소년들이 참가하게 된 동기를 물었습니다.
계족산 맨발걷기는 이미 '국제화'3년 밖에 안 된 짧은 기간이지만 계족산 맨발 마라톤과 걷기대회는 이미 해외에도 널리 알려져 있으니, 대전지역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중국 청소년들이 단체로 맨발걷기 체험을 하려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타국으로 유학을 와 이색적인 맨발걷기를 체험하게 되니 마냥 신기하고 즐거운 듯 깔깔거리고 호호거리는 입모양들이 새싹들처럼 뾰족뾰족 싱싱합니다. 행사시간을 얼마 남기지 않고 산길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굽 높은 힐과 스타킹을 벗어던지는 그들의 모습에서 체험에 대한 기대감과 호기심이 배어납니다.
출발시간이 되니 신발이나 양발을 신은 사람은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가 맨발입니다. 이런 발 저런 발이 다 모였지만 황톳길을 디디고 있는 건강한 발들은 아름답기만 합니다. 사회자의 선창으로 출발을 알리니 맨발의 사람들이 황톳길을 걸어갑니다.
어떤 이는 잰걸음으로 종종거리며 걷지만 어떤 이는 타박타박 걷습니다. 어떤 어르신은 팔자걸음으로 어슬렁어슬렁 걷지만 엄마나 아빠와 함께 걷고 있는 예닐곱 살 꼬마의 걸음걸이는 아장아장 거리는 아가의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