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 보고서 왜곡?<전남일보> 18일자 1면 톱기사.
전남일보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정치적 섬'으로 고립된 호남지역 민심은 혁신도시 재검토 논란이 불거지면서 더욱 부글부글 끓고 있다. 지역신문 사설과 1면에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민심이 묻어난다.
<무등일보>는 16일 사설 '지방 혁신도시 본래 계획대로 추진하라'에서 정부를 타일렀다. 사설은 "기회 있을 때마다 누차 강조해 왔지만 혁신도시 건설이 정권교체의 희생양이 돼서는 결코 안 된다"며 "오히려 이명박 정부는 혁신도시를 업그레이드 시킴으로써 자신들의 업적으로 만들 수 있는 전향적인 방안을 마련하는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토균형발전에 시금석이 될 혁신도시 건설이 만에 하나 수정되거나 좌초된다면 사회적 혼란은 물론 정책의 신뢰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며,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 또한 천문학적 수치가 될 것임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더니 18일에는 강도를 높였다. 1면 '국가정책 일관성 유지를'의 현지 르포기사에서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참여정부의 핵심사업이었던 균형발전 정책에 대한 변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면서 지역민들은 우려와 걱정을 뛰어넘어 분노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기사는 전했다.
한국전력공사 이전 문제를 놓고 신경이 곤두선 곳이다. <전남일보>는 그래서 인지 18일 '새정부, 균발위 보고서 왜곡'이란 1면 기사에서 "현 정부 일각에서 참여정부 균형발전 정책의 핵심사업인 혁신도시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기 위해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연구보고서를 왜곡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또 "정부는 혁신도시 건설사업 궤도 수정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혁신도시 '건설사업 재검토는 없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지난 정권의 핵심 사업을 부정하기 위한 논리를 짜맞춰 청와대에 보고해 파장을 일으킨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남일보> 이 기사에서 "국가균형발전위 이민원 위원장은 17일 균형위 보고서 말미에 '정부 △△△ 보고서를 보면 혁신도시 조성사업의 경제적 효과가 4조원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소개했을 뿐인데 마치 지난 정부가 혁신도시의 경제적 효과가 4조원으로 과대 포장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밝혔다"는 내용을 무게 있게 다뤘다.
분노의 불씨는 전북도 예외가 아니다. <전북도민일보>는 18일 사설 '혁신도시 수정론 있을 수 없는 일'에서 쏘아 붙였다. "정부는 이미 보상한 토지에 대해서는 산업용지로 환용하겠다고 하는데 혁신도시의 취지는 수도권에 밀집되어 있는 인구를 분산하고 정부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함으로써 지역균형발전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라며 "이것마저 정부가 반대한다면 결국 우리의 양극화현상은 절대로 해결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대전․충청: "행정도시 건설 한창인데... 눈 가리고 아웅 말라"행정도시 건설이 한창인 대전․충청지역은 좀처럼 노기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전일보>는 18일 사설 '행정도시 축소 변경론 왜 자꾸 나오나'에서 혁신도시 불씨가 또 다른 방향으로 튀지 않을까 우려했다.
이 사설은 "새 정부가 노무현 정부의 혁신·기업도시에 대한 재검토를 하면서 행정중심복합도시까지 변경·축소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며 "혁신도시 논란은 정부가 여론 떠보기 식으로 불쑥 내밀면서 시작됐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지방의 자생력을 키우고 국가균형발전을 추구하고자 하는 정책이 착근도 하기 전에 뿌리 째 흔들리는 일이 결코 있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15일자 사설에도 <대전>은 '수도권 위주 정부정책 지방피폐 부추긴다'를 통해 "지금까지 잘못된 국가정책에 의해 수도권이 공룡과도 같은 경쟁력을 갖춘 상태에서 게임 상대가 안 되는 지방을 같은 조건에서 경쟁시키려 한다면 결코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충청투데이>는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18일 사설 '대통령의 명확한 입장표명 나와야'에서다. 이 사설은 "이젠 정부가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얼버무릴 때가 아니다"며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기본입장부터 확고하게 밝히는 게 순서"라고 했다.
이날 1면 "행정도시 공사 한창인데 축소 웬말"이란 제목의 현장 르포기사에서도 <충청투데이>는 "총선이 끝나자마자 행정중심복합도시 축소설·변경설이 급속히 퍼지고 있는 가운데 행정도시 예정지역의 주민들은 앞으로 어떻게 결말이 날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며 불안한 현지 표정을 스케치해 보도했다.
강원․제주: "정책태풍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강원지역도 노심초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강원일보> 18일 사설 '수도권 정책에 지방은 들러리인가?'에서 묻어난다. 이 사설은 "국가균형발전정책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며 "새 정부가 국가 균형발전을 이끌 핵심 사업들을 대폭 수정하자 지방기업들이 벌써 투자를 망설이고 기회를 보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강원도민일보>도 하루 앞선 17일 사설 '혁신도시 계획 예정대로 추진하라'에서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국가 경영자의 철학에 따라 또 시대 상황에 따라 국가 계획의 지향점이 변할 수 있다고 할지라도 혁신도시 정책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부정적 시각은 지나친 바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제주지역도 혁신도시 문제가 연일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제민일보>는 17일 사설 '지방입장에서 혁신도시 보라'에서 따끔한 충고를 했다. "혁신도시사업은 지역균형개발에 바탕을 두고 있다"며 "균형개발 자체를 뿌리 채 흔드는 소위 '정책태풍'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충고했다.
<한라일보>는 18일자 1면 르포기사를 통해 불안한 주민들의 반응을 담았다. '삶의 터전 마저 내줬는데…'의 기사에서 <한라>는 혁신도시에 대한 정부방침이 오락가락하는 통에 주민불안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라>는 또한 사설 '혁신도시 정책 재검토 문제 있다'에서도 "노무현 정부의 정책이기 때문이 아니라면 새 정부가 전면 재검토해야 할 이유가 없다"면서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수도권만이 아니다. 수도권과 지방의 모든 국민이 골고루 잘살도록 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고 타일렀다.
균형발전은 지방에 베푸는 시혜가 아니거늘...지역민심이 이처럼 사나워진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100대 기업 본사의 91%, 벤처기업의 71%, 공공기관의 85%, 금융기관의 67%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수도권의 비정상적인 비대화는 이 같은 인프라가 자기증식을 거듭하면서 지방의 돈과 기업, 인재를 빨아들였기 때문이다.
이런 판에 지방의 쇠퇴를 비전이나 전략의 부재로 치부하고, 균형발전을 지방에 베푸는 시혜처럼 여기는 이명박 정부와 서울의 보수신문들의 착각과 오만이 더욱 불씨를 키운 것이다. 지방에는 고기와 음식, 그리고 나무들만 있는 게 아니라 사람들도 살고 있음을 왜 앞서 생각하지 못할까? 답답할 따름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