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은 이야기를 펼치는 인천시 관계 공무원들은 인천 중·동구 주민들이 제안한 ‘협의체 구성 제안’을 놓고, “도로 개설을 할 때 생기는 문제점을 풀자는 협의체여야 한다”고, “지금까지 10년을 끌어온 사업이, 협의체를 구성해서 대화를 하다 보면, 앞으로 2년 3년 더 늦추어질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예산낭비가 심화되고 문제가 커진다”면서, 주민들이 바라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대화로 모든 문제를 푸는 동안에는 공사를 하지 않기로 하자’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슬그머니 여쭈어 봅니다. 협의체 구성을 안 하고 대화로도 풀지 않고 지금 이대로 두면, 주민들이 공사를 온몸으로 막아나서고 시공사에서는 고소고발을 하고, 또 여러 집회가 이어질 텐데, 이렇게 밀어붙여도 2년 3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리지 않겠느냐고. (이 물음에는 아무런 대답을 못 들었습니다.)
문득, 이렇게 주민하고 시공사하고 인천시 공무원 세 군데가 모두 ‘나란히금’으로 나아가게 되도록 하는 실타래를 누가 풀 수 있겠느냐 하는 데로 생각이 미칩니다. 시공사는 인천시 종합건설본부한테 공사를 따내어 건물을 짓는 곳입니다. 인천시 종합건설본부나 인천시 도로과는 ‘인천에 사는 주민한테 무엇이 있어야 하는가를 살펴서 계획을 짜서 시장한테 올린 뒤 결재를 받아서 시공사를 뽑아 공사를 맡기는’ 곳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배다리 산업도로’ 문제는 인천시장 안상수 씨 혼자힘으로 풀거나 맺을 수 없는 일이지만 마지막 결정권이 있는 셈이고, 인천시 종합건설본부나 도로과에서 ‘도시계획을 어떻게 새롭게 짜느냐’에 달려 있는 셈입니다. 한편, 인천시 공무원들은 책상 앞에서만 일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자기가 안 살고 있는 ‘인천 구석구석 사람들 삶터’ 미래계획을 짜는 사람이지만, 주민 목소리를 들으면서 일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담당 공무원으로서 이아무개씨는 말합니다. “이 길(배다리 산업도로)은 원래 고가도로로 계획되었던 겁니다. 그런데 주민들이 재개발을 문제삼아 반대해서 고가도로를 못했습니다 ….” 주민들은 재개발조합도 만들면서 이렇게도 요구하고 저렇게도 요구한다고, 주공에서 솔빛아파트를 지으면서 터널을 만들고 할 때에도 다 알았다고 덧붙입니다. 그러나 솔빛아파트 입주자들한테 물어 보면, 입주자들은 자기들이 들어올 아파트 옆 배수지(지금은 수도국산 달동네박물관과 근린공원이 들어선 곳)에서 무엇을 하는지 몰랐고, 이와 같은 산업도로 공사가 예정되는 줄도 몰랐다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배다리 둘레 주민들도, 주택공사에서 높은 울타리를 치고 쌍굴 공사를 몰래 했기에, 무엇을 하는지는 쌍굴이 다 지어지고 나서야 처음 알았다고 이야기합니다.
한 마디로 간추리자면, ‘주민들은 자기 이익에 따라서 이렇게도 바라고 저렇게도 바라기 때문에, 어느 한쪽 주민 목소리를 들을 수는 없다’는 이야기이고, ‘화물차가 싱싱 달리는 길도 아니고 승용차만 다니는 길이 되면 인천시 교통정책에 큰 도움이 되고 주민들도 이 길을 얼마든지 쓸 수 있다’는 이야기이며, ‘대한민국에서 길 하나 내면서 주민 요구사항을 시에서 대안을 제시하며 풀어준 적이 없는데, 이만큼 했으면 끝이지, 더는 공사진행을 늦출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ㄷ. 공사권? 교통권? 생존권? 교육권?
시청에서 공사를 따낸 시공사로서는 ‘하루빨리 공사를 마무리지으며 돈을 벌 권리’가 있습니다. 시청 공무원 말마따나, ‘교통 얼거리가 다른 시도에 견주어 크게 뒤떨어져 있는 인천에 새 길을 더 넓혀서 자동차 흐름이 원활하도록 하여 자가용 운전자 권리’를 살려주기도 해야 합니다.
그러면, 새로운 길이 놓이는 곳은 누가 잡았을까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는 동네 한복판에 새로운 길을 뚫는 일은 누구 머리에서 나왔으며, 이러한 일은 주민들한테 얼마나 제대로 이야기를 듣고 환경영향평가를 한 다음에 이루어졌을까요?
