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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은 점점 서구화 돼 평균 신장이 날로 커지고 있다고 한다. 한국 여대생들의 평균 키가 163cm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163cm를 기준으로 그 아래는 키가 작고 그 위로는 키가 크다는 결론이다. 나 자신도 직접 느낀 것인데 한국 여대생들의 키가 장난이 아니다. 게다가 교복을 산뜻하게 받쳐 입은 고등학생들은 더 크다. 참 부럽다. 왜 한국 애들은 키가 클까?
내 키는 158cm도 될까 말까다. 난 내 키가 엄청 작음을 한국에 와서 알았다. 중국 내 고향에서 내 키는 그다지 작은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한국에 온 뒤로 키가 작다는 '딱지'를 항상 달고 다닌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우리 과에 갓 들어왔을 때는 애들이 이름도 몰랐다. 같은 과에 다니는 중국인 유학생은 키가 컸다. 그래서 함께 다니면 항상 '키 큰 애', '키 작은 애'로 구분지어지곤 했다.
여자의 자존심은 칼끝이라고 했던가! 처음에 나는 전에 받아본 적 없었던 이런 대우(?)로 인해 상처를 조금 받았다. 그렇다고 콤플렉스라고 생각한 적은 전혀 없었다. "가진 대로 감사하며 살자"는 내 인생신조가 그 아쉬움들을 어루만져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끔 그런 황당한 생각을 하곤 한다. 키는 성형수술도 안 되는 부분인데 얼굴과 키 중 하나를 택하라면 난 기꺼이 키를 택하리라는.
나는 키가 작음에도 불구하고 하이힐을 신지 않는다. 운동화를 신어도 깔창을 사용하지 않는다. 난 그냥 프리스타일을 선호한다. 불편한 건 딱 질색이다. 청바지에 남방, 운동화 그리고 티. 이것들은 나에게 정말 편한 패션 아이템들이다. 몸에 딱 달라붙는 스키니진이나 하이힐 등은 내가 겁내는 아이템들이다. 지난해 가을인가, 하이힐을 신으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으나 바로 포기하고 말았다. 그 에피소드를 떠올리면 항상 웃음부터 나온다.
한국친구가 소개팅 자리가 있다고 잡아끌었다. '그래, 나도 한국에 왔는데 소개팅도 한번 경험해보자'는 생각으로 흔쾌히 오케이 했다. 친구가 소개팅 자리에 나갈 때는 화장도 하고 옷도 예쁘게 입고 나가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예의라고 했다.
그래, 이왕이면 예쁘게 좀 신경 써서 나가는 것이 좋지. 얼씨구, 친구가 스키니진을 빌려준다고 한다. 절씨구, 하이힐도 빌려준다고 한다. 입었다. 7cm의 힐은 참 마법 같은 존재였다. 다리도 길어 보이고 키는 말을 안 해도 뻔하다. 게다가 여성스럽기까지. 하지만 그런 아름다움 속에 숨겨진 대가를 그날 나는 톡톡히 치르고 말았다.
50m를 걸었나? 엉덩이 근육들이 아프기 시작했다. 500m를 걸었나? 고통이 발뒤꿈치로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발가락 끝으로 옮겨 왔다. 살갗이 벗겨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왕 온 거 참아야지, 하지만 발이 불편하니 마음도 불편하고 마음이 불편하니 자꾸만 짜증이 났다. 그렇게 소개팅에 대한 설렘은 내 머릿속에서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소개팅이고 뭐고 집어치우고 택시를 잡아타고 부랴부랴 집으로 갔다. 너무 아팠다. 신발을 내동댕이치고 발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살갗이 뻘겋게 벗겨져 있지 않은가! 에구, 서러워라, 이 서러움 누구한테 풀랴! 후다닥 밴드를 찾아서 붙이기 시작했다. 가로로 붙이고 세로로 붙이고 한참을 씨름했다.
저녁 내내 따끔따끔 아팠다. 그렇게 가로세로 밴드들이 며칠 동안 내 발을 조롱하고 있었다. 앞으로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내가 꼭 하이힐을 신어야 할 때가 있음을 알고 있다. 그땐 또 다시 신어야겠다. 다신 안 신겠다고 맹세하고 영원히 안 신을 것처럼 내동댕이쳤지만 이처럼 하이힐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그래도 난 여자이기 때문인가 보다. 덧붙이는 글 | 최령련 기자는 현재 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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