‘배다리 산업도로’를 반대하는 주민대책위원회에서는, 협의체구성을 제안하면서, 다음과 같은 영향평가를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여기에서 1∼3번은 시에서 하지 않은 영향평가입니다).
1. 교통영향평가
2. 환경영향평가
3. 문화영향평가
4. 산업도로의 목적과 기능
5. 산업도로의 노선과 형태
6. 주민참여 및 의사수렴
이러한 요구사항을 들은 인천시 종합건설본부에서는 ‘이 도로 길이는 5km가 안 되므로 아무런 영향평가를 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지만, ‘반드시 놓아야 할 길이므로 영향평가를 새삼스럽게 굳이 할 까닭은 없고, 지금 벌이는 도로공사에 기술결함이 있다면, 어떠한 기술결함이 있는지 검토만 할 수 있다’고 못박습니다.
아직까지도 인천시 도로과와 종합건설본부에서는, 주민대책위원회에서 공개요구한 ‘처음 도로계획을 하던 때 자료’를 공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환경영향평가’뿐 아니라 ‘교통영향평가’가 어떠할는지, 그리고 산업경제 테두리를 넘어서, 우리 나라 근현대 개항사 유적과 자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배다리 둘레 ‘문화재’에 어떤 영향이 끼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지금 형편으로도 ‘배다리 산업도로 예정구간 둘레’에 살고 있는 분들은 소음과 분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와 같은 자동차 배기가스 소음과 분진은, 이웃한 동국제강과 현대제철과 두산중공업과 동일방직과 제분소와 수많은 월미도공단이며 주안공단이며 남동공단 들에서 몰려드는 공장 연기에 견주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습니다. 그렇기는 한데, 지금 살림집 울타리 너머에 있는 공장에서 내뿜는 매연이 자동차 배기가스보다 훨씬 몸에 나쁠 것이라고 해서, 자동차길 하나 더 내는 일은 아무렇지도 않을까요?
더욱이, ‘배다리 산업도로’를 ‘이미 산업도로 기능은 인천시에서도 없다고 느끼고 6차선으로 줄이겠다’고 말하고 있으나, 공사 예정구간 둘레에 ‘길을 맞대고 있는’ 초등학교와 고등학교가 여섯 곳(신광초, 창영초, 영화초, 송림초, 정보산업고, 영화여자정보고)이나 됨은 조금도 헤아리지 않습니다. 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그리고 이 학교에서 조금 떨어져 있으나 반경 300m 안에 드는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아이들은 어찌하지요.
일본뿐 아니라 세계에 내로라하는 ‘성장이론가’였던 우자와 히로후미 박사는, 그동안 자기가 펼쳐 왔던 성장이론을 이론으로만이 아닌 몸으로 수십 해를 겪는 가운데 뒤늦게 뉘우치고는, <지구온난화를 생각한다>(소화,1997)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우자와 히로후미 박사는, “보행자는 언제 자동차에 치일지 모르는 길을 자동차의 배기가스를 허파 가득히 들이쉬면서 걷는 셈이다 …… 주택도 직접 차도에 면한 경우가 많은데, 반드시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나무 등을 심고, 사람들의 생활이 자동차의 배기가스·소음·진동으로부터 보호되도록 배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122쪽)”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덧붙입니다.
.. 일본의 도로는 원래 보행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폭도 좁으며, 구부러진 길이 대부분이다. 옛날에는 어린이들은 길에서 놀거나 즐겁게 통학을 하며 지냈다. 그러나 자동차가 좁은 길에 침입해 왔을 때, 어린이들의 통학은 대단히 위험하게 되어, 길에서 노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되고 말았다. 어린이 공원은 자동차의 보급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만들지 않으면 안 되게 된 것이다 .. (117∼118쪽)
우리 나라에서 새로 뚫는 길은 ‘무엇이 다니라’고 뚫는 길인가 생각해 봅니다. 아니, 생각해야 한다고 느낍니다. 우리는 왜 더욱 빨리 달려야 하는가 생각해야 한다고 느낍니다. 어느덧 기름값이 120달러가 넘어섰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 나라는 아직까지도 기름을 먹는 자동차만 끝없이 만들고 팔고 굴립니다. 기름값은 거침없이 치솟는데, 아무런 대안에너지 정책이 없고, 기름으로만 굴러가는 자동차 정책과 교통정책에 ‘물음표 한 점’ 찍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ㄹ. 돈과 슬기는 어디에 쓰느냐?
길을 꼭 놓아야 한다면 놓아야 합니다. 석유시대가 끝나고 기름 아닌 자동차를 굴리거나 대안에너지를 마련한다고 해도 자동차를 굴려야 할 때가 있고, 인천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는 알맞은 만큼 길을 놓아야 합니다. 다만, ‘알맞은 만큼 놓는 길’이란 얼마만큼인가는 책상 앞에서 따질 수 없습니다. 공무원들끼리만 헤아릴 수 없습니다. 주택가를 밀어내고 찻길을 닦아야 하는지, 역사와 문화가 서린 곳을 아파트 재개발과 재생사업으로만 밀어붙이며 없애도 되는지, 주민 생존권과 교육권은 교통정책보다 뒤쪽에 놓아도 되는지 들을 오랜 시간에 걸쳐서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길 하나가 더 놓인다고 하여 우리 삶터가 와장창 무너지지는 않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길 하나 덜 놓인다고 하여 자동차 흐름이 된통 막혀서 지옥이 되지는 않습니다. 찻길을 더 늘린다고 하여도 ‘찻길보다 더 많이 늘어나는 자동차’를 짐지워 낼 수 없습니다. 차가 다닐 길만이 아니라, 차를 세워둘 곳조차 모자랍니다.
차를 타고 가야 할 곳은 차를 타야겠지만, 대중교통으로 받아들여도 넉넉한데 자꾸만 자가용으로 움직이게 하지는 않는가 되짚어야 합니다. 두 다리로 걷거나 자전거를 타면 훨씬 빠르고 소음과 공해가 없는 한편, 우리 몸을 튼튼하게 가꿀 수 있는데, 이러한 교통정책은 ‘사업개발이 아니라 예산배정을 못 받아서 기획개발을 못한다’고 손사래를 치고 있지 않는가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훌륭한 머리와 빼어난 슬기는 ‘새길 닦기’만이 아니라 ‘사람다이 살아갈 터전 가꾸기’에 함께 써야 아름답다고 느낍니다. 주민이 낸 돈(세금)으로 꾀하는 인천시 사업에 반드시 주민이 함께하면서 차분히 따지고 돌아보아야 한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이러한 일을 한 번 결정했다고 해도, 세월이 지나면서 미처 못 보았던 문제를 찾을 수 있으니, 더디 걸리더라도 찬찬히 어루만져야 한다고 느낍니다.
인천시 도로과와 종합건설본부는, ‘원활한 도로교통 흐름’ 한 가지만이 아니라, ‘새 찻길 하나가 놓이면서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주민 삶터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도 짚어내어야 비로소 문제와 골치가 없는 알맞춤한 정책을 펼쳐서 주민들이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다고 느낍니다. 주민들이 못 믿겠다고 하고 일을 못 맡긴다고 하는 이러한 흐름을 고개숙여 받아들이면서 읽어내야 하지 않을까요. 참말로 꼭 놓아야 하는 길이라 한다면, 이러한 타당성을 남김없이 보여주고 숨김없이 공개하며 넉넉히 껴안아야 합니다.
지금 인천 배다리 주민들은 자기 삶터가 ‘송도 새도시와 청라 새도시를 일직선으로 잇는 관통지대로 헐려 나가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책상에 앉아서 지도책을 펼쳐서 자로 죽 그으면 송도 새도시와 청라 새도시는 ‘가장 빠르게’ 이어집니다. 그렇지만, 책상머리 지도책이 아닌, 두 다리로 디디는 주민 삶터인 골목길 한복판에 서 있으면, ‘볼펜으로 자 대고 지도에서 죽 긋는 대로 길을 놓을 때 어떤 문제가 일어나는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주민들은 인천시 공무원이 이렇게 살갗으로 느껴 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 길이 ‘산업도로가 참말 아니고 여느 길’이라고 한다면, 처음 길을 내려던 목적이었던 ‘산업도로가 있어야 했다’는 효용성이 사라져 버리는 판인데, 굳이 ‘도로개설목적’을 바꾸면서 다시 길을 내려고 하는 까닭을 받아들일 수 없어 합니다. 또한, ‘그렇게 해서라도 길을 내야겠다면 내야겠는데, 타당성이나 알맞는 목적성을 주민한테 제대로 들려준 적이 있는가’ 하고 묻습니다. 물으면서 날마다 온몸으로 공사를 막아서는 싸움을 합니다. 콩나물장수 아주머니는 콩나물도 못 팔면서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찬바람 옴팡 뒤집어쓰면서 늙은 몸이 더 여위어 갑니다. 콩나물장수 아주머니는 ‘1억 연봉 인천시 도로 기술자’가 아니지만, 이곳 주민입니다. 주민 목소리를 더 귀기울여듣고, 주민 삶터뿐 아니라 우리네 삶터를 고루 살피는 눈길과 마음길을 다독이는 데에 참된 슬기가 모이고, 이러한 슬기에 따라서 세금을 쓰면서 우리 동네를 가꾸는 정책이 이루어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2008.04.23 16:18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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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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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권 지키기"와 "미래 위한 투자와 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